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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Apr 11. 2023

오렌지의 계절

오렌지 즙 짜는 아침

드디어 오렌지의 계절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기. 상큼 달달한 향기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오렌지. 시트러스 계열의 향을 정말 좋아하기에 향수도, 디퓨저도 무조건 시트러스 계열로 쓰는 나이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것은 오렌지 향이다. 지나가다가 오렌지 향이 나면 나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리며 돌아보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오렌지가 본격적으로 시중에 나오는 행복한 계절이 드디어 돌아왔다.

오렌지는 보통 대량으로 팔다 보니 한 번 사오면 냉장고에서 자리를 꽤 차지하게 된다. 아무리 좋아해도 막상 매번 껍질 까는 것이 쉽지 않고 귀찮아서 냉장고에 넣어두다가 한번씩 꺼내서 오렌지 주스를 만들어 본다.

과즙 짜는 기계를 꺼내면 아이들이 서로 해보겠다며 달려온다. 동그란 오렌지 반쪽을 요리조리 살펴서 남는 곳이 없도록 돌려가며 야무지게 즙을 짜내는 장인정신. 사실 오렌지를 그대로 잘라서 주면 까다로운 둘째군은 신맛이 싫다며 잘 먹지 않는데 이렇게 직접 짠 즙은 한컵씩 잘 마시니 한번씩 비타민C 섭취를 위해서 착즙주스를 만들곤 한다. 즙을 짜는 내내 집 안에 퍼지는 싱그러운 오렌지의 향기가 사랑스럽다.

오렌지 주스는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느끼한 음식을 먹을때도 좋고 담백한 빵과 함께 해도 좋다. 특히 나는 치즈와 함께 먹는 것도 좋아하는데 새콤달콤한 맛이 부드럽고 고소한 부라타 치즈 샐러드와도 참으로 잘 어울린다.


냉장고에 있는 과일들을 뚝뚝 잘라 내놓을 때도 주황색 오렌지와 함께 하면 언제나 조화롭게 예쁘다. 이 날은 상큼한 오렌지 향을 느껴보고 싶어서 에스프레소보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드립커피를 내려서 함께 했다.

오렌지의 계절이 돌아오면 한동안 우리집 브런치 식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귤하고는 완전 다르다며 서양 과일이라고 생각해오게 되었던 오렌지의 원산지는 의외로 인도이다. 당연히 유럽에서 온 과일일 줄 알았는데 인도에서 히말라야를 거쳐 중국으로 오게 되었고, 15세기에 포르투갈로 다서 발렌시아 오렌지로 퍼져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웬지 스페인, 이탈리아 따뜻한 남부 유럽 쪽에서 전해져 왔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과일이라고 한다.


이렇게 유럽으로 전해져 온 오렌지의 종류는 발렌시아오렌지·네이블오렌지·블러드오렌지로 나뉘게 되는데 발렌시아오렌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품종으로 즙이 풍부하기 때문에 주스로 많이 가공한다고 한다.

껍질이 얇은 네이블오렌지는 주로 캘리포니아에서 재배하는데 밑부분에 배꼽처럼 생긴 꼭지가 있다. 아마 우리가 시중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오렌지가 이 종류일 것이다.


블러드오렌지는 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재배하는데 과육이 붉고 독특한 맛과 향이 난다고 한다. 나폴리에 갔을 때 해안선을 따라 걸어내려오면서 길거리에서 사 먹었던 오렌지의 맛을 잊을 수가 없는데 아마 이 품종이었을 것 같다. 결벽증이 있는 나에게 길에서 손으로 과즙을 뚝뚝 흘리며 오렌지를 까먹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더운 날씨에 시원하고 상큼한 오렌지가 어찌나 맛있었는지 정신줄 놓고 몇 개를 그 자리에서 까먹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네이블 오렌지의 제철이 바로 3월말부터 5월까지 이다. 사계절 내내 구하기 어렵지 않은 과일이지만 유독 봄철에 많이 만날 수 있게 되는 이유가 이것인가보다.


과육 100g 중 비타민 C가 40~60mg 들어있고 비타민 A도 풍부해서 피로회복, 감기예방, 피부미용에 좋은 오렌지. 몇 주째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과 함께 우리 가족의 봄철 건강과 피로회복을 위해 오렌지 주스를 한 잔씩 마시며 상큼한 하루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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