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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Feb 15. 2023

와이키키의 밤

하와이여행 두번째 이야기

도착하자마자 첫째군 서핑 강습을 보내고 (이것은 극기훈련?) 그대로 둘째군과 침대에 쓰러져 잤다.

천천히 여행을 즐기기보다 쉬지 않고 돌아다니는편이지만 이제는 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 체력의 한계가 느껴진다. 일단 한 잠 자고 시작해야겠다.


오후에 슬슬 나와 둘째군과 쇼핑몰을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이녀석은 한발자국도 걷지 않겠다고 버티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일단 커다란 빙수부터 한그릇 먹였다. 로얄 하와이안 센터에 있다는 아일랜드 빈티지 쉐이브 아이스(Island Vintage Shave Ice). 미리 찾아두었던 맛집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이것은 가게가 아니라 길거리 가판대(?) 이다. 더 놀랐던 것은 그럼에도 무척 깔끔하고, 아이패드로 주문을 받는 시스템. 그리고 진.짜. 비싸다. 뭘 먹어볼까 골라 볼 없이 녀석이 선택한 빙수에 조용히 숟가락을 얹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2층에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Island Vintage Coffee) 매장이 있고 거기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여기는 아사이볼도 유명하고, 커피도 맛있고 로꼬모꼬와 에그베네딕트 같은 푸드 메뉴들도 맛있다 하니, 못하는 게 없는 곳이네.

기대했던 스누피 샵을 비롯해서 몇 군데 둘러보다 보니 벌써 서핑이 끝나고 출발한다고 한다. 쇼핑몰을 신나게 휩쓸 생각이었는데.. 낮잠을 너무 오래 잤나보다. 서핑하신 분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배고프다고 난리칠테니 바로 앞에 있는 ABC 마트에 들어가서 무스비를 몇 개 샀다. 지도를 보며 무스비 맛집을 찾아가기엔 덥고 지쳤기 때문에 일단 가까운 곳에서 간단히 사자. 어디에나 있고 없는게 없는 ABC 마트. 다행히 서핑에서 돌아온 첫째군은 덥썩 집어 곧바로 흡입. 맛있다고 한다.


마우이브루잉컴퍼니(Maui Brewing Co.)에서 첫 저녁을 먹었다. 도무지 적응이 안되는 대기 시스템. 전화번호를 남겨 놓고 연락이 오면 가면 되는데, 우리는 불안해서 앞에서 기다림. 조금 이른 시간이라 금방 자리가 났다. 넓은 공간에 2층 창이 시원하게 열려 있어서 와이키키 거리도 내려다 보이고 분위기가 좋았다.

세상에. 첫째군은 밥을 먹으면서 자는 신기한 재주를 부렸다. 한입먹고 자고 한입먹고 자고.. 그래.. 너 아기때도 그랬었어.. 졸면서도 끝까지 우유병을 놓지 않고 한모금 마시다가 자다가 하던 녀석.. 밤새 비행을 하고 내리자마자 서핑을 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공연을 하는 식당이었는데 이 시끄러운 곳에서 곤하게 잘도 잔다. 우리는 시원하게 마우이 맥주 한 잔.

여기서 저녁식사를 한 이유는 바로 같은 건물에서 훌라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매주 월, 수 금 저녁에 인터내셔널마켓플레이스에서 훌라 댄스 공연을 한다. 무료로 관람 가능한 훌라 공연을 보는 것도 하와이 여행의 묘미 중 하나. 신나고 재미있는 공연을 보며, 드디어 하와이에 왔음을 느끼며, 첫째날 밤을 즐긴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 이런 무료 공연은 곳곳에 많음)

공연이 끝나고 서둘러 해변으로 향했다. 이 날은 바로 불꽃놀이를 하는 금요일 이었기 때문이다. (바쁘고 바쁜 금요일. 여행 일정에 금요일이 포함되도록 짜는 것을 추천). 도착하자 마자 모든 일정을 이토록 빠짐없이 소화하다니. 이것은 휴양인가 극기훈련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됨. 그래도 이왕 어렵게 온 거 즐길 건 즐겨야지. 불꽃놀이는 힐튼 호텔에서 하는데 와이키키에서 해변을 따라 걸으면 갈 수 있을 것 같아 따로 교통편을 생각해두지는 않았으나 막상 걷다 보니 생각보다 꽤 지쳐서 결국은 적당히 중간 쯤에 멈춰서 감상하기로 했다. 불꽃놀이를 확실하게 즐기려면 정확하게 힐튼 쪽으로 이동할 것. 하지만 멀찌감치 떨어진 와이키키 해변에서 바라본 불꽃놀이도 나름 괜찮았다.

아름다운 와이키키의 밤. 이렇게 길고 길었던 첫째날이 지났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즐겨보자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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