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룸에서 투룸으로 이사하면서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은 다름 아닌 책상이었다. 원룸에서는 공간이 좁다 보니 접이식 앉은뱅이 책상을 사용했다. 물론, 그 앉은뱅이 책상도 세심하게 고른 내가 좋아하던 책상이다. 그러나 다시 치워도 되지 않는, 온전히 공간을 계속 차지하며 존재하고 있는 그런 나만의 책상을 가지고 싶었다. 여러 제품을 검색하고 유튜브에서 방 꾸미는 인테리어 영상을 수십 개를 보고 괜히 백화점에 가서 가구점도 둘러보았다. 그런 나를 보면서 조금 웃겼다. 책상에 이렇게 진지할 일인가.
그러다가 문득 요새는 중고거래 앱에서도 가구를 많이 산다는 게 떠올라서 당근 어플에 오랜만에 접속했다.
당근에 올라왔던 빈티지 책상. 일명 '피아노 책상'.
책상, 테이블, 원목가구, 서랍 책상...... 검색어를 이것저것 해보다가 '빈티지 책상'을 검색했다. 그렇게 나는 내 책상을 만났다. 이렇게 뚜껑을 여닫을 수 있는 책상을 '피아노 책상'이라고 부른단다. 귀여운 별명이다. 아래 서랍장도 많고, 열쇠로 서랍을 잠글 수도 있는 손때 묻은 책상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상을 올리신 주인 분의 거래 글도 마음에 들었다. '잘 써주실 수 있는 분이 데려가면 좋겠어요.' 그분이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ㅣ책상의 의미ㅣ
이제 나의 손때도 타고 있는 중인 빈티지 책상.
이 책상에서 나는 주로 독서하고 일기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처음에는 내가 책상을 이렇게 가지고 싶은 이유를 퇴근 후 내가 취미 생활을 할 공간을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찾았다. 맞다. 원룸에서처럼 밥만 먹고 바로 접어야 하는 책상이 아니라, 계속 공간을 유지하며 항상 자리를 소유하고 있는 책상. 그리고 이 책상과 3년째 함께 하면서, 한 가지 이유를 더 찾았다. 퇴근한 후 너무 피로한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드러누울 때가 종종 있는데, 어떠한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았더라도 죽 누워있다가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이 책상 앞에 앉아 멍이라도 때리고 나면 뭔가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기분이 든다. 정리안 된 책 한 권이라도 책상 위의 저 녹색 책꽂이에 꽂으면, 책상 위 스탠드를 잠깐이라도 켰다가 끄면, 오른편에 꽂혀있는 CD들 중 하나를 골라 멍 때리며 감상하면...... 그래도 하루를 잘 마쳤다는 안도감이 든다고 할까. 신기하다. 그렇게 누워있다가 잠들더라도 큰 차이가 없는데, 책상에 단 5분을 앉았다가 잤다는 것으로 마음에 평온을 준다는 것이.
사실 삶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삶이 매일 특별할 수도, 매일 열정이 넘칠 수도 없지만, 그저 매일의 삶 가운데 아주 작은 의미 있는 행동이라도 곁들인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