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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Feb 21. 2023

안녕, 거북이

하와이 여행 다섯번째 이야기

기대하고 기대하던, 거북이 만나러 가는 날. 아침 일찍 배타는 곳에 도착하자 마자 무지개가 반겨 주었다.

처음 하와이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자동차 번호판이다. 무지개가 그려진 번호판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화와이에서는 정말 무지개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이 곳의 무지개는 유독 파스텔 톤에 가깝고 그래서인지 더 평화롭고 예뻐 보인다. 햇빛을 가득 받아서 그런 걸까.

무지개의 도시


바다에서 거북이를 보면서 스노쿨링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미리 예약해 두었다. 과연 거북이들을 많이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잠시, 배가 출발하자 마자 금방 거북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유유히 헤엄치는 도시의 거북이. 점점 멀어지는 높은 건물들과 함께 보이는 도시의 거북이들은 또 다른 느낌이다.

스노쿨링 장비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바다에 들어간다. 장비를 모두 대여해 준다고 했지만 혹시 몰라 아이들 구명조끼는 챙겨갔는데 챙겨가기를 잘 한 것 같다. 물을 무서워하고 수영을 못하는 나는 내 구명조끼도 챙겨올 것을 몹시 후회했다. 물에 뜨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간단하게 생긴 대여용 보다 커다란 내 구명조끼가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진행해주시는 분들이 거북이가 보이면 알려주시고 그 쪽으로 데려가 주기 때문에 잘만 따라다니면 거북이를 실컷 볼 수 있다. 귀여운 거북이들과 함께 하는 스노쿨링. 단, 하와이에서는 이 거북이를 멸종위기 동물로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어서 가까이 가서 만지거나 먹이를 주면 엄청난 벌금을 내게 된다고 하니 절대 주의해야 한다.

거북이를 실컷 구경하고 나서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간단한 액티비티들도 체험해 보았다. 수영을 잘 하는 첫째군 뿐 아니라 전혀 못하는 둘째군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바다에서 안나오고 놀던 것은 둘째군 이었으니, 올 여름에는 수영을 가르쳐 봐야겠다. 물에서 나오면 꽤 춥기 때문에 두툼한 타월을 챙겨 갈 것을 추천한다. 물놀이 후 먹는 라면은 꿀맛. 인원이 많다 보니 펄펄 끓는 물로 먹기는 어렵고 생라면과 익은라면 그 중간쯤에서 적당히 먹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참 맛있게 먹었던 컵라면과 무스비.

오후에는 다시 와이키키 해변에 나가 보았다. 맑았던 아침과 달리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잠시 비가 내렸다. 해변에서 잠깐 물놀이를 즐긴 후 알라모아나센터에 구경가기 위해 씻고 나왔다.


예쁜 핑크 트롤리. 드디어 트롤리를 타본다. 오아후 섬 전체를 아우르는 교통 수단인 트롤리는 4개의 노선이 있는데 색깔로 구분할 수 있다. 블루 라인을 타면 동쪽 해안선을 따라 와이키키비치에서 하나우마베이까지 갈 수 있다. 다이아몬드헤드와 카할라몰 쪽으로 가려면 그린 라인을 타면 되고 하와이의 주요 문화 관광지인 박물관, 궁전, 차이나타운 등을 가보고 싶다면 레드 라인을 타면 된다. 그리고 가장 유용한 노선인 핑크 라인.

핑크 라인은 순환선인데 와이키키에서 알라모아나까지 주요 호텔들을 대부분 경유하며 운행한다. 여행 초반에 한 번 타보면 와이키키 호텔들과 쇼핑몰들의 전체적인 위치와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어 좋다. 트롤리를 이용하기 위해 패스를 구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는 핑크 라인만 이용할 계획이었기에 JCB 카드를 미리 준비해 갔다. 이 카드 한 장이면 4명까지(본인포함 어른2+어린이2) 핑크트롤리를 무료로 탈 수 있다. 비자, 마스터 같은 종류 중 하나이기에 여러 카드사에서 발급이 가능하므로 연회비 조건 등을 비교해 보고 준비하면 된다. 기사님에 따라 카드 소지 여부, 유효기간 등을 일일이 확인하는 분도 있었으니 유효기간이 지난 카드는 안된다고 보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

https://waikikitrolley.com/

정확한 노선은 위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략 와이키키에서 탄다면 듀크 동상 근처에서 트롤리를 타려는 긴 줄을 볼 수 있다. 생각보다 핑크색의 트롤리가 아닌 주황색의 2층 버스에 가깝기 때문에 '어? 저게 맞나?' 하고 생각했지만 맞다. 어차피 저렇게 생긴 교통수단은 핑크트롤리 뿐이니까.

