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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worker Feb 01. 2024

일일노동자의 1월 단상

#1. 작년에 시작한 동네 독서 모임을 어찌할지 고민하다 한해 더 해보기로 했다. 아무 말 대잔치가 아닌 책과 관련한 주제로 적확하게 2시간가량 이야기하게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별거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에너지 소모가 크다. 하지만 언젠가 은퇴 후 시골에 작은 북카페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예행연습이라 생각하고 올해도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2. 논문을 2~3편 정도 써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예전부터 생각해 왔지만 언제나 그렇듯 게으름이란 놈이 자꾸만 시간을 뒤로 끌고 간다. 학위 받은 지 10년도 넘었고 학교에 몸담은 사람도 아니기에 ‘딱히 논문을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나고 투자검토를 해왔던 경험들을 학술적으로 정리하면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주체별 투자 결정요인이나 투자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 BM의 차이 분석 같은 것들... 개략적인 연구모형을 그려놓고 짬짬이 선행연구를 찾아 읽고 있다. 


#3. 처음 시작할 때만큼의 열정은 줄었지만 테니스는 여전히 재미있고 또 어렵다.  타고난 재능의 차이가 다르고 나이에 따른 체력적 한계도 있는데 지난 몇 년간 너무 욕심을 부렸다. 과욕은 결국 탈이 나기 마련이다. 발목과 팔꿈치 부상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다소 소원해졌다. 자주 만나서 좋아지는 사이도 있지만 만날수록 지치고 힘든 사람들도 있다. 올해부터는 테니스 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줄였고 운동 후 늘 음주로 허비하는 시간도 줄였다. 대신 기초체력을 높일 수 있는 운동을 찾아 시도했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 했다. 한 달 사이에 컨디션이 아주 좋아지고 있음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4. 인공지능이 세상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란 건 이젠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들 대단하다고만 떠들 뿐 GPT를 포함한 생성형 AI의 실제적 효용을 보여주는 이는 주변에 많지 않다. 나 역시 그런 기대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만난 두 명의 대표님 덕분에 이 기술을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지 도움을 받고 있다. 2025년쯤에는 상당 부분 업무처리 방식에 개선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5.  1월에는 제안서 작성 작업을 몇 건 했다. 그런데 발주기관의 RFP 요구사항을 살펴보면 배정 예산이 이게 맞는 건가 싶을 때가 많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요구사항을 제시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경쟁이 치열한 것을 보면 업계 구성원 대부분의 사정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인 것 같다. 적정한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사업을 수주해서 손해 보면서까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밑지면서 하는 장사는 없다. 결국 서비스와 산출물의 수준이 낮아질 뿐이다. 


#6. 배움에는 끝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내 나이는 인풋도 중요하지만 아웃풋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신영복 선생은  담론이란 책에서 ‘소비를 통하여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인간의 정체성은 생산을 통해 형성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연습을 하기로 결심했다. 브런치를 개설한 것도 글쓰기 모임에 가입을 한 것도 그런 이유다.


#7. 건강관리

주 4~5회 마시던 술을 1~2회로 줄였다. 횟수만 줄인 게 아니라 먹는 양도 줄였다. 그리고 또래 아저씨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서로 먹는 것과 운동하는 일상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 먹는 거래 봐야 야식과 기름진 음식을 조금 줄여 보자는 것이고 운동이래 봐야 사실 팔 굽혀 펴기, 스쾃 50개 정도가 전부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것만으로도 50대 아저씨의 몸엔 반응이 일어난다. 기분 좋은 변화다.


#8. 아쉬움

새해에 늘 하는 결심 중 하나인 금연은 여전히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큰소리쳐놨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아빠는 부끄러울 뿐이다. 시간 관리가 여전히 느슨하다. 한 달을 돌아보니 불필요한 곳에 낭비된 시간이 너무 많다. 주에 한 권씩 읽기로 결심한 독서량도 아쉽다. 지난달 간신히 2권을 읽었다. 


2월은 짧다. 그리고 명절 연휴도 있기에 정신줄을 놓고 있다 보면 어느새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릴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욕을 부려서도 안된다. 아주아주 조금만 나아지는 2월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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