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나를 사랑한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대만_ 감독 구파도_ 2011년 개봉작>는
고등학교 시절의 풋풋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들은 17살 고등학생.
이 반 남학생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범생 션자이(여자)를 좋아하는 것이다.
어릴 적 반에 한 명씩은 있었던(신기하게 한 명씩은 '꼭 '있던)
청순한 얼굴에 공부도 잘하는 이 여학생을 누군들 안 좋아할까.
그중에서도 공부에는 관심도 없고
수업시간에 친구와 함께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꼴통' 커징텅.
앞 뒷자리로 앉아 션자이와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그도 션자이를 향한 마음을 키워나간다.
겁 없는 10대 청소년이지만
고백 후 좋아하는 여자의 대답만은 두려워
끝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하고 이들은 30대가 되어간다.
다음은
커징텅과 션자이의 대화.
션자이 - "나 좋아해 줘서 고마워."
커징텅 - "나도 널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내가 좋아."
커징텅은 말한다.
"널 좋아했던 내가 좋아."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순수하게, 열렬하게 좋아할 수 있을까?
30대가 됐다.
결혼을 하는 션자이에게
커징텅은 말한다.
'결혼 축하해, 나의 청춘'
좋아하는 여자,
그보다 그의 청춘의 증표였던 그 시절에게
축하를 보내며 영화는 끝이 난다.
* 아, 이 영화.
생각보다 좋다. 많이.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나의 유년시절로
다시 한번 돌아간 듯한 기분.
* 역시 학창 시절은 남녀공학인가. 난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났다.
영화를 보면서
내 연애의 많은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도 널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내가 좋아"
라는 커징텅의 대사를 듣고
J를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날 떠올려봤다.
나는 연애 초반이 늘 힘든데,
그 이유는 나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이다.
'내가 더 좋아하면 어떡하지'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이런 식.
하지만 J를 만날 때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누나가 자꾸 좋아지는 데 어떻게 해." (J는 연하였다)
추운 새벽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고백이 듣기 좋았고,
차가운 밤공기에 취해서였는지,
나 답지 않게
'감정이 가는 대로'
그가 내민 손을 덜컥 잡았다.
그리고 연애기간 난 정말 그를 좋아했다.
정말 순수하게. 열렬히.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한다 말했고 사랑했다.
이 시절을 되돌아보니 그때의 난 참으로 솔직하고 순수했다.
나에게 이제는 오지 않을, 다시없을 내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J를 만날걸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여태껏 오류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연애라고 생각했고, '우리'의 이별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엄연히 이건 '나'의 연애고, '나'의 이별이다.
커징텅의 말처럼
너를 후회 없이 사랑했던 그 시절의 나를
좋아하기로 했다.
널 마음껏 사랑했던 과거의 나를 칭찬해주기로 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나의 뜨거웠던 시절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