 

트롤리가 도착하고 긴 줄의 뒤편에 서 있었기에 탈 수 있을까 걱정을 했으나 다행히도 2층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일행이 좀 떨어져 앉게 되더라도 워낙 정차하는 곳이 많아 금방 자리가 나게 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와이키키 시내를 한눈에 구경하니 무척 재미있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자 슬슬 잠이 온다. 꾸벅꾸벅 졸다가 깨다가 하면서 목적지인 알라모아나 센터(Alamoana Center)까지 갔다.

세계 최대의 야외 쇼핑몰, 알라모아나 센터. 350개가 넘는 매장이 입점해 있으며 미국 유명 백화점을 비롯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하와이 로컬 브랜드, 편집숍까지 한데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은 아주 넓기 때문에 미리 동선을 생각해 두고 쇼핑몰 내에 구비되어 있는 지도를 이용해 확인하면서 움직이는 것이 좋다. 우리는 바로 오레오 카페(OREO Cafe)부터 가보았다.

전 세계에 딱 두 곳 있다는 오레오 카페. 그 중 하나가 이 곳 알라모아나 센터에 있다. 음료도 판매하고 귀여운 굿즈들도 판매하고 있다. 비싸고 맛있고 달고 시원한 오레오 음료 두 잔을 사서 나눠먹은 후 바로 옆의 캔디 가게 잇츠슈가(It's Sugar)도 함께 구경했다. 알록달록 귀여운 달달이들이 가득한 곳. 하지만 형님들은 이제 좀 컸다고 시들한 분위기이다. 아가들이 오면 천국이라 느낄법한 곳이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니, 쇼핑이 싫은 세 남자는 얼른 살 거 사고 가자고 한다. 나는 사는 것 보다도 구경이 목적인데.. 서둘러 타겟(Target)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와이 기념품 자석, 미니 로션 등을 사고, 스타벅스 텀블러를 사기 위해 들렀으나 때를 잘 못 맞춰 간 것인지 생각보다 물건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기념품은 월마트가 조금 더 많았던 것 같고, 스타벅스 텀블러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찾을수가 없었다. (이후로도 여러 번 여기저기서 찾아 헤메다가 실패하고 결국 공항에서 잔뜩 샀다는..)

쇼핑센터 문 닫는 시간이 8시로 알고 있었는데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상점들은 군데군데 벌써 문 닫은 곳이 많았다. 결국 가보고 싶던 매장들 거의 가보지 못하고 문닫힌 가게 앞을 기웃거리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왔다. 이번 여행은 쇼핑과는 참 인연이 없다. 다시 2층 트롤리를 타고, 시원한 와이키키 밤 거리를 즐기며 돌아왔다.

저녁 식사는 미리 예약해 두었던 아웃리거 호텔의 훌라 그릴(Hula Grill). 웬만한 식당들, 특히 저녁시간은 미리 예약을 해놓는 것이 좋다.  출발 며칠 전에서야 예약을 했더니 이미 인기있는 선셋 타임은 마감되어서 늦은 시간으로 예약을 했다. 그래도 창가 자리로 배정을 받아서 1층 듀크스(Duke’s)에서 하는 공연을 들으며 분위기 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해변 산책. 별이 정말 많았다. 천문대 수업을 듣는 첫째군한테 어떤 별자리가 보이냐고 물어보니 항상 수업들으며 보던 밤하늘과 달리 별이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다고?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하나우마베이 예약을 해야 하는 날이다. 알람을 여러 개 맞춰놓고 잔뜩 긴장한 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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