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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 사이, 우리는 어디쯤 있을까?

by Shadow Tipster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게 중요하다고.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어딘가는 물컹했다.
그건 꼭 칼로 물을 자르려는 일처럼 느껴졌다.
너무 미세하게 흔들려서, 오히려 더 자르기 어렵고
자르고 나면 금방 다시 붙어버리는.


거짓은 나쁘고 진실은 옳다는 믿음이 있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진실만으로 세상이 굴러갔다면, 우리는 아마 매일 싸웠을 것이다.
거짓말은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만든다.
위선은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준다.
마치 먼지가 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사람처럼,
가까우면서도 상처주지 않게.


상사가 넥타이를 자랑했다.
형광색 물고기들이 줄지어 있는 그것.
“어때요?”
나는 머뭇거리다가, “잘 어울리십니다”라고 말했다.
진심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가 원한 건 평가가 아니라 안도였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바라는 말도 종종 그렇다.
정답이 아니라, 확인.
괜찮다고, 무너지지 않았다고,
여전히 당신답다고.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가면을 쓴다.

버스 창에 비친 얼굴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SNS에서는 웃고, 회의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모임에서는 진심처럼 농담을 던진다.
그게 나인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고.
가끔은 그걸 연기라고 믿고 싶다가도
혹시 연기가 아니라면 어쩌나 싶어 괜히 혼자 민망해진다.


“의도를 읽어야지.”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가끔 내 마음도 읽지 못한다.
조금 전엔 맞는 말 같았는데,

지금은 또 아닌 것 같고.
모두를 위해 하는 말이 사실은 나를 위한 건 아닐까,
그게 불편한 진실이었을까.

“과거를 보면 사람을 안다”고도 한다.
하지만 과거는 정지된 화면이고,
우리는 지금도 계속 움직이는 중이다.

어제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고,
지금의 나는 내일의 나를 모른다.
모든 건 바뀐다.
기록은 증명이지만, 보장은 아니다.

경험이 많으면 세상을 더 잘 볼 수 있을까.
글쎄.

경험이 쌓일수록 오히려 확신이 커지고,
확신은 때때로 오해보다 더 무겁다.
가끔은 아무 것도 모르는 눈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
처음 보는 눈이, 더 정확하게 본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게 정말 그토록 중요할까.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쓴다.
때로는 나를 보호하려고,
때로는 나를 감추려고.
그걸 알아차리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어쩌면 더 중요한 건,
그 두 얼굴 사이를 부드럽게 오가는 법.
그러면서도 나를 잊지 않는 법.


결론을 묻는다면,
그건 늘 늦게 도착하는 편지 같아서
쓸쓸하게 접어 넣고 싶어진다.

지금 당신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그건 진짜인가요, 가짜인가요.
그리고 그걸 굳이 나눌 필요가, 정말 있긴 한가요.
아니면, 그렇게 묻는 당신이
이미 충분히 진짜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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