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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예 Jan 15. 2021

무작정 떠난 쿠바 여행 11. 바라데로 까사 주인 부부

이 곳이 나에게 쿠바 최고의 숙소가 되었던 이유

바라데로는 작은 곳이라 바다 말고 딱히 볼 게 없어서 우선 숙소로 돌아왔다. 주인아주머니에게 더 갈 만한 곳이 있는지 여쭤봤더니 걸어서 15분 거리 정도에 시내 중심가가 있다고 추천해주시며 더불어 와이파이 스팟까지 콕 집어 알려주셨다.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주인아저씨와는 반대로 영어가 굉장히 능숙한 아주머니 덕분에 바라데로에서 길 찾는 건 상당히 수월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 바라데로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도 픽업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여행하는 여자애가 걱정되었는지 데리러 오시기까지 했으니. 까사 위치가 시내에서 벗어난 애매한 곳에 있어 찾기가 어렵다 보니 그런 거라 해도, 따뜻한 호의에 바라데로의 첫인상부터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스카이? 스카이 맞지?”


처음 터미널에 도착해 어리바리 주변만 둘러보던 나에게 주인아저씨는 활짝 웃는 얼굴로 다가와 에어비엔비 앱을 보여주며 확인을 했다. 내가 영어로 몇 마디 대답하려고 하자 잠깐 당황하더니 잠시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고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주머니에게 데려갔다. 아바나에서 묵었던 까사 주인 부부도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으니 답답함이 꽤나 쌓여있던 나로서는 아주머니의 유창한 영어를 듣자마자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가 대부분의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주머니는 비는 시간에 코코택시 운전 일을 하는 모양이었다. 귀엽고 동그랗게 생긴 쿠바 특유의 코코택시는 본 적만 많았지 직접 탄 적은 없었기에 들뜬 마음으로 올라탔다. 아주머니는 땅거미가 뉘엿뉘엿 내려앉는 하늘을 뒤로하고 바라데로의 시원한 밤바람을 가르며 숙소를 향해 액셀을 밟았다.


너무나도 귀여웠던 쿠바의 코코택시


“오늘은 바로 쉴 생각이니? 아니면 따로 계획이 있어?”


그 날이 바로 레닌과 Casa de la Musica에서 처음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친구와 그곳에서 약속이 있다고 대답하니 아주머니는 흔쾌히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했다.


“거긴 바라데로에서 제일 큰 클럽이니까 무조건 꼭 가봐야 해. 분명히 엄청 재미있을 거야. 까사에 도착하면 짐을 풀고 나서 데려다줄게, 괜찮지? 새벽에는 언제든 택시 타고 돌아오면 돼.”



쿨한 신세대 엄마와 대화하면 이런 느낌일까.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까사에 도착하자 간단히 이것저것 설명을 마치고는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어딘가 묘하게 인상 깊은 부부였다. 호리호리하고 강한 인상을 가진, 시원시원한 성격의 아주머니와는 반대로 아저씨는 그저 푸근하고 어찌 보면 바보 같을 정도로 자주 웃으며 다 맞춰주는 느낌이었다. 입을 수줍게 벌리며 세상 걱정 없는 듯 바보 미소를 보여주던 아저씨 덕분인지 모든 게 편안하게 느껴졌다. 에어컨 빵빵하고 넓은 개인실에 들어가서 영어로 된 안내문을 읽고 있자 아저씨는 시원한 과일주스를 내왔다. 아저씨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면 또 그 바보 웃음을 보여주고는 바로 아주머니를 불러와 통역을 부탁하곤 했다.



아주머니는 클럽까지 나를 태워다 주며 즐겁고 안전하게 놀다 오라고 신신당부하고는 다음날 아침 굉장한 요리 솜씨로 나의 해장까지 도와주셨다. 사실 간단해 보이는 치즈 오믈렛 요리였는데도 다른 까사들과는 달라서 아직까지 기억에 선명히 남을 만큼 맛있었다. 방도 편하고 조식마저 맛있으니 바라데로의 까사는 쿠바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숙소로 남았다. 그 후 여행을 계속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바라데로에 갈 예정이라고 하면 무조건 여기부터 추천해줬을 정도니까. 바라데로를 떠난 직후에 내가 손님을 둘이나 더 보내주자 아저씨는 연신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따스하고 편안한 기억에 오히려 감사한 건 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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