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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worker Feb 02. 2024

계획형 인간

습관적 계획형 인간의 원칙 정하기

만날 때면 늘 새로운 계획을 신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새로운 꿈을 꾸고 뭔가 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

때로는 그러한 꿈을 듣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고 그것이 자극되어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니까...


그러나 매번 계획만 세울 뿐 시간이 지나도 과정과 결과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면? 그 와중에 또다시 새로운 계획을 자랑한다면? 아. 물론 심신이 미약한 우리가 계획한 일을 모두 실천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하지만 내뱉는 말의 대부분이 습관적 계획이라면, 심지어 계획만으로 이미 결과를 만들어 낸 사람인양 스스로를 속이는 모습은 보기에 영 불편 하다.


읽고 싶은 책을 잔뜩 살 수는 있지만 책장에 아무리 많은 책이 꽂혀있다 해도 읽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어쩌면 습관적 계획이란 게 이런 거 아닐까? 읽지도 못할 책을 계속 사서 쌓아놓고 있는 것...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사놓은 것 중 읽는 거라는 어느 유명 작가의 말처럼 쟁여놓고 있다 보면 언젠가 읽을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질 수 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보다 매번 이런저런 계획들을 쌓아 놓다 보면 언젠가 실천할 확률이 조금은 높아질 수 있으려나?


사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든 실천을 하든 말든 그런가 보다 하면 그만일 뿐이다.

그러나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계획을 세우고 팀 플레이라는 명목하에 여러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소하게는 운동, 스터디 같은 취미생활에서부터 크게는 함께 일을 벌여 돈을 벌어보자는 계획들까지...


"설악산 단풍이 얼마나 멋진지 아나? 다음 주말 아침에 무조건 출발하는 거야. 토요일 3시에 출발해서 아침은 설악에서 순두부를 먹고..... 블라블라..." 

필요한 장비를 구입해 놓고 시간도 비워 놓는다. 정작 출발전날에서야 

"미안 미안, 내일 급한 일이 생겼네... 설악산은 내년에 가기로 하고 다음 달에 제주도를 가자. 눈 덮인 한라산 등반이 얼마나 멋진지 아나?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우진해장국을 먹고.... 어쩌고 저쩌고... " 


"이번에 아무도 생각지 못한 기가 막힌 사업제안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어. OO기관 담당자랑 엄청 가까운 거 알지? A는 자료 수집을 하고 B는 사용자 인터뷰 안을 만들고 C는 이를 베이스로 제안서류를 만들어 보자. 난 담당자와 소통하면서 너희들의 자료 준비가 끝나면 발표자료를 준비해 볼게" 과연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을까? 실패는 괜찮다. 모든 일이 다 잘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실컷 떠벌려놓고 과정을 불성실하게 수행하거나 별일 아니라는 듯 뒤늦게 취소해 버리는 상황은 참기 힘들다.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때마다 의심과 경계가 커지는데 그때마다 그들이 한결같이 입이라도 맞춘 듯이 하는 말이 있다. 왜 이리 부정적이야? 왜 안될 일부터 생각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안될 일도 될 거 아니냐? 

  

써놓고 보니 정작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가 아니었는가 반성해 본다.

젊은이와 장년의 계획은 달라야 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계획이란 건 과욕 부리지 말고,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주변사람을 피곤하게 해서도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수립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의 힘을 남발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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