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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월 Dec 07. 2020

좋은 사람

It's not your fualt.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갖고 있었던 꿈이 있었다.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 누군가에게 공감할 이야기를 쓰고 싶다.


사실 부조리한 현실에 관심이 많던 시절, 무려 초등학생쯤부터 법 관련 책들을 읽었고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좋은 생각을 공유하고자, 법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그러나 크고 작은 범죄들, 그리고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모든 사연들은 마치 양은냄비처럼 확 끓어올랐다가 확 식어버렸다. 내가 법조인이 되다고 한들, 아무도 세상의 부조리함에 관심이 없겠구나.


그래서 방송을 하고자 했다. 그 당시 큰 이슈였던 PD수첩을 매번 챙겨보면서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서 숨겨져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알려야지.


하지만 정부의 압박에 방송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고 안타깝게도 꿈을 접어야 했다.

조금 더 넓은 곳, 공간의 제약이 적은 곳, 내 이야기를 더 펼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영화를 선택했지만 꿈을 꾸며 들어간 영화과에서는 상업영화만 운운하며 내 이야기들은 모두 무시하기 시작했다. 교수라는 직함을 단 현직 영화판의 감독과 스텝들은 그런 글로 영화를 만들면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진지하게 유럽 쪽