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파업이라니
며칠 전부터 이알리미에 안내문이 왔다. 이번 주 금요일 급식 파업이 예상되니 도시락을 준비해 달라고. 중딩아이는 반 친구들과 비빔밥을 해먹겠다고 며칠간 열심히 의논하고 있길래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초딩이는 학교에서 빵을 주신다니 삼각김밥 두개정도 싸서 보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도시락을 싸달란다. 아무래도 아직 코로나 상황이고 하니 다같이 비빔밥을 해먹는 것은 허락 해주시지를 않았나보다.
심지어 초딩님도 덩달아 자기도 도시락을 싸가야겠다고 한다. 아니 너는 작년에도 너만 싸가고 친구들은 다 빵 먹었다며... 그런데 친구들도 다 도시락 싸온다 했다며 싸가겠다고 한다. 사실 둘째군은 원래 빵을 잘 먹지 않아서 저녁까지 빵 두개 먹고 혼자 있어야 하는게 좀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도 갑자기 전날 저녁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갑자기 도시락? 반찬도 없는데 뭘 싸지??
엄마 아빠 옛날에 도시락 싸가시던것처럼 해주시면 되요
어머 얘들아.. 그게 무슨 소리니.. 엄마는 급식 세대라고!!
사실 내가 완전한 급식 세대인 것은 아니지만 우리 학교는 급식 시범학교로 초등학교때부터 급식을 했다. 그 당시 급식은 정말 맛이 없었기에 나는 도시락이 훨씬 좋긴 했지만 워킹맘이었던 우리 엄마는 급식을 한다며 너무나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 나도 이렇게 하루만 도시락을 싸라고 해도 전날 잠이 안 올 정도로 부담이니.
급하게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밑반찬도 하나도 없다. 멸치볶음이라도 있었던것 같은데. 부랴부랴 김치참치볶음 하나 만들어놓고, 김치를 그냥 가져가면 오전 내내 김치 냄새를 풍기게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스팸 하나를 잘라놓았다.
그리고 아침 다섯시 반. 부랴부랴 스팸을 굽고 계란 서랍을 열어보니, 늘 30개씩 사서 꽉꽉 채워놓았던 계란 서랍이 텅 비어 있다. 딱 하나가 덩그러니. 안되겠다 이거 하나 부쳐서 티 안나게 반 갈라서 줘야지. 하지만 중딩님은 엄마가 제대로 싸고 있나 보러 나오자마자 계란부터 발견한다.
엄마 계란 크기가 왜 이렇게 작아?
귀신같은 놈. 당췌 이런건 숨길수가 없다.
오랜만에 도시락을 싸려니 도시락 통도 제대로 없고 어디에 싸야할지 모든 통을 죄다 꺼내서 고민하다가 예뻐서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던 요거트 통을 활용했다. 정삼각형 좋아하는 둘째군, 너는 도시락 통도 삼각으로.
그렇게 폭풍같은 아침이 지나고 따뜻한 도시락 두개를 챙겨 놓으니 웬지 모르게 마음은 뿌듯하다. 미리 준비했으면 이것저것 반찬을 좀 더 넣어줬을텐데 아쉬운 마음과 그래도 급하게 해결을 했다는 안도감. 워킹맘에게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한 학교 급식. 부디 잘 해결되어 얼른 급식이 정상화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