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헛소리를 끄적이는 중입니다 - 2편
얼마 전 인터넷에서 사람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면 과거를 자꾸 돌아보게 된다는 글을 읽었다. 그 말을 듣는데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는 기분이었다. 딱 지금의 내 모습이었으니까. 요즘의 나는 얼마 안 되는 과거의 영광을 곱씹기도 하고 과거에 내가 잘못했던 일을 분 단위로 리와인드하며 내가 얼마나 못난 사람인지 되새기기도 한다. 그 어느 쪽도 내게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과거에 묶여 있다.
어릴 적의 나는 미래 속에 사는 편이었다. 스무 살의 나, 서른 살의 나. 당당하고 무엇이든 멋지게 해내며 내가 원하는 건 모두 손에 쥔 그런 자신. 내 머릿속은 빛나는 나로 가득했다. 외롭고 힘이 들 때면 난 늘 미래의 나를 불러냈다. 그러면 눈앞에 놓인 현실이 얼마나 무거운 것이든 이겨낼 수 있었다. 언젠가 나는 꼭 행복해질 테니까. 그러니까 지금의 이 불행은 내게 견딜 만한 것이었다.
그 습관은 그 이후로도 꽤 오래 지속되었다. 스무 살의 내가 불만족스러울 땐 스물하나의 나를, 스물하나의 내가 싫어질 땐 스물다섯의 나를, 스물다섯의 내가 미워질 땐 다시 서른 살의 나를 불러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상상 속의 내가 절대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꿈꾸던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이 넓은 간극을 좁힐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였다. 과거 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한 때는.
나는 이제 멋진 미래의 나를 꿈꾸며 설레기보다 과거에 잃어버린 순간들을 후회하며 산다. 과거엔 그렇게 힘들었던 것들이 괜히 청춘의 한 조각으로 보이고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과거의 나와 닮은 누군가를 보며 ‘그때가 좋을 때지’ 하며 꼰대(?) 아닌 꼰대 같은 말을 내뱉고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를 상상한다.
스스로도 이런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지 알고 있다. 어디든 도망갈 곳이 필요했던 나는 새로운 노력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기보단 별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과거 속으로 숨는 것을 택했다. 나는 많이 지쳐 있고 아직은 좀 더 쉬어도 괜찮다며 되지도 않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나는 언제쯤 현재에 살 수 있을까. 나는 언제쯤 지금의 나를 마주할 수 있을까. 길을 알고 있으면서 선뜻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자신이 참으로 바보 같다. 나는 여전히 도망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