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 첫번째 이야기
꼭 가보고 싶은 세 곳이 있었다.
파리, 뉴욕, 그리고 하와이
그 마지막 로망의 실현에 관한 이야기이다.
몇 년만의 국제공항. 이곳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북적거리고, 시간에 쫓기고, 마음은 바빴던.. 하지만 출발하던 날 평일 저녁시간의 인천공항 제2청사는 '이곳이 공항인가?' 싶게 낯설도록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텅 빈 라운지.
심지어 살인적인 환율 덕분에 쇼핑 덕후인 내가 면세점에서 물건도 사지 않고 구경조차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되었으니, 이번에는 이렇게 오롯이 비행 전의 여유를 즐겨보자.
그래, 여행이란 이런거지
7시간의 비행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진 않았다. 기내식을 먹고 싶다던 아이들. 이제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기에 키즈밀이 제공되지 않는 첫째군은 혼자 헤드폰 쓰고 보고 싶은 영화 실컷 보면서 오랜만의 장거리 비행을 한껏 즐겼다. 비행기에서 라면 먹는게 최고 행복인 둘째군 또한 이제 더이상 힘들다고 징징거릴 나이는 아니다. 조용히 할일 하면서 여행을 즐기는 어린이.좌석도 여유 있어 모두가 편하게 다리뻗고 올 수 있었던, 너무나도 쾌적한 비행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비행기는 구름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Hawaii
이름도 예쁜 그 곳에 드.디.어. 왔다!!
공항도 참 예쁘다.
밖으로 나가는 길다란 통로에 전시되어 있는 알록달록한 예쁜 그림은 이 도시의 예술적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벌써 신이 난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 창밖으로 에버랜드 입구에서 본 듯한 커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니 택시 기사님께서 설명해 주셨다.
저 나무는 줄기가 땅에 닿으면 다시 자라나요.
반얀트리(banyan tree). 생긴 것 만큼이나 신비한 나무다. 나무가지 사이에서 실처럼 내려오는 갈색 줄기가 땅에 닿으면 튼튼한 뿌리가 되어 다시 그 나무를 지켜준다. 그 가지가 뻗어 있는 범위가 무려 2,700제곱미터나 된다고 한다. 뜨거운 하와이의 태양 아래 낮 동안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니, 주로 이 나무 밑에서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하곤 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것 같다 했더니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그 나무라고 한다.한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루게 되는 신비한 나무.
와이키키에 숙소를 잡았다. 모든 물가가 비싸지만 그와중에 주차비는 정말 비싸고 아깝다고 느껴져서 렌트를 최소한만 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숙소와 바다가 가까워야 하기에 비치 근처로 숙소를 잡고 싶었다. 하지만 호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으니. 결국 차선책으로 바다에서 한 블럭 정도 뒤로 물러선, 그렇지만 도보로 이동은 가능한 나름 합리적인 숙소를 선택했다. 그렇게 선택한 우리의 숙소는 ‘쉐라톤프린세스 카이울라니(Sheraton Princess Kaiulani)’ 호텔. 이름도 어려운 이 호텔은 하와이의 마지막 공주였던 빅토리아 카이울라 공주가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카이울라니 공주의 초상화가 우리를 반겨준다. 세월의 흔적이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작고 아담한 호텔. 테라스에서 바다도 보이고 위치도 꽤 마음에 든다. 가성비란 이런 것.
여기도 계절이 있기에 나름 가을, 겨울은 선선하다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한낮의 햇빛은 무척 뜨겁다. 숙소에 짐을 놓고 밖으로 나가자 마자 쨍한 더위에 깜짝 놀랐다. 썬크림부터 얼른 사야겠다.
여유가 느껴지는 곳.
차도 사람도 급할 게 하나도 없다. 와이키키 거리로 쭉 이어지는 잘 정돈된 쇼핑몰들. 오래된 관광지라 시설에 대한 기대는 크게 없었는데 깔끔하게 관리된 모습이 맘에 쏙 든다.
서핑 천국이자 쇼핑 천국
명품 거리가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이제 막 명품 이름에 눈을 뜨기 시작한 첫째군은 들어 본 이름들이 여기 다 있다며 간판 읽기에 한껏 신이 났다. 그래, 눈으로 즐기자, 간판만 읽자. 환율만 아니었어도 신나게 쇼핑하는 건데..
꿈꾸던 그 곳에 드디어 왔다.
뾰족한 야자수들이
‘그래 드디어 왔어, 꿈꾸던 그 곳에. 여기가 하와이야’
하며 반겨주는 것 같다.
이제부터 일곱 밤, 잘 지내보자.
반갑다 하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