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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투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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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스 Feb 12. 2022

엄마의 잠자리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투병 26일 차

2022년 2월 12일 토요일 날씨 따뜻


영의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점심, 저녁까지 챙겨 먹고 집으로 왔다. 영은 사위 바리에게 줄 반찬이 없다며 낮에는 삼계탕을, 저녁엔 두부조림과 달래장, 김치볶음밥을 요리했다. 암 환자를 쉬게 해 주지는 못할 망정 그녀를 바지런히 움직여 밥을 얻어먹고 온 하루이다. 여느 때처럼 영이 자식들을 위해 요리한 이 하루가 그동안의 평범한 일상과 같다. 그래서 내 집으로 돌아온 지금, 오늘 하루 잊고 있던, 영이 아프다는 사실이 문득 풍선처럼 떠올라 난 또다시 무너져 버린다.


독립해서 혼자 살던 오빠 운은 영이 아프고 영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실은 둘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영이 갑자기 암 진단을 받으면서 그 둘은 화해할 겨를도 없이 다시 같이 살게 됐다. 그 덕에 나는 조금은 안심하며 내 집에서, 내 남편과 내 딸과 함께 잠들 수 있다.


영의 집에서 남편 바리와 딸 마리와 함께 잠까지 자고 오는 일은 결혼 후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영이 아프고 나서야 처음으로 그녀의 집에서 함께 잔다. 늘 외롭다는 말을 버릇처럼 토해내는 영은 처음으로 자식들이 함께 자신의 집에서 밤까지 함께 있는 시간이 낯설다. 그럼에도 어젯밤 침대에 누운 영에게 자식들이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넬 때 영은 행복해 보였다. 진작 이런 행복을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자식들이 있다면 당신 부모의 저녁을, 그들의 잠자리를 한 번이라도 더 지켜봐 주면 좋겠다. 그러면 나처럼 죄인의 마음은 들지 않을 테니.


방금 오빠 운에게 메시지가 왔다

"엄마 주무신다."


내 엄마 영의 잠드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오늘, 그녀를 위해(실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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