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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Feb 24. 2023

눈부신 진주만

하와이 여행 여섯번째 이야기

하나우마베이 예약 성공기

이 날을 위해 무려 노트북까지 챙겨 갔다. 짐 많은거 딱 싫어하는 내가. 간혹 핸드폰으로는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가지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철저하게 준비했다. 이용을 원하는 날 2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한데 월요일, 화요일이 휴무이기 때문에 우리는 갈 수 있는 날이 수요일 뿐. 그래서 이틀 전인 월요일 아침 7시에 반드시 예약에 성공해야 한다.

왜 꼭 예약을 해야하는가? 하면 이렇게 아침 7시 오픈하자마자 바로바로 솔드아웃이 되기 때문이다. 7시가 되기 전 미리 가서 줄서면 워크인 티켓을 구할수 있다고도 하지만 금방 매진되고 실제로 워크인 티켓을 구하고 입장 시간까지 많이 남아서 땡볕 아래서 기다리는 분들을 보니 반드시 예약을 하고 가는것이 좋겠단 생각이다. 10분 단위로 있으니 모두가 클릭하는 7시보다는 7시 10분이나 20분, 애매한 40분을 먼저 공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바로 예약에 성공하기 위해 한국에서 미리 회원가입도 해놓고 현지 시간에 맞춰서 결제 직전까지 클릭해보며 연습도 해보았다. 입력해야 하는 정보들은 바로 복사해서 붙여넣을 수 있도록 따로 저장도 해 두었다.

그리도 드디어 월요일 아침 7시. 두둥.

그런데 어라? 운이 좋았던 건지 의외로 크게 어려움 없이 원하던 7시 첫 타임에 예약을 성공했다. (이렇게 힘들게 예약하고 결국 당일날 길을 잘못 들어서 제시간에 도착 못해 약간 짜증이.)

https://pros7.hnl.info/hanauma-bay


오늘은 드디어 붕붕이가 생기는 날. 전 일정 렌트를 포기하고 최소한만 빌리기로 결정하면서 차에 욕심내지 않고 딱 우리 네 식구 탈만한 가장 저렴한 compact로 선택했다. 하와이에서 오픈카를 타고 72번 국도를 달려보고 싶은 로망이 있기는 했으나 엄청난 달러 환율과 물가로.. 다음을 기약하며. 우리가 이용했던 허츠 렌터카는 지점이 여러군데 있어 숙소에서 가까운 하얏트 리젠시 지점에서 픽업할 수 있었다.

오늘은 진주만에 가기로 한 날. 날씨도 화창하고 드디어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나서니 신난다.


진주만(Pearl Harbor)

진주만은 19세기 이전까지 풍부하게 나던 진주를 만들어 내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은 물이 얕기 때문에 원래는 항구로 쓰이지 않았는데, 미군의 방어 기지를 건설하기에 위치가 완벽했고, 1887년 미국은 이 지역에 대한 독점 권한을 획득했다. 준설 작업이 시작되었고 1908년에는 미 해군 기지와 조선소가 건설되었다. 이 조선소는 현재 이러한 해군 시설로써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이전에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던 진주만이 세계 역사 속에서 유명해진 것은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이 '불시의' 공습을 가하여 USS 애리조나를 격파하고, 21개 함대의 미군 전함과 188대의 비행기를 파괴하거나 손상을 입히면서였다. 이 공습으로 미군 측의 사망자는 2,403명에 이르렀으며, 미국은 본격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사망자 중 거의 절반은 USS 애리조나의 승무원이었다. 철갑 폭탄에 맞은 탄약고가 폭발했던 것이다. 이 거대한 전함의 잔해는 오늘날에도 진주만의 투명한 녹색 물 밑으로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1941년 12월 이른 아침에 벌어진 대학살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유령 같은 모습이다.

진주만은 여전히 해군 기지와 조선소가 분주하게 활동하며 태평양의 보초 역할을 하는 곳으로 남아 있다. 이곳은 또한 미군을 세계대전에 밀어 넣은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생명을 잃은 군인들의 무덤이자 추모소이기도 하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 2009. 1. 20., 리처드 카벤디쉬, 코이치로 마츠무라, 김희진]

제2차 세계 대전 태평양의 용맹(USS 애리조나 기념지), 미주리 전함 기념지, USS 보우핀 잠수함 박물관 & 공원, USS 오클라호마 기념지 및 태평양 항공 박물관의 다섯 곳으로 구성되어 있는 곳.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다 둘러보려면 하루도 모자란다고 한다. 아이들과 꼭 한번 가보고 싶었으나 하루를 전부 할애하기에는 부담스러워서 고민 끝에 우리는 미주리 전함만 가보기로 했다.

