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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Feb 18. 2023

토요일 밤의 와이키키

하와이 여행 네번째 이야기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 휴식을 한 후 드디어 비치로 나왔다. 도착한지 24시간 만에 드디어 제대로 만난 와이키키 비치.

Waikiki Beach

하와이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명소. 서쪽의 카하나모쿠 비치를 시작으로 동쪽의 카이마나 비치까지 약 3.2km 해변. 쉐라톤프린세스카이울라니에서 작은 길 하나만 건너면 모아나 서프라이더 호텔이고 그 바로 앞에 와이키키 비치가 있다. 수영복을 입고 얼마든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 돗자리를 가져가야 할까, 비치 파라솔이 필요하려나, 출발 전에는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가보니 다 필요 없다. 비치타월 한 장이면 된다. 한 장으로 둘둘 감고 있다가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또 둘둘 감으면 그만. 누구든지 그냥 편하게 타월 한장 깔고 누워 있는 분위기다.

반짝반짝 너무나 아름다운 와이키키. 그런데 생각했던것 보다는 파도가 꽤 세다. 준비해갔던 튜브, 특히 어린이 튜브는 어림 없다. ABC 마트 밖에 쌓여있는 무식하게 커다란 튜브가 왜 필요한지, 바다에 한 번 들어가보고 바로 깨달았다. 무조건 그 튜브를 사야한다. 와이키키의 파도를 신나게 즐기려면.

전날 밤 첫째군과 둘이 우버 타고 월마트에 갔을때 낑낑거리며 사들고 온 하프보드는 남편이 잘 갖고 놀았다. 저 보드는 예쁘기도 하고, 돌아올 때 수하물 한 개로 편하게 부칠 수도 있으니 관심 있으면 기념품 삼아 하나 사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막상 우리는 타고 놀기보다 돗자리로 더 많이 쓰긴 했지만.

확실히 어린 아이들이 놀기에 와이키키는 편한 바다는 아니다. 아이들이 어리다면 알라모아나 쪽의 잔잔한 비치가 좋을 것 같다. 파도에 휩쓸리지 않을 정도의 키와 몸무게가 되어야 들어가서 놀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둘째군은 와이키키에서는 거의 해변에 앉아서 타월을 뒤집어쓰고 나와 함께 감자칩을 먹으며 해변을 즐겼다.

해변에서 신나게 놀고 호텔로 돌아오다 보니 거리는 이미 토요일 밤의 축제를 준비하느라 한창이다. 와이키키 거리는 차없는 거리가 되었고, 여기저기 무대가 설치되고 있었다.

호텔 수영장은 작고 아담하고, 깊다. 여기서는 튜브를 사용할 수 없기에 구명조끼가 필요했다. 둘째군은 와이키키 해변보다 호텔 수영장을 훨씬 좋아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맥주 한 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마무리한 후 씻고 나오니 거리가 시끌시끌 해졌다. 서둘러 밖으로 나와보니 바로 앞 모아나서프라이더 호텔 앞을 비롯해서 여기저기 공연이 시작되었다. 꼬치구이 냄새가 솔솔. 아침에 파머스마켓에서 본 것처럼 다양한 현지 음식을 파는 노점들 뿐 아니라 하와이의 상징인 흰 꽃 모양의 머리끈, 반지 등 악세사리를 파는 가판대 들도 여기저기 설치되었다.

우선은 저녁식사를 해야했기에 쇼핑몰로 가보았다. 서로 음식 취향이 매우 다르다 보니 각자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는 푸드코트로. 나는 궁금했던 포케(Poke)를 주문해 보았다. 이것은 바로.. 회덮밥 이구나. 주문을 하면 바로 즉석에서 만들어주는데 싱싱한 회가 들어가 있으니 맛이 없을 수가. 나는 연어가 들어간, 첫째군은 참치가 들어간 포케를 골라 보았다. 뜨거운 국수를 좋아하는 남편과 둘째군은 쌀국수를 선택했다. 하와이에서 좋았던 건 미국령임에도 아시아 음식이 매우 다양하고 어디에 가나 쌀밥을 구할 수 있고, 거기에 다양한 해산물 요리까지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포케의 역사는 하와이에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고대 하와이 사람들이 갓 잡은 싱싱한 생선을 바다 소금, 해초, 으깬 이아모나 등에 버무려 즐긴 것이 포케의 시작이라고 한다. 포케가 하와이의 대표 음식으로 발전한 것은 새로운 이주민들의 입맛을 반영해 변화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에서 출항한 배가 하와이 항구에 도착했을 때 선원들은 연어를 소금과 바꾸었다. 중국과 일본에서 이민자들이 몰려왔을 때는 간장과 참기름도 함께 들어왔다. 이렇게 이민자 그룹이 들어올 때마다 하와이 요리에 각기 자신들의 음식을 더했고, 그에 따라 포케의 종류가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지금은 포케 가게에서 아히 리무(해초)와 매운 아히 포케뿐만 아니라 김치 쉬림프, 후리카케 연어, 미소 타코(문어), 피피카울라(육포), 심지어 포르투갈식 염장 대구로 만든 포케까지 맛볼 수 있다.

포케의 다양한 형태 중 내가 먹은 음식은 포케볼이다. 접시 한가운데 수북이 담긴 밥 덕분에 한끼 식사가 되는 음식이다. 이것은 미국 전역에서 판매하는 포케 볼과는 핵심적인 차이가 있는데 첫째, 하와이의 포케는 신선한 해산물에 풍미가 생기도록 단 15분이라도 드레싱에 재워 둔다. 둘째, 퀴노아, 닭고기, 채썬 호박, 콜리플라워, 옥수수, 케일, 죽순, 망고, 오렌지 슬라이스, 아몬드 등 하와이 특유의 토핑이 더해진다는 점이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공연이 한창이다. 아, 여기는 진짜 코로나가 끝났구나. (22년 9월이기에, 거리에 사람이 밀집된 것은 상상할 수 없으며, 마스크 벗는 것조차 어색했던 시기였다.)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처럼(다른 세상이 맞기는 하지) 낯설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 공연을 자유롭게 구경하던 것이 대체 언제적 이던가. 오랜만에 만난 세상은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더해준다. 신나는 와이키키의 토요일 밤.

숙소로 돌아와서 잠이 들 때 까지도 밖에서는 둠칫둠칫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굉장히 예민한 편이라, 밖이 시끄럽거나 밝으면 잠을 못 자는 성격인데 이상하게 이 곳의 소음은 즐겁다. 음악을 따라 흥얼거리며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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