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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Mar 02. 2023

드디어 개학

아침먹는 엄마와 아침밥먹는 아이

길고 길었던 방학

무려 두 달의 겨울 방학이 드디어 끝나고 개학이다!!

어찌나 길었던지.. 학교 가는거 싫어하는 집돌이 형제도 마지막 주에는 이젠 좀 학교에 가야될 것 같은 기분이라며 근질거려 했던.

방학내내 두 형님은 밥을 얼마나 먹던지.. 아침에 밥 해놓고 돌아서서 저녁에 또 밥 금세 아침에 또 밥.

매일 출근 전, 7시에 쌀을 씻고 취사를 눌러놓고 나와야 했던 시간들. 예쁘다는 이유로 6인용 밥솥으로 덜컥 바꿨던 것을 후회하며 계속계속 밥솥을 닦아야 했던 날들. 아아 이제 드디어 하루에 한번만 밥을 해도 되겠군.


아침밥 먹고 가자

아침을 먹어야 하는 엄마와 아침에 밥을 먹어야 하는 아가. 방학 내내 늦잠자느라 얼굴도 못보고 혼자 먹었는데 드디어 귀염둥이랑 마주할 핑계거리가 생겼다. 일어나! 아침 먹고 가자.

그런데 차려놓고 보니 너무 뭐가 없구나. 국이라도 끓여 놓을 것을. 반찬좀 해놓는다고 이것저것 사놨었는데 막상 어제 퇴근하고 와서 몸져 누워버려서 저녁에 남편이 해놨던 제육볶음만 꺼내놓았다. 그래도 남편은 나보다 음식솜씨가 좋으시니 잘 먹을거라며. 나는 지인찬스로 무려 경주에서 온 경주빵과 따뜻한 아메 한 잔. 참 오랜만에 함께 하는 너와 나의 아침. 엄마 그동안 혼자 먹느라 쓸쓸했다구.

오늘 자기소개 하겠네?

'어휴...'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무척 힘들어하는 둘째군 한테 일 년 중 가장 힘든 날이 바로 오늘이다.

"무슨 이야기 할까? 야구 이야기 할까?"

'이런건 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어'

"처음 만나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서로 이야기 거리를 찾는거야. 네가 야구 좋아한다고 하면 반 친구 중에 야구 좋아하는 친구들이 먼저 와서 말 걸어줄 수도 있고 너도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고 관심있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가서 물어볼 수도 있잖아"

'앞에 나가는거 진짜 싫은데...'

"너무 긴장되면 손을 쫙 폈다가 주먹을 꼭 쥔 다음 손가락 하나씩 천천히 펴봐. 그러면 긴장이 좀 덜해질 수 있대. 아니면 이건 엄마가 쓰는 방법인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게 너무 떨리면 그 중에 아는 사람을 찾는거야. 낯익은 얼굴을 찾아서 그 사람을 보면서 이야기하면 덜 떨리더라고. 너 이현이라 같은반이라며. 그친구 쳐다보면서 이야기 하면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사실은 너도 너지만, 니가 떨 것을 하니 내가 더 떨린다. 부디 잘 해내길. 이제 고학년인데 교실은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런지 아직도 걱정이 한가득이다. 막내라서 그런가, 유독 마음이 쓰이는 둘째군. 부디 오늘 하루 잘 헤쳐나가길.


짧은 대화와 함께 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는 서둘러 출근길로. 길고 길었던 방학, 고생 많았던 나의 주방. 쉬지않고 가동됐던 내 밥솥 친구와 식세기 이모님께 감사하며.

맛좋고 영양만점 급식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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