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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예 Nov 12. 2020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아프리카 종단기 5. 우간다

슬럼가, 그리고 교통체증

모로코에서 남아공까지 100일:
세계일주 200일 차에 모로코를 통해 도착한 아프리카 대륙.
300일 차에 남아공에서 비행기를 타기까지, 딱 100일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다.

    




진자, 우간다


음식이 참 맛있고 저렴했던 우간다의 첫 도시는 나일강 발원지가 있는 진자. 이집트는 못 가봤지만 어쨌든 나일강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란 마음으로 나일 스페셜 맥주를 들고 여유를 즐겼다. (맥주는 애석하게도 맛없었다) 펍에서 멍하니 TV를 보고 있는데, 우습게도 강남스타일이 나오더라.


진자에서는 학교를 운영 중인 하킴네 집에서 카우치를 했다. 그에겐 딸 셋과 아들 하나가 있었는데, 엄마 대신 집안일을 하는 첫째 딸 외에는 하나같이 어리고 철없는 아이들이라, 자꾸 내 휴대폰을 뺏어가 배터리가 다 닳을 때까지 쓰기 일쑤였다.


"스카이~ 핸드폰 어디 있어?!"


없는 척 숨겨두면 끈질기게 캐묻던 녀석. TV로 나오는 방송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질 않나, 콧구멍을 확대해서 찍질 않나... 마을 이장인 하킴이 잘 사는 편인데도 아이들이 휴대폰에 익숙하지 않다는 게 참 생소하더라. 아직까지 휴대폰보다는 색칠 공부, 알파벳 공부로 시간을 때우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나일강에서 마시는 나일 스페셜 맥주



캄팔라, 우간다


"혹시 슬럼가에 가봤니?"


"슬럼가? 못 가봤는데... 거기 위험한 거 아니야?"


"음, 그렇긴 한데, 현지인이랑 같이 있으면 괜찮아. 내가 데려가 줄까?"


캄팔라에서 만난 우간다인 스티븐은 시내 구경을 시켜주다가 문득 슬럼가에 데려가 주겠다고 제안했다. 호기심이 동한 나는 당연히 승낙.


슬럼가. 정말이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긴장된 몸을 감싼 채 쓰러져가는 판잣집들이 줄지어 있는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니 다 해진 우스꽝스러운 옷을 걸친 아이들이 흙탕물 위로 망아지처럼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길이 안 보이는데 진흙탕 위에 놓인 판자 떼기를 가리키며 이게 길이란다. 꼬마들이 무중구(외국인)를 외치며 놀리길래 뭐라고 받아치면 좋냐고 스티븐한테 물었더니 그냥 조용히 있으란다. 슬럼가를 빠져나와서야 스티븐 본인도 약간 쫄아 있었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안에서 카메라를 들었다가는 싸늘한 눈으로 날 쳐다보던 주민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빠져나온 다음에야 몰래 휴대폰으로 재빨리 한 장 건진 게 이 사진이다.


슬럼가 입구.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허름한 판잣집들이 질서 없이 늘어서 있다.


스티븐은 이 외에도 흥미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해 주었다. 나중에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기도 했다. 또, 이곳에선 남자들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집안일을 해줄 아무 여자나 골라 결혼하는 게 관습이라며, 형제 중에서 그런 걸 싫어하는 본인만 미혼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어릴 적, 그렇게 어머니에게 모든 걸 맡겨버리고 도망간 아버지를 봐서 자신은 그렇게 하기 싫다며.


스티븐과 헤어지고 버스 정류장을 찾았더니 아래와 같은 모습이... 교통체증이 어마 무시했던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선 버스보다 많이들 애용하는 게 오토바이 '보다보다'였다. 신속하고 저렴하게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긴 했지만, 교통체증을 뚫는답시고 레이서 급으로 무섭게 달릴 땐 조금 심장이 쪼그라들었던.


태어나서 본 가장 혼란스러운 버스 정류장. 대체 어떻게 내가 탈 버스를 찾아야 하는 건지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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