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이상형이 뭐니

이상형의 정의

by 유스
이상형이 뭐야?


언젠가부터 이상형을 묻는 질문이

부담스러워졌다.

이상형을 따져가며 상대방을 '고를' 나이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과거에 저런 질문을 받았다면

의레 이런 대답을 했다.

'연예인 누구를 닮은 사람'이

내 이상형이다라고.

예컨대

밴드 넬 보컬 김종완 같은 사람이 좋아.

배우 조진웅 같은 사람이 좋아.

뭐 이런 식.


헌데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으면서,

20대에서 30대로 변화하면서,

저 이상형이란 것이 다른 방향의 구체성을 띄기 시작했다.


마음이 바스락 거릴 때, 난 엘리엇 스미스를 듣는다. (사진출처: http://cafe.naver.com/jaylee061/2937)




예컨대 이런 거다.

친구 - "너 이상형이 어떻게 돼?"
나 - "엘리엇 스미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친구 - (뭐래 라는 표정)
나 - 아 물론, 돈도 잘 벌고 잘생기면
좋지.
친구 - 뭐래. (이건 말로 함)


34살 젊은 나이로 요절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엘리엇 스미스.

그 사람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내 이상형이다, 라는

오글거리는 말을 떠벌리기 시작한 게

언제 부터였을까?

외모가 아닌 교감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서로를 맞춰나가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 테고

그럼 연애가 더 편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얼마 전 마침표를 찍은 나의 네 번째

구 남친은

나를 만나기 전 '엘리엇 스미스'가

사람인 것조차 몰랐던,

오히려 그와는 반대 성향인

힙합을 좋아하고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JK를 그의 정신적 멘토로 삼았던 녀석이었다.


언젠가 그의 휴대전화 음악 리스트를

본 적이 있었다.

리스트에는

드렁큰 타이거의 노래 몇 곡.

유행하는 10대 걸그룹들의 노래 몇 곡.

나는 모르는 힙합 곡 몇 곡.

그리고

엘리엇 스미스 노래 몇 곡.


이 외 내가 좋아하는 이한철, 검정치마, 9와숫자들 등의 노래가 각각 몇 곡씩.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내 이상형은

'엘리엇 스미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엘리엇 스미스 음악을 들어보려는 사람' 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문득 의문이 든다.

과연 나는 저 녀석에게,

이상형의 정의를 바꿀 만큼의 사랑을

주었던가.

그가 엘리엇 스미스를 듣고 있던 그 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제는

누군가 이상형을 묻는 질문을 한다면

-제발 질문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엘리엇 스미스 음악을 들어보려는 사람'


역시,

사랑은 쉽지 않다.





여기서부터는 번외 편.


나는 남자를 만날 때 '외모를 보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이 '외모를 본다'는 것이 참 애매한

표현이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잘 생긴 사람'-예컨대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형- 을 원하지는 않지만

내가 선호하는 몇 가지 취향의 기준은

생각보다 확고하다.


네 명의 공식적인 구 남친들을

쭉 떠올려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남친 - 검은색 뿔테. 일반 체형. 쌍꺼풀 無. 꿈이 목사님.
두 번째 남친 - 검은색 뿔테를 썼다 벗었다 함. 마른 체형. 쌍꺼풀 無. 직업 회계사(가 됐다고 풍문으로 들었소)
세 번째 남친 - 검은색 뿔테(로 내가 바꿔줌). 매우 마른 체형. 쌍꺼풀 無. 별명이 김제동.
네 번째 남친 - 검은색 뿔테(이쯤 되니 나 뿔테에 뭐 있나 봄). 마른 체형. 쌍꺼풀 無. 하얀 피부.


이렇게 정리해보니

내가 선호하는 남성상은 이 정도

되는 것 같다.

하나, 쌍꺼풀이 없거나 속쌍꺼풀인 눈매

둘, 보통 체격이거나 마른 체형


선호하는 분위기로는

하나, 착해 보이면 좋겠고

둘, 착실한 모범생 느낌


모 여자 연예인의 구 남친과 현 남친을

보며

"그녀는 '공룡상'을 좋아하나 봐"라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그럼 나는 '뿔테상'을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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