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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삼오 May 20. 2021

[단상] 어떤 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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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쓰는 것이

역시

나의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나는 이 공간으로 돌아온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 나는.

세상이 말하는 사람을 따른다는 건(적어도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나는 아주 소시민이라

사실 세상의 필요나 선호엔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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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이 수다스러워졌고 덜 참으며 여전히 약간 우울하다.

그러므로 이것은 그저 생존이다.

그게 사실의 전부다.


-

어떤 과거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조각이 맞추어지고 더 선명해지기도 한다는 걸

내 삶에서 과거가 길어질수록,

복기하는 과거와 폐기하는 과거가 쌓여갈수록 더 잘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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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나의 삶이 나로 가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기를 찾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마음이 산란하고 아팠던 때에

나는 여지없이 나의 동굴, 나의 안식처,

나로 돌아온다.

나 아닌 어떤 사람도 나를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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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순수하고픈 불순한 열망을 내가 언제까지 간직할 수 있을까.

나의 순수는 어디에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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