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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예 Nov 15. 2020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아프리카 종단기 7. 탄자니아

파라다이스였던 잔지바르와 한국의 정이 가득했던 다르에스살람 이야기

모로코에서 남아공까지 100일:
세계일주 200일 차에 모로코를 통해 도착한 아프리카 대륙.
300일 차에 남아공에서 비행기를 타기까지, 딱 100일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다.



잔지바르, 탄자니아


키갈리에서 34시간 버스를 타고 도착한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스살람. 이쯤 되니 내 팔다리는 아프리카 각국에서 얻은 모기 자국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튀니지에서 만난 가족은 내가 아프리카 종단을 간다고 하자 너는 모기지옥을 맛보게 될 거라며 경악했는데 그게 사실이 된 셈. 남들보다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이라 온몸을 모기 방지약으로 칠해대도 소용이 없었다. 나중 가선 약간 영광의 상처 느낌으로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지만. 쉴 틈도 없이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곧바로 탄자니아 최대 휴양지인 잔지바르 섬으로 향했다.

모기들 덕분에 만신창이가 된 내 다리


잔지바르는 오랜만에 맞는 '휴양'일뿐만 아니라, 물 색이 보라카이 급으로 아름다워서 하루하루가 즐거웠던 섬이다. 엄연히 탄자니아 영토지만 독립을 시도 중이기 때문에 자치정부에서 입출국 심사도 따로 한다. 카우치서핑 호스트 애셔리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오래전 과거에는 다른 국가였으나 서양의 식민 지배가 끝나면서 강제로 합쳐진 셈이라고.


그전에 들른 그 어떤 곳보다도 서양 여행객들로 관광화가 되어 있었긴 했으나, 푸른 해변가에 아프리카 고유의 아름다움이 물들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종단 내내 남아공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해산물을 맛볼 일이 없었기에, 잔지바르에서 각종 해물요리를 배 터지게 먹었다. 제일 좋았던 건 나꾸펜다 섬에 보트를 타고 가서 랍스터를 비롯한 해산물 뷔페를 만원에 먹었던 것! 다음날 수영복 입을 일을 걱정하며... 

영원히 잊지 못할 바다 색깔


잔지바르의 수도 스톤타운에서 보트를 타고 나가면 '프리즌 아일랜드'라는 섬이 있다. 식민 지배 시절에 팔려가던 노예들을 대기시켜 두었던 곳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입장료도 따로 받는 와중에 웃겼던 건 현지인이 외국인을 데려가면 그 현지인은 무료입장이라고 한다. 그걸 미리 알고 있던 애셔리는 씩 웃으며 냉큼 무료로 들어갔다. 그는 호스텔을 개업하려고 준비하는 중이었다. 카우치서퍼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니 알게 모르게 가이드가 되었는지, 친구들을 통해 투어도 저렴하게 연결해 주고 있었다.


섬 안에는 이곳에서만 사는 수많은 거북이들을 보존 중이다. 늙은 거북이들은 등딱지에 나이가 적혀 있는데, 가장 오래된 녀석이 190살도 넘었었다.

끝없이 보이던 등딱지가 뭔가 포켓몬스터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입장 시 소량의 먹이를 받아 거북이에게 직접 먹여줄 수 있다. 아프리카는 이렇게 동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좋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태생적 습성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조절이 된다는 것도.

너무 귀여웠던 녀석


어떤 현지 여자애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거는 일도 있었다. 꽃보다 남자를 보고 이민호의 팬이 되었다는 그녀는 한국이 너무 좋다며 함박웃음을 띠었다. 아프리카까지 닿은 한류 열풍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내가 드라마나 케이팝에 관심이 없음에도 여행 중에 한류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일들이 꽤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감사하게 된다.


프리즌 아일랜드에서 바라보는 잔지바르 바다


며칠 후 스톤타운에서 잔지바르 동쪽 끝에 위치한 파제로 이동. 1박만 하려다가 숙소 주인이 해주는 밥이 너무 맛있고 바다 또한 예뻐서 2박을 해버렸다. 바닷가나 길거리에서 훤칠한 마사이족들이 긴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걸어 다니면서 인사하는 곳.

파제 바다는 하도 반짝반짝 빛이 나서 눈을 뜨고 똑바로 바라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마사이마라 사파리 당시 만났던 원민 오빠, 그리고 오빠와 함께 있던 제현 오빠랑 만나서 다 같이 카우치서핑에 합류했다.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아무도 없는 바다로 나가 오롯이 우리들끼리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그게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헤어지는 당일날 서로 일정 바꿔서 가지 말라고 우겨대다가 결국은 다 같이 스톤타운에서 또 만나서 다르에스살람으로 사이좋게 배 타고 나오게 되었다. 사람 인연이란 게 참 신기하더라. 

석양을 배경으로 바닷가에서 함께 점프샷



다르에스살람, 탄자니아


계속되는 인연은 꽤나 질겨서, 우린 건너 건너 알게 된 다르에스살람 거주자 덩이 오빠네 집에서 다 같이 신세를 지게 되었다. 며칠 동안 관광은 내팽개쳐두고 매일같이 한식을 먹으며 휴식만 취했지만, 오랜만에 겪는 한국적인 느낌이 또 어찌나 반갑고 따뜻했던지. 확실히 우리나라에 있을 땐 지긋지긋하다가도 외국에 있을 땐 또 그리워지는 듯하다.


아, 여담인데 이곳에서 밤새도록 모기와의 사투를 벌였다. 하룻밤 사이에 잠도 못 자고 죽인 모기 수만 50마리가 넘을 정도였으니. 덕분에 오른손 모기퇴치 능력이 +10 상승했다.

탄자니아에서 자동차 정비소 '오토박'을 운영 중인 덩이 오빠네


덩이 오빠네 머무르는 동안 한국의 다일공동체가 다르에스살람 빈민가의 어린이들을 위해 세운 학교에도 가볼 수 있었다. 돈이 없어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모아서 정식 학교에 보낼 수 있을 때까지 가르친다고 한다. 아이들의 성장배경을 각각 자세히 기록하여 일대일로 후원자와 결연도 가능하게 해 두었다니, 한국에 돌아가면 꼭 하고 싶은 일이 되었다. 나는 늘 받기만 하고 베푼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 여행은 사회 환원의 중요성을 참 많이 일깨워 준다. 

다일공동체 설립 학교에 방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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