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자 원룸에서 자취했던 시절, 나의 식탁은 앉은뱅이 탁자였다. 식탁이지만 책 읽는 책상도 되고, 접어두지 않으면 협탁이 되기도 하는 만능 앉은뱅이 탁자였다. 지금 살고 있는 투룸으로 이사할 때, 지난 글에 얘기한 책상 다음으로 중요시한 것은 다름 아닌 '식탁'이었다. 책상과 엄연히 용도가 다른, 밥을 먹는 '식탁'을 제대로 마련하고 싶었다. 손님을 초대할 것을 대비하여 - 막상 이사 오고 나서 손님을 초대한 횟수는 현저히 적지만 - 평소에는 탁자 한쪽을 접어두고 작게 사용하다가, 손님이 오면 넓게 펼 수 있는, 무려 '접이식 식탁'을 욕심내었다. 또한, 원목 식탁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원목 접이식 식탁'을 검색해서 살펴보다가 생각보다 너무 비싼 가격 탓에 바로 내 손가락은 당근 어플로 갔다. 그렇게 만난 중고 식탁은 우리 자매를 만나 우리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ㅣ오늘 저녁은 뭐 먹을래?ㅣ
나와 동생은 퇴근 시간이 비슷해서, 퇴근이 가까워지면 서로 뭐 먹을지 고민한다.
"언니! 오늘 애호박 참치 파스타 어때?"
"오늘은 소고기 가지 덮밥, 내가 할게!"
(좌) 우리 자매는 저녁마다 메뉴 고민을 한다. 카카오톡 메세지 캡쳐본 / (우) 애호박 참치 파스타와 캐롤, 향초
겨울에는 괜히 향초도 꺼내오고 따뜻한 조명에 캐롤도 틀어두면, 특유의 포근한 집 분위기와 '내가 이렇게 집에서 낭만을 누려도 되나?'라는 분수에 안 맞는 듯한 황홀함이 함께 내게 몰아치며 내 머릿속은 결국 '아, 행복하다.'라는 생각에 도착한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이 모여 행복을 만드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조금씩 욕심을 더해가며 또 다른 황홀함을 찾아 디저트도 만들어보고 새로운 재료도 사 와본다. 직접 유청을 제거해서 그릭요거트를 만들어먹기도 하고, 할인하는 바나나를 잔뜩 사서 바나나 팬 케이크를 만들고, 무려 한우를 넣어 소고기 가지 덮밥이라는 고급(?) 자취요리를 선보이기도 하며, 하다 하다 자취방에서 굴전을 만들어버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좌) 직접 만든 그릭 요거트 / (중) 직접 만든 바나나 팬케이크 / (우) 직접 만든 굴전
ㅣ함께 하는 식사의 즐거움ㅣ
이전에는 누군가 식사는 먹는 행위 자체보다도 누구랑 먹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을 할 때 그 말의 뜻이 대충 이해는 갔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다. 혼자 2년을 자취한 뒤에 동생과 함께 살면서 이제야 그 '함께 하는 식사'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다. 솔직히 우리 자매가 밥 먹으면서 특별히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니다. 그저 '진짜 맛있다!', '이거 레시피 알려줘!' 정도의, 말 그대로 밥 먹으며 '밥'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같이 밥을 차리고, 수저를 놓고, 물을 떠 주고, 서로의 먹는 소리를 듣는 그 시간 자체가, 내 마음속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오늘의 평안함'이라는 마음함에 아주 많은 평안을 채워주고 있다. 오늘 동생과의 저녁 식사도, 역시 나의 하루를 평안함으로 채워준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글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