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윤 Nov 05. 2024

사실 우리는 책방 같은 집을 꿈꿨다.

책방에서 일해보는 게 꿈이었으니 거실을 책방으로 

ㅣ독서존ㅣ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읽는 공간을 항상 찾아다녔다. 전에 살던 원룸에서도 공간은 작지만 꾸역꾸역 나름대로 '독서존'이라는 곳이 있었다. 대단한 공간은 아니지만, 작은 좌식 소파와 그 옆 벽에 CD플레이어를 걸어놓고 음악을 들으며 소파에서 책을 읽곤 했다. 하지만 원룸이라는 공간의 답답함 때문에, 여유가 있는 날이면 항상 바깥에서 독서할 공간을 찾았다. 지도 앱에 책방, 북카페, 도서관, 만화카페 등을 검색해서 주변에 가고 싶은 책방이란 책방은 다 저장해 두었다. 


 그래서일까? 투룸으로 이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집 자체를 '책방'으로 꾸미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러나 투룸이더라도 방은 각각 동생과 나의 방으로 꾸며야 했고, 2개의 방이 모두 크지 않기 때문에 서재를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렇다면 거실을 책방으로 하자! 이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ㅣ거실의 후보ㅣ


 원래 우리 거실의 컨셉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째로, TV와 소파를 두는 - 누군가에게는 전형적이지만 전에 원룸에 살았던 나에게는 굉장히 꿈만 같은 - 거실이다. 그러나 거실이 생각보다 매우 작아서 TV와 소파의 간격이 좁아 필연적으로 눈이 아플 것만 같아 기각되었다. 


 둘째로, 원룸에서 쓰던 좌식소파를 그대로 가져와 소파 공간의 부피를 줄이고 TV를 두는 거실이다. 또한 TV 모니터에 레트로 게임기를 설치해서 아기자기한 놀이 공간처럼 꾸미고자 했다. (그 당시 왜인지 나는 레트로 게임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2년 동안 좌식 생활을 하면서 불편함이 굉장히 많았기에 이 또한 기각되었다. 


 마지막으로, TV를 포기하고 소파와 작은 책장만 두는 거실이다. 입식 소파를 놓고 거실을 꾸미려면, 공간의 크기를 고려하여 이 컨셉이 가장 현실적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책방 컨셉으로 거실을 만들어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대지 않을 수 없었다. 



ㅣ내가 생각한 책방 거실의 4가지 조건ㅣ


 그렇게 나는 집 계약을 하자마자, 당시 찍어 두었던 거실 사진을 매일 보며 책방 같은 거실을 꾸미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이것저것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한 우리의 '책방 거실'의 조건은 다음 4가지와 같다.


 첫째, 책장이 있는데, 꼭 책 표지가 보이는 장치가 있어야 할 것.

 둘째, 편안한 소파가 있어야 할 것.

 셋째, 따뜻한 색깔의 조명이 있어야 할 것.

 넷째,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 커튼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우리 '거실 책방'의 책장

 스스로 세운 4가지 조건을 채우기 위해 나는 인터넷 쇼핑과 집 꾸미기 콘텐츠에 푹 빠져 살았다. 먼저, 첫 번째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쿠팡과 오늘의 집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작은 책장을 구경했다. 인터넷 속에서 아이쇼핑을 하며 깨달은 사실은, 우리 집이 3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배송비를 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보통 많이 무거운 가구는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배송비가 추가로 붙는데, 2층과 3층의 배송비 차이는 꽤나 컸다. 그래서 나는 저렴하고 가벼우며, 내가 스스로 조립하는 책장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쿠팡에서 조립이 간편한 우드 책장을 구입했는데, 책장 앞면에 뚜껑이 3개 달려서 그 뚜껑에 책을 표지가 보이게 올릴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책장 하나로 책방 느낌이 물씬 나더라. 만족스러웠다. 


 두 번째 조건인 '편안한 소파'는 우리가 2명이 사니까 최소한 3인 소파를 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3인 이상의 소파는 내가 전에 썼던 1인 좌식 소파와 다르게 은근히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바로 새것을 구입하는 것을 깔끔히 포기하고 당근에서 저렴하게 3인 소파를 구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발을 올릴 수 있는 스툴이 포함된 소파라는 점이다. 독서할 때 다리를 쭉 펴고 발을 스툴에 올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얼마나 좋겠는가! 


 세 번째 조건, 조명은 꼭 따뜻한 빛을 내는 - 거의 노랗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빛을 내는 - 조명으로 사고 싶었다. 오늘의 집에서 장 스탠드와 색을 여러 가지로 바꿀 수 있는 스마트 조명을 함께 구입해서 거실 구석에 두었다. 


 마지막으로, 커튼은 사실 직접 보고 만져보고 사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 가격의 압승. 쿠팡에서 아주 저렴하고도 내가 원했던 색깔과 거의 맞아떨어지는 듯한 노란색 커튼을 발견하여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구입하여 거실 창에 달았다. 



책장 옆에 붙여 둔 <책 애정도 지수 테스트>

ㅣ나의 책 애정도 지수는?ㅣ


 이전에 춘천 여행을 하다가 책덕후로서 꼭 갈 수밖에 없었던 박물관이 있었다. 바로 '책과 인쇄 박물관'. 그곳에서 아주 재미난 포스터를 받아 왔는데, 바로 사진에 보이는 <책 애정도 지수> 테스트이다. 시작하자마자 절벽에서 떨어지듯 초고속으로 'YES'를 지나쳐 첫 번째 유형인 '가'에 꽂혀버린 내가 너무 웃겼다. 바로, 책 중독자란다. 


 이 테스트지가 마음에 들어 바로 우리의 '거실 책방'으로 들여왔다. 지금까지도 책장의 오른편에 잘 붙어있다. 이 노란 종이 한 장이 책방 느낌을 한껏 끌어올려준 듯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적다 보니, 이 테스트지 한 장을 가지고도 나중에 글 한편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가득 떠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꼭 적어봐야지.


 여러분의 책 애정도 지수는 어떠한가?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도 질문 리스트를 쭉 따라가서 그 결과를 댓글로 공유해 주신다면, 참 재미나고 감사한 소통이 될 것 같다. 

<책 애정도 지수 테스트>의 결과가 적힌 책갈피 모음


ㅣ거실 책방의 현실ㅣ


 그렇다면 우리의 '거실 책방'의 현실을 어떨까? 처음에는 소파에 앉아 노오란 조명을 켜고 책을 읽기만 해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퇴근하고 피곤해서 집에서는 무조건 방 침대에 눕기 바쁜 일상이 대부분이 되었다. 게다가 나는 책 욕심은 많지만 사실 집이 작아 책을 놓을 공간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원하는 대로 사서 꽂아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욕심에 부합하는 책방 같은 곳을 만들기에는 우리 집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여유로운 주말에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거실에서 책을 읽을 때면 '아, 그냥 좋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햇빛의 위치가 움직이면, 나는 해가 더 잘 드는 곳으로 엉덩이를 꿈틀꿈틀 옮겨가며 그렇게 독서를 한다. 


 나는 우리의 '거실 책방'이 좋다. 

이전 01화 서울살이 5년 차, 자매가 함께 자취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