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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worker Feb 03. 2024

내가 글을 쓰는 이유

5년? 아니 10년 전쯤?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건 꽤 오래전부터였다.

언감생심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히 아니었고 그저 막연하게 뭔가를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들 뿐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주제로 어떻게 쓸 것인가'가 첫 번째 문제였다. 마땅히 글을 쓸만한 콘텐츠도 없을뿐더러 글재주는 더더욱 부족하다. 당시에도 어설프지만 자꾸 써봐야 나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막상 실행하는 건 막막했다. 두 번째 문제는 글을 꾸역꾸역 써낸다 해도 '이걸 어디에 공개하지? 누가 내 글을 좋아해 주기나 할까? 아니 좋아해 주기는커녕 비웃음이나 사는 거 아냐?'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쳇바퀴를 돌았다.

생각만 해도 부끄러웠다.


그렇다면 조금 전문적인 영역의 글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다.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나보다 훨씬 훌륭하고 역량 있는 사람들이 작성해 놓은 포스팅과 책이 넘쳐나는데 내가 거기에 한 줄 보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러한 핑계들로 결국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했다. 해가 바뀌는 시절이면 또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같은 이유로 이내 곧 포기했다.


그러던 중 몇 년 전쯤 '언제까지 소비만 하는 삶을 살 것인가? 삶의 마지막 날 세상에 남겨 놓을 작은 흔적 하나 없이 떠난다면 너무 허무한 인생이 아닌가?'매번 고민만 할 뿐 시도하지 못하는 한심함이 가슴 깊은 곳을 찔렀다. 바로 그날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당장에 뭔가 거창한 글쓰기가 부담스럽다면 일기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매일 쓰진 못했고 바쁜 시절에는 몇 달씩 건너뛴 경우도 있었지만 잊기 않고 꾸준히 쓰려 노력했다. 디지털 일기장 속 담긴 711편의 글에는 그간의 희로애락과 정리되지 않은 나의 생각들이 거칠게 쓰여있다. 여전히 부족하고 엉망이지만 이젠 더 피하지 않고 글을 써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해보라는 지인의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내 주제에 무슨 강의를?

몇 번을 고사했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 테니 한번 해보라는 끈질긴 권유에 마지못해 승낙했다.

승낙해 놓고 보니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 학기 동안 수업에 쓸 강의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지? 무엇보다 내성적 인간으로 평생을 살아온 내가 사람들 앞에서 주기적으로 떠들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걱정대로 첫 학기 수업은 엉망진창이었다. 수업준비에 시간 소요가 커서 본업에 영향을 줄 정도였고 수업시간에는 손수건을 준비해야 할 정도로 매번 땀을 흘려댔다.


그로부터 몇 해가 흘렀고 지금도 나는 몇몇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고, 많은 수의 스타트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와 창업강의도 심심치 않게 하고 있다. 여전히 강의는 떨리고 부담스럽지만 처음 시작하던 시절의 나보다 조금은 나아졌다. 감사하게도 강의 후에 도움이 되어 감사하다는 연락도 기끔은 받는다. 이제와 되돌아보니 세상은 꼭 명강사만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나의 세상은 한 뼘 더 넓어질 것이다.


나를 드러내고 쓰는 글은 여전히 자신 없고 부끄럽다. 하지만 이 역시 언젠가는 익숙해질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시작은 항상 망설임과 함께 온다. 이 작은 도전이 언젠가 내게 돌려줄 선물은 무엇이 될까? 신년에 시작한 글쓰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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