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5일 월요일 날씨 화창
오후 9시 20분. 밤에 쓰는 일기이다. 조리원 방 안에 앉아 음악을 틀어놓고 탭을 열어 타이핑 중이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 다리가 아프고 손가락도 아프다. 화장실 한 번 가는 것도, 쓰레기통까지 걸어가는 것 마저도 부담스러운 몸 상태.
몸뚱이가 이래서, 기분도 가라앉는다.
오전에는 한의원에 다녀왔다. 한의원에 가야 하는 나 때문에 남편은 오늘도 11시 정도 출근했다.
남편 바리는 '때문'이라는 표현을 골라 쓴다. 방금 앞 문장에 쓴 '나 때문에'라는 표현을 봤다면 분명 속상해했을 것이다. 바리는 분명 '내 덕분에 얼굴도 보고 커피도 한잔 하고 11시에 출근했네'라고 했을 것이다.
어제저녁 7시 아가 면회를 갔다. 유리창 안에 있는 아가는 오늘따라 엄마를 바라봐 주지 않는다. 자신을 안고 있는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속상하다. 몸의 회복에 대한 걱정보다 속상함이 더 크다. 오늘은 아이를 안아보기로 한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크고 노인은 하루가 다르게 늙는다 했던가.
11일 만에 안아본 아이는 성장했다. 눈이 더 또렷해졌고 볼도 더 부풀었고 키도 큰 것 같다.
아이의 성장을 유리창 밖으로만 바라보던 지난 2주의 시간에 대한 쓰라림이 태풍처럼 휘몰아친다.
"기다리던 엄마가 왔네~"
아이를 향한 친절한 조무사의 말.
내가 죄인이 아닌 걸 알지만, 알면서도, 아이를 기다리게 만든 것이 죄스러워 약속 없던 눈물이 터져버린다.
그리곤 내가 누구인지 모를 작은 아가에게 다급하게, 절박하게 말을 건네 본다.
아가야, 엄마 왔어. 엄마 오래 기다렸지? 엄마가 아파서 미안해. 얼른 나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