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은 여전히 덥다. 창문을 열어놨지만 바깥공기가 차갑지 않아서인지 목덜미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게 느껴진다. 24시간 사우나를 하는 기분이다.
조리원 비용을 계산해보면 하루에 8만 5,000원 정도 되는데 숙박, 식사 세끼와 세 번의 간식 외 24시간 사우나 비용까지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 같다.
미역국 3주차, 벌써 지겹다.
정형외과를 다녀왔다. MRI를 찍었는데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 아니, 의사 말로는 '나쁘다'.
목요일에 다시 검사를 하기로 했다. 그때까지는 내 진단에 대해 아무런 검색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정보 과잉 시대에 사는 현대인은 오히려 정보를 취하지 않을 때 심신이 안정되곤 한다는 것을 출산을 하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제왕절개 수술 후 각종 맘카페와 포털에서 제왕절개와 관련된 정보를 수시로 검색했다. 글을 남긴 사람마다 아프다는 부위도, 정도도 달랐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그들의 모든 아픔과 고통이 차곡차곡 쌓여 거대한 두려움으로 불어났다. 실제 난 소변줄을 뺄 때 전혀 아프지 않았고, 첫 소변을 볼 때도 문제가 없었고, 고통스럽다는 훗배앓이도 진통제를 먹지 않아도 괜찮은 생리통 정도로 끝이 났었다. 타인의 경험이 곧 내 경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생 첫 수술에서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현재 내 다리 상태에 대해서는 목요일 추가 검사 전까지는 모르는 척하려고 한다. 걱정과 두려움은 나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갉아먹을 존재가 될 것이다.
출산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짐을 느낀다. 엄마라는 카테고리가 새로 생겼고, 가족이라는 카테고리가 넓어졌다.
TV 예능 <돌싱글즈>에서 싱글맘이라고 고백하며 우는 출연자를 보고 같이 엉엉 울고 있는 나라든지, 넷플릭스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을 보며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딸과 함께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엄마(케이트 블란쳇)을 보며 나와 내 아가의 미래 모습을 그려본다든지.
출산 후 일주일간은 생경한 공포에 압도되어 있었다. 내가 너무 무턱대고 아이를 낳은 것은 아닐까, 어찌어찌 세상에 나온 저 아이를 이제 어떻게 키워야 될까, 이제 내 인생은 없는 것일까.
출산 후 20일이 지난 지금은 공포보다는 얼마간의 긴장, 그리고 얼마간의 설렘과 기대가 함께 한다. 아이를 낳기 전 '어떤 아이가 될까' 보다 '어떤 부모가 될까'에 대한 고민을 더 하자했던 남편과의 이야기가 그 밑바탕이 된다.
건강한 부모가 되자. 순두부처럼 쉽게 부서지는 마음을 조금씩 응고시켜 보다 단단하게 훈련시켜야 한다. 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