뚜껑을 열자마자 소독약 같은 냄새가 확 풍겨온다. 스코틀랜드의 싱글 몰트 위스키라는데, 이거 정말 위스키가 맞아? 그동안 마셔온 위스키들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모든 스코틀랜드 위스키 중에서 가장 향이 풍부하다고 쓰여 있는데... 1815년부터 판매해 온 술이라는데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마셔보면 더 충격적이다. 냄새 그대로 약 같은 느낌이 확 든다. 이런 걸 피트 향이라 한다던데, 정말로 이런 피트 향에 마니아가 있긴 한 건가?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맛에 할 말이 없어진다. 음 그래 내가 이런 걸 비싸게 주고 사서 먹고 있다는 말이지. 3번 넘게 마셔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그런 맛이다. 누군가가 그러던데. 토할 것 같은 말이라고. 무슨 기분인지 알겠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런 건 많았다. 유럽 여행을 처음 갔을 때는 탄산수가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이후에는 "가스 없음"이라는 표현부터 배워서 물 살 때 가장 먼저 그걸 확인했고, 맥주나 커피도 대체 이런 걸 왜 먹는지 이해가 안 갔지. 위스키만 해도 그렇다. 쓰기만 하고, 이렇게 독한 술을 대체 왜 먹지? 그땐 그랬지. 근데 지금은 탄산수는 비싼 걸 사서 먹고, 맥주나 커피는 억지로 자제해야 하고, 위스키는 돈이 아까워서 자주 못 사 먹지만 언제나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 그런 술이 되었으니.
그런데 솔직히 이건 잘 모르겠다. 한 병을 다 마실 때쯤이면 익숙해지려나? 다시 생각나려나? 정말 그럴까? 우와. 그런 날이 온다면 정말로 신기할 것 같다.
이건 마치 공부. 견문을 넓히는 일이랄까. 세상엔 아직도 참 배울 것도 많고 경험할 것도 많아서 즐겁다.
"그거 이런데 내 취향은 아니더라."
"처음엔 좀 그래. 그런데 먹다 보면 은근 생각난다?"
언젠가 이런 말을 하는 날이 오겠지. 허세로운 하루의 마무리, 싱글 몰트 위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