https://ussmissouri.org/


작은 가방도 소지할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알고 갔기에 짐 없이 들어갔다. 만약 가방이 있다면 맡길 수도 있지만 가급적 차에 두고 가는 것이 좋겠다. 들어가면 우선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된다. 이른 시간임에도 줄이 꽤 길다. 그리고 매우 덥다. 안에 매점도 그닥이고 매우 비싸니 물을 넉넉히 가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미주리 전함 기념관 (Battleship Missouri Memorial)  

1945년 9월 2일, 미주리 전함의 서렌더 데크에서 맥아더 장군이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들임에 따라 제2차 세계 대전은 종지부를 찍습니다. “마이티 모”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전함은 현재 진주만의 배틀쉽 로에 있으며, 세 번의 전쟁과 50년의 활약상을 보여 주는 살아 있는 박물관입니다.

축구장 3개 크기에 20층에 달하는 6만톤 규모의 전함, 이 전함에서 가장 놀라운 기능인 거포는 1,224kg의 포탄을 37km까지 쏠 수 있는 40cm 함포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USS 미주리 전함 (Battleship Missouri)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뉴욕 브루클린 해군 공창에서 건조되었습니다. 1944년 1월 29일에 진수해 1944년 6월 11일 미국 미주리 전함으로 활약을 시작하게 됩니다.

미주리 전함의 사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배수량 4만 5천톤, 폭 33.5m, 길이 270.4m, 흘수 11.6m, 승무원 1921명, 속력 33노트, 16인치(406mm) 주포 9문, 5인치(127mm) 부함포 20문, 40mm 대공포 80문, 20mm 대공포 40문 등으로 미 해군이 건조한 네 번째 아이오와급 전함이며, 자매 전함으로는 아이오와, 뉴저지, 위스콘신 전함이 있습니다. 미주리 전함의 번호는 BB-63으로 위스콘신 전함보다 더 크지만,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완성된 전함이자, 마지막으로 퇴역한 전함이기도 합니다.

6.25전쟁을 비롯해 베트남전쟁, 세계2차대전, 페르시아만 전쟁까지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은 미주리 전함, 특히 2차 세계대전 종료를 알리는 의식이 전함의 갑판에서 열렸습니다.


실제로 갑판 위에 그 '항복문서조인식장'이 보존되어 있다. 1945년 9월 2일 도쿄만 내에 정박한 전함 미주리호 위에서 맥아더 장군을 비롯한 연합군측과 일본 왕과 정부를 대표하는 시게미쯔 외무대신 사이에 항복문서 조인식이 진행되었으며 이로써 제2차 세계대전은 종결되고 대한민국은 해방을 맞이했다. 그 역사적인 장소에 서 있다니. 당시에 서명했던 종이와 펜까지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카미카제 공격지점도 보존되어 있다. 자살 공격기라니. 대체 어떤 마음으로 뛰어들었을까. 더 대단한 것은 결국 미주리호에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하고 추락하게 되었는데 미군이 그 시신을 거둬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죽은 사람은 적군이 아니라며.

6.25 한국전쟁에도 실제로 참전하여 우리를 도와준 고마운 전함. 정말 우리나라와 인연이 많은 전함이구나. 실제 전함이라니 다시 한 번 숙연해지게 된다. 과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배 윗부분에 올라가면 바람이 꽤 분다. 뜨거운 햇빛 때문에 쓰고 갔던 모자가 바람에 휙 날아갈 것만 같아 꼭 붙잡고 있었던.

커다란 배를 대충만 둘러봐도 두 시간 이상은 훌쩍 지나간다. 아래로 내려가서 내부로 들어가보면 여러가지 기록과 물건들 뿐 아니라 실제 사용되었던 공간들도 모두 잘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전쟁에 대한 기록도 있다. 침실, 식당(메뉴판을 보니 꽤 훌륭한 식사가 제공되었던 듯), 교육실, 책상(그 시절 컴퓨터가 있었다니!) 그리고 우체국.. 얼마나 많은 애절한 사연들이 저 우체통을 통해 전해졌을까..


눈부신 햇빛, 너무나 파란 하늘 아래 마음 한쪽이 더욱 아파왔던. 이국 땅에서 만난 세계대전과 우리나라 전쟁에 대한 역사의 아픈 기억. 돌아오는 셔틀에서 밖을 내다보며 항공 박물관도 재밌어 보인다는 첫째군. 아쉽긴 하지만 극기훈련이 아니다보니, 아직 북쪽 해변으로 갈길이 멀다보니,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제 북쪽으로 올라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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