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기록이라고 지우지 못한다지요
손재주라곤 조-금도 없는 내가 갑자기 베이킹에 꽂혀서(대체 왜!) 그 해 퇴직금으로 오븐을 사고 반죽기를 샀고, 여기저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돈도 쓰고 시간도 쓰고, 쓸 수 있는 건 다 쓴 셈이다.
태생에 성실함이 가득이라 아픈 엄마가 새벽에 응급실을 갔을 때조차, 내가 감기에 걸려 열이 났을 때조차 학원을 빠지지 않았다.
이 정도의 노력이면 지금쯤 난 파티셰까지는 아니어도, 레시피를 보면 어느 정도의 결과물은 만들어 내는 홈베이커가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아니었다. 베이킹이 거듭될수록 느끼는 건 재능 없음에 대한 절망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걸!
흥.
그 덕에 내 핸드폰 갤러리에는 망한 베이킹 사진들이 그득하니 그야말로 망작 열전이다. 누군가에게 감히 '베이킹'을 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결과물들에 대한 기록. 그것이 오늘의 일기이다.
#베이킹 망작 vol 1.
우리 집 꼬마 두 살 생일 때, 그래도 베이킹의 ㅂ을 안다고 시판용 케이크가 아닌 엄마가 만든 케이크를 주겠다고 설치게 됐다.
문제는 이때까지 제누와즈(케이크 시트)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는 것.
게다가 준비성도 없었던 난 꼬마의 어린이집 하원을 앞두고
부랴부랴 인근 도시(나는 대형마트가 없는 시골에 산다)의 중대형 마트를 3곳 이상 돌아서
간편 찜케이크 믹스를 2개 구매했고 그걸로 제누와즈... 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랬다고 한다..)
심지어 찜케이크 믹스로도 잘 못 만들어서 시트가 씹지 못하는 돌덩이가 됐던 기억.
애니웨이. 그 위에 생크림을 아이싱 했는데 생크림의 농도를 잘 알지 못했고(아, 물론 지금도 잘 모른다) 버글거리는 생크림을 완성시킨 후 거기에 알록달록 색소까지 넣어서 나만의 케이크 완성 짜잔-
우리가 일반적으로 구매하는 디자인 케이크는 색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크림치즈를 사용하고 생크림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난(^^) 색소를 때려 부어 알록달록한 케이크를 만들었고
먹기도 전에 색소가 다 번져버린 그 케이크는 결국 떼쓰는 꼬마의 눈물과 함께 나의 눈물을 담아 쓰레기통으로 향했다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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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joe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