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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예 Jan 05. 2021

무작정 떠난 쿠바 여행 2. 카우치서핑이 불가능할 때

현지 무료 숙박 카우치서핑이 쿠바에선 불법이라니?


세계여행을 하며 카우치서핑의 매력에 푹 빠진 내가 쿠바 여행을 결심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은 단연 카우치서핑 호스트 찾기였다. 무료로 현지인의 집에서 머물며 어울리는 게 내 여행 스타일과 딱 맞았으니까. 하지만 쿠바에서의 카우치서핑은 나의 예상과 굉장히 많이 달랐다.



우선, 쿠바인은 외국인을 집에서 무료로 재워주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외국인에게 숙박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일종의 허가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허가증이 쿠바인 입장으론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친구 한 번 재워주는 수준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반적인 상식의 ‘카우치서핑’은 쿠바에서 불가능한 것. 심지어 나중에 만난 친구인 아딜슨은 유럽인 세 명을 카우치서핑으로 재워주다가 신고를 받은 경찰이 들이닥친 적도 있다고.

그래서 카우치서핑 앱에는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민박집인 까사 홍보글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카우치서핑은 그저 플랫폼으로만 이용하고 사실상 돈을 받고 재워주는 숙박업이었다. 하지만 가격적으로 그다지 저렴하지가 않았기에, 나는 그냥 에어비엔비를 쓰고 카우치서핑을 통해서는 현지인 친구들만 만나보기로 했다. 이마저도 사실 미국에 있을 땐 시간이 없어 미루고 미루다가 쿠바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공항에서 예약하기 바빴다.



결과적으론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 1박에 10달러 정도면 에어컨이 딸린 굉장히 훌륭한 방을 쓸 수 있었으니. 심지어 이 방들은 너무 넓은 나머지 킹사이즈 침대가 두 개씩 들어있기 일쑤였다. 나는 혼자 다니는 바람에 10달러를 고스란히 내야 했지만, 두세 명씩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명당 3~4달러 정도만 내고도 만족스러운 수준의 숙박이 해결되는 것이다.

그렇게 까사를 잡은 후, 따로 만난 아바나의 대니, 아딜슨, 그리고 바라데로의 레닌은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친구들이었다. 단점이 있다면 쿠바는 인터넷 이용이 자유롭지 않아서 연락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는 점. 이메일로 꾸역꾸역 대화를 주고받는 것에 덧붙여, 정확히 언제 어디서 만날지 미리 지정해 놓지 않으면 연락이 닿지 않아 약속이 파투 날 수도 있었다. 그 예로 아딜슨과는 이메일 시간이 자꾸 엇갈리는 바람에 아바나 마지막 날에야 겨우 만났고, 대니와도 약속 시간을 변경한 것을 뒤늦게 확인해서 스케줄이 꼬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게 하루 일정을 예상치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쿠바의 매력이라고나 해야 할까.



어쨌든, 이 중 아바나에 도착한 첫날 만난 사람은 바로 대니였다. 미국에서부터 연락을 주고받았던 대니는 내가 도착하는 날 저녁 8시쯤 숙소 앞으로 픽업을 오겠다고 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진땀을 빼며 도착한 후, 에어컨을 쐬며 쉬다가 8시가 가까워지자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숙소 앞으로 나갔다. 과연 대니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반신반의하며.

그리고 그는, 정확히 8시에 오토바이를 이끌고 숙소 앞에 도착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안녕 스카이, 쿠바에 온 걸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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