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같은 집에서 이렇게 방 분위기가 정반대일 수 있을까
ㅣ내 방 VS 동생 방ㅣ
지난번에 우리 집의 거실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방 이야기를 해보겠다. 우리 집은 투룸으로, 나와 동생이 각각 방 1개씩을 쓰고 있다. 막 지금의 집으로 이사했을 때, 나는 동생에게 패브릭 포스터를 하나 선물로 사주겠다며 쇼핑몰 링크를 보냈다. 동생에게 갖고 싶은 패브릭 포스터를 골라보라고 하니, 처음에는 동생이 필요가 없단다. 나는 그런 동생에게 좁은 집, 좁은 방일 수록 벽에 하나 정도 큰 포스터를 붙여야 넓어 보인다고 설득한 끝에, 동생은 가장 마음에 드는 포스터를 하나 골라냈다.
바로, 오른쪽 사진 속 패브릭 포스터이다. 화려한 원색이 눈에 확 들어오는 마티스의 그림을 고른 나와 달리, 동생은 무채색 위주의 깔끔하기 그지없는 그림을 골랐다. 역시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달라. 패브릭 포스터를 각 방에 붙이며 우리는 웃었다.
ㅣ어린 나 VS 어린 동생ㅣ
사실 우리 자매가 이렇게 뭐든지 다른 건 어릴 때부터 흔한 일이라 놀랍지는 않다. 어린 시절부터 에피소드가 참 많다. 예를 들어, 치킨을 먹을 때 어린 나는 다리를 더 좋아하고 어린 동생은 날개를 더 좋아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에도 서로 좋아하는 맛이 달랐다. '조안나바'를 아는 독자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조안나바는 바닐라 맛과 딸기 맛 이렇게 두 가지 맛이 여러 개 들어있는 번들로 파는 아이스크림이다. 어린 동생은 바닐라 맛만 먹고, 어린 나는 딸기 맛만 먹었다. 셀렉션 아이스크림도 한 상자에 여러 개가 들어있는데, 그것도 나는 딸기 맛을 더 좋아하고, 동생은 초코 맛을 더 좋아했다. 떡볶이를 먹을 때면, 나는 떡을 골라 먹고 동생은 어묵을 골라 먹곤 했다. 주말에 어린 나는 만화와 소설을 좋아해서 만화방과 서점을 들락거렸던 반면, 어린 동생은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옷 가게를 서성거리곤 했다.
위 사진도 참 재미있다. 나는 내 방이 감당 못할 지경까지 벽에 뭐든 덕지덕지 붙이는 반면, 동생은 아예 단 하나도 - 내가 사준 패브릭 포스터 딱 하나만 빼고- 무언가 붙어있지를 않다. 가끔 우리 엄마가 우리의 자취방에 올 때면, 항상 엄마는 나에게 벽에 붙은 것이랑 책상 위에 올려둔 것 좀 싹 치우라고 말씀하신다. - 엄마도 딱히 내가 들을 거라고 생각하시며 말씀하는 잔소리도 아니고, 나 또한 그 잔소리에 응한 적이 없지만, - 나는 이런저런 취향의 한 장면들이 서로 맞물려 덕지덕지 붙어 있는 내 방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와 동생은 둘 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집을 '덕지덕지'와 '모던함' 사이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생활감을 묻혀가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ㅣ'나'라는 사람의 취향ㅣ
그럼 그렇게 말하는 '나의 취향',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나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가? 아니다. 나도 '나'라는 사람의 취향을 도통 종 잡을 수 없다. 그저 좋아하는 것도 많고, 도리어 싫증 나게 된 것도 많고, 오래도록 좋아하고 있는 것도 많다. 아래 사진만 보아도 그렇다.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계절마다, 그날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벽에 붙이고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이 담긴 것을 책상 위에 채워 나가며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것을 되새기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