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형과 최근에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숙소 예약 이야기가 나왔다. 어디가 좋다, 어디가 얼마다, 어디서 예약하면 좋다 등등. 나는 요즘엔 다른 거 보지 않고 그냥 부킹닷컴 한 곳에서만 예약한다 했더니 형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늙었네 늙었어. 그런 것도 귀찮아하는 걸 보니."
"아냐 이거 하나만 계속 쓰면 회원 등급이 올라가서 여러 혜택이 많아."
그리고 보여준 내 앱 화면에는 'Genius 3'라고 적혀 있었다. "Genius에서 가장 높은 레벨을 달성하셨어요!"라는 메시지도 함께. 당연하지 심지어 국내 여행을 갈 때도 부킹닷컴에서 하는 걸. 솔직히 가끔 추가로 할인되는 거 말고 무슨 혜택이 또 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어렸을 때는 어떻게든 최저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 유럽여행에 갈 때는 배송비마저 아끼려고 일부러 여행사 본사 건물까지 찾아가서 예약한 티켓을 받곤 했다. 항공권 끊을 때는 여러 사이트 비교해 가면서 끊고, 숙소를 한 번 예약할 때도 여러 사이트에 가입까지 하면서 비교를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는다. 그냥 내가 늘 쓰는 곳에서 검색을 하고 괜찮아 보이는 숙소가 있으면 바로 예약을 한다. 비교를 하면 조금이라도 더 아낄 수 있는 건 맞지만 그래봤자 1박에 많아야 2~3만 원 정도더라. 그럴 시간에 빠르게 마무리 짓고 다른 걸 하는 게 훨씬 더 즐겁다. 예전엔 정말 그 돈도 절실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제 그 정도 돈은 내 시간과 기분 좋게 교환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는 생긴 것 같다. 와 이렇게 쓰고 보니 되게 부자인 것 같네!
특별히 뭐 사고 싶은 것도 없고, 먹으면 웬만한 건 뭐든 잘 먹지만 또 그렇다고 특별히 무언가가 엄청 먹고 싶지도 않다. 언젠가부터 점점 더 무덤덤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욕구는 여행 욕구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 비싼 호텔에 묵거나 항상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다니고 싶고 그러지도 않다. 그저 시간이 될 때 가고 싶은 곳 짧게나마 갈 수 있고, 여행 가서 한 끼정도는 조금 비싸더라도 사 먹을 수 있고, 아이들이 뭔가를 사달라고 하면 1~2개에 한정해서 사줄 수 있는, 딱 기분 좋을 정도만큼만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과정을 준비할 때 비교에 시간 많이 쏟지 않고 빠르게 예약해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 소박하다 소박해. 이 정도 바람이라면 어떤 신이든 들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