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며 빠르게 걸어왔었다.
내가 가는 길 위에 아스팔트를 견고하게 깔고, 그 위를 정신없이 걷다 보면 오로지 나와 내 발만 보였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아무 흔적도 없이 남은 건 그저 딱딱한 아스팔트뿐.
비포장도로를 천천히 걸으며 함께했던
눈물,
탄식,
마음속 잔잔한 파문.
모두 잊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음악이 살짝만 두드렸을 뿐인데
견고했던 아스팔트에 금이 가고
그 아래에서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더라.
단지,
음악이 살짝 두드렸을 뿐인데.
음악은 사라졌지만
한 번 생긴 균열은 쉽게 봉합되지 않는다.
묻혀있던 모습들을 바라보며
지나온 옛 길을 다시 돌아본다.
비로소 눈에 보이는 길 밖의 것들.
나무, 꽃, 그리고 바람.
TV를 거의 보지 않는 내가 유이하게 즐겨보던 프로그램인 <슈가맨>의 종영을 앞두고 아쉬운 마음에 끄적여본다. 마음이 더 풍요로웠던 내 지난날을 함께했던 음악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음악의 즐거움을 다시 일깨워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었는데 끝난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내 감정이 메말라서 예전만큼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내 마음이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고 편리하게 '발전'해왔지만, 감성적인 부분은 오히려 '퇴보'한 게 아닐까. 씨스타, 여자친구, 트와이스 등의 음악을 날마다 즐겨 듣지만 왠지 채워지지 않는 가슴 한구석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것을 채워준 슈가맨, 꼭 시즌2를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