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연고

너를 떠올리며, 음악을 듣다

by 유스


누군가와 이별 후엔 늘 음악을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과거 연인에겐
마치 주제곡 같은 노래가 한곡씩 있다.

당시 유행하는 유행가가 되기도 했고,

우연히 듣게 된 팝음악이 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

'과거 그 사람'하면 곧장 떠오르는 음악

몇 곡이 있다.

그 음악이 마치 상처를 낫게해 줄

연고라도 되는 듯

이어폰을 통해 반복해서 들었던 그 노래들.



생애 처음, 지독하게 빠졌던 짝사랑 남자와

어설픈 3주간의 연애 아닌 연애와 이별 후 들었던 음악은
이소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는

노래였다.


잠깐 일어나봐 깨워서 미안해
나도 모르겠어 윤오의 진짜 마음을

같이 걸을 때도(거기 어디니)
한 걸음 먼저가
친구들 앞에서(혼자있니)
무관심할 때도 괴로워

많이 힘들어(지금 우는거니)
요즘 자주 울어(너 땜에 속상해)
맨 처음 봤을 때 가슴 뛰던 생각 나
(가슴 뛰던 너의 모습 알아 그렇게
힘들면 헤어져)


이별한 사람들이

슬픈 발라드 가사에 자신의 사연을

대입시켜서 듣는다는 것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글거릴 정도로

부끄러울 일이지만,

저 노래는 정말이지

나의 가사였다.

내가 열렬히 짝사랑했던 그 남자 - 내 친구들 사이에서 '망할 놈 혹은 새끼'로 불리는 그놈- 는

정말이지, 가사 속 윤오와 같았다.

같이 걸을 때도 나란히가 아닌,

나보다 늘 한 걸음 앞서 걸었던 그 놈.

"안아주면 안돼?" 라는 어린 여자의 말에

마치 들켜서 안될 일이라도 되는 듯

고개를 두리번 하곤

동네 농구 경기가 끝난 뒤 상대편 선수와 의레적으로 했을 법한 포옹을 해줬던 그 놈.


지금도 저 노래를 들으면

짝사랑 그 놈이 떠오르지만

이제는 아프지 않으니 다행이지.

그나저나 저 작사가의 '망할 놈'은

누구였을까. 그도 나처럼 아팠겠지.




나의 공식적인 세번째 남자친구였던,

6살 많던 직장 선배와의 연애는 4년여만에 마무리됐다.

그 남자로 말하자면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뜨뜻미지근한 성격에

"그래도 저 놈은 양아치 기질은 없어" 라는 직장 선배의 평을 들었으며

딸의 남자친구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어머 니네 선배 진짜 못생겼다 얘. 깔깔"

배를 잡고 웃어재끼던

울 엄마의 증언에 따라

정말 객관적으로다, 주관적으로다

못생겼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결혼에 대한 온도차로 우리는

결국 이별했지만

마무리만은 나름 신사적으로

"잘 지내" 라며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지.

- 이 장면은 내 연애 중 최고의 이별로

뽑히는, 바로 '양아치스럽지 않은' 세번째 연인과의 이별장면이다.

2년여 후 찌질하게 '나 누구게?' 라는

제목의 이메일만 보내지 않았더라면

더 완벽했을 텐데.-


그와의 이별은 '훅' 오는 슬픔이 아닌

열흘 후, 한달 후, 여섯달 후

천천히 조금씩 왔다.

방금 전까지 웹툰을 보며 실실 웃다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달리는 버스에서

서럽게 엉엉 울기도 하고

열심히 일을 하다

또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그 사람이 활동하는 네이버 탁구 카페에서 사진을 찾아보다 이게 뭔 짓인가 하며 나를 채찍질 하기도 했다.




그 찌질의 기간 동안 나는 이 노래를 들었다.

어떤 경로로 듣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의 세번째 이별 노래가 되어줬던 곡은

바로 미국가수 Beck의 'Guess i'm doing fine'.

외로운 기타 소리와 무거운 beck의 목소리에 위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을 것이다. 나는 괜찮다. 라며 주문을 외우듯.

가사가 한국어가 아니라 따라 부르진 못했지만.. 뭐 여하튼 좋은 노래다.


그리고 최근 마침표를 찍은, 나의 네번째 연애의 '이별 연고'가 되어 줄 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널 만나고 두근거림에 밤을 새던

그해 겨울 밤 들었던

9와숫자들의 '창세기'는

나의 네번째 연애를 대표하는 곡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대는 내 혈관의 피
그대는 내 심장의 숨
그대는 내 대지의 흙
그대는 내 바다의 물

그대는 내 초라한 들판 단 한 송이의 꽃
그대는 내 텅 빈 하늘 위 휘노는
단 한 마리의 신비로운 새


어쩜,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냐며

가사를 쓴 송재경은 천재이지 않느나며

너에게 꼭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며

너는 나에게 창세기와 같은 존재라며

쉴새없이 잘도 오글거리는 말을 내뱉었던 그런 때가 있었다.


그해 초겨울 자정을 넘긴 시간

빨개진 코끝에 콧물까지 질끔 흘리며

내 자취방 앞에서 고백을 해주던 너의 손을 잡았던 때가 있었다.


문득 궁금해진다.

너에게 나는 어떤 노래로 기억될지.

슬픈 발라드를 들으며 너도 내 생각을 하고 있을지.


너의 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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