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웨이프롬>은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와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노신사의 이야기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의 기억은,
야속하게도, 불가항력적으로 사라진다.
그녀의 머리 속에는 평생을 함께한 남편
대신 요양원에서 만난 다른 남자가
들어가 있다.
남편은 말한다.
"사랑이란거 말이요. 참 허무하구려."
한 영화 평론가는 <어웨이프롬>을 보고
이런 한줄 리뷰를 남겼다.
"사랑에서 추억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두명의 남녀가 서로의 기억을
만들어 가는 연속된 시간의 과정이자
결과이다.
현재의 연인들이 과거의 그들을 추억하며 미래를 약속하는.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어찌보면 필사적으로,
하나둘 쌓아올린 기억은
사랑의 끝 언저리에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
그것은 우리의 심장을 할퀴기도 하고,
분노하게도 만들고,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둘이 함께 했던 시간의 연속성이 끊어지고, 차곡이 쌓였던 기억이 하나씩 지워져갈때
우린 비로소, "그와 이별했다" 라고 말한다.
이별은 망각하는 것이다.
필사적으로 쌓아올렸던 기억을,
필사적으로 잊어버리기 위해
때로는 알코올을 찾고,
때로는 달리기를 하고,
때로는 미친 사람이 된다.
만약 망각의 물약이라도 있다면
마치 사람이 되기 위해 목소리를 포기한
인어공주처럼
고민없이 마셔버릴 거 처럼, 필사적으로.
하지만 이 망각이라는 것은
참으로 잔인해서
무지한 우리의 머리 속에 '이별'이라는
부메랑마저 지워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사랑을 갈구한다.
망각을 위한 새로운 기억을 수혈하고자.
눈물따윈 없었다는 듯
우리는 또다시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망각의 물약이란 결국,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