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재개봉 전문 극장에 가서 한 영화를 봤었다.
지금과 달리 혼자 영화를 잘 보지 않던 때였는데
왠지 모르게 끌려서 보게 됐던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이.
그 영화가 <미술관 옆 동물원>이다.
심은하라는 배우를 정말 좋아하게 했던,
너무나도 반해서 그 뒤로도 몇 번을 더 봤던 영화.
지금도 우리나라 멜로 영화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
특히 이 대사는 참 명문이다.
첫눈에 풍덩 빠져버리는 사랑은 현실엔 어렵고,
이런 사랑이 가장 자연스럽고 내게 올 수 있는 사랑이 아닐까.
사랑이라는 게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건 줄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버릴 수 있는 건지 몰랐어.
지금도 비가 올 때면 이 영화가 생각이 난다.
비가 그쳤는데도 우산을 펴고 걷던 춘희.
이유가 우산을 말리기 위해서라고 했었지 아마?
비는 그쳤지만,
나도 오늘 우산을 펴고 걸어가 본다.
* 모든 이미지는 다음 영화에서 가지고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