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Y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 나는 한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꿈 속의 나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이끌려 순식간에 인생 맨 마지막 날에 당도했다. 남은 생이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순간, 죽음에 관해 아무 준비도 못했던 나는 생과 사의 경계에서 몸서리쳤다. 아마 그때부터였다. 삶의 이면에 숨어있는 죽음을 성찰하게 된 시점이...
죽음이란 무엇일까? 췌장암에 걸린 위대한 사업가 스티브 잡스도 죽음의 공포앞에선 한낱 범인에 불과했다. 그의 말처럼 인생은 전원 스위치가 꺼지듯 끝날 수도 있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일지도 모른다. 죽기전까지 그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다.
꼬리를 무는 생각의 끝에 나의 죽음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봤다. 온전한 정신으로 맞이하는 아쉬운 작별일까? 심장마비나 교통사고처럼 느닷없는 이별일까? 그렇다면 누군가에게는 더 슬픈 장면일까? 난데없는 상상이지만 고인과의 마지막 작별의식, 나의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너무 엄숙하거나 슬픈 음악은 싫다. 내 삶을 기리는 자리인 만큼, 나의 존재를 축복하는 음악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명색이 장례식인데 신나는 댄스 음악은 남겨진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 모순된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나의 인생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줬으면 좋겠다. 마치 잘 만들어진 단편영화를 보듯 나의 삶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곡이라면 누군가에겐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런 모습, 이것이 바로 나다. 난 항상 인생의 양면을 모두 보려고 애썼으니까.
생각해 봤는데 벤 폴즈의 'The Luckiest'가 적당하겠다. "나는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야"라는 가사처럼 내가 살아온 인생의 아쉬움과 분노보다는 행운과 인연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찾아온 이들이 나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미소지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결국 음악을 고르는 일은 내 삶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점검의 과정과 같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을 규정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렇게 내가 살아온 인생의 아름다움과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나의 삶은 고요하였으나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장례식이 단지 슬픔만 가득한 자리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을 축복하는 순간이 되기를...
남은 이들이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은 선물이 되기를...
그리고 그 선율이 내 삶의 여정을 고스람히 담아 내기를...
https://youtu.be/uGUvuO5V-X8?si=cxOM_ickgLA-NAI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