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간단하게 만들기
이것은 절대로 집에서 해먹는 음식이 아니다
이렇게 정의내렸던 두 가지 음식이 있으니 바로 김밥과 잡채이다. 재료 준비가 너무 번거롭기에 사먹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었다. 처음에는 김밥 싸서 피크닉 가자며 마음먹고 시작하면 반나절 동안 싸고 퀭해진 눈으로 겨우겨우 출발할 수 있었던. 하지만 이십년에 가까운 주부 내공이 나름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김밥이 되었다.
빠르고 간편하게 김밥 만드는 방법. 우선 재료에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 김, 단무지, 햄 정도만 있으면 된다. 먹다 남은 시금치가 있으면 넣어도 좋고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오이가 있다면 길게 잘라서 식초, 설탕, 소금에 약간만 재워 놓았다가 사용해도 된다. 이도 저도 없다면 스팸만 있어도 된다. 스팸 김밥도 충분히 맛있으니까. 보다 정성껏 준비하고 싶다면 당근을 썰어서 소금 솔솔 뿌려 볶아 넣으면 평소에 당근을 안 먹는 아이들에게도 먹일 수 있으니 좋다.
또 한가지 팁이라면, 시금치는 있는데 데치고 무치는 과정이 귀찮을 때, 계란을 부치고 당근을 볶고난 팬에 살짝만 볶아 주는 것이다. 어차피 숨만 죽으면 되기 때문에 참기름과 소금 살짝 뿌려서 후루룩 볶아내면 된다.
계란말이는 자신있는 몇 안되는 요리 중 하나이므로 넣어준다. 냉장고에 계란이 떨어지는 일은 잘 없기에 4~5개 꺼내서 소금 솔솔 뿌려 휙휙 풀어 부치면 된다. 계란부침의 핵심은 한 김 식은 후에 자르는 것이다. 이것은 삶은 계란 껍질 깔 때도 같은 원리인데 뜨거운 상태 보다 단백질이 굳어졌을 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잘 자를 수 있다.
그리하여 재료 준비의 순서는 오이-밥-계란-햄-당근 등등 이다. 오이를 사용한다면 가급적 제일 먼저 설탕식초물에 재워놓고 시작하면 된다. 밥에는 참기름, 소금, 깨소금 양념을 해둔다. 일단 밥이 맛있어야 김밥이 맛있기에, 삼각 김밥을 만들때도 이렇게 밥에 양념을 하고 시작하면 훨씬 맛있다.
이제 돌돌 말아볼 차례. 재료가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정리해두고 시작한다. 한동안 김밥에 완전 꽂혀서 전용 재료 보관통도 사보았는데 칸막이가 있어서 단무지, 우엉 등 물기 있는 재료들이 섞이지 않아 좋고 특히 아이 소풍때문에 아침 일찍 싸야하는 경우 전날 웬만한 재료를 준비해서 한번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되니 무척 편리하다.
아이들이 치즈김밥을 좋아하기에 체다치즈를 반 잘라서 차곡차곡 쌓아 함께 준비해둔다. 김-밥-치즈-나머지 재료들을 순서대로 배치해두고 시작한다.
재료가 가운데로 동그랗게 예쁘게 만드는 기술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나름 배열에 신경을 써도 어떤 것은 예쁘고 어떤 것은 한쪽으로 몰려있다. 하지만 간단하고 빠르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이니 예쁜 것은 좀 더 후순위로 해두고 일단은 대충 쌓아본다.
이왕이면 재료를 넣을 때 색깔도 생각하면 좋다. 노란색의 단무지와 계란 사이에 초록색 시금치가 들어오게 한다거나 약간 생각을 하면서 배치하면 말았을때 알록달록 예쁜 모양이 나온다.
김 발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김밥 전문점에서 보면 김 발 없이 그냥 척척 싸시던데 나는 풀어지는게 싫어서 꾹꾹 누르는 편이고 힘 조절이 잘 되지 않으니 웬만하면 김 발을 사용하는 편이다. 요즘은 실리콘 김발을 사용하고 있는데 세척도 속시원하고 꽤 쓸만하다.
마지막으로 쓱쓱 썰어서 담는 단계. 아직 커다란 김밥을 한 입에 먹기는 어려워하는 둘째군 때문에 얇게 써는 편인데 그러려면 칼이 잘 들어야한다. 나는 주로 빵칼을 이용하는데 속시원히 잘 잘려서 좋다. 썰면서 터진 것은 부지런히 내 입 속으로. 예쁜 아이들만 남겨서 접시에 잘 담아본다.
쌀 5컵에 김밥 열 줄. 늘 이렇게 딱이다. 싸면서 늦은 아침으로 몇 개 집어먹고 나들이 가서 점심으로 먹고 남으면 저녁에 라면과 함께 몇개 또 집어 먹으면 이렇게 주말 하루 세 끼가 해결된다.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은 김밥. 피크닉 가기 딱 좋은 날씨에 추천하고픈 주말 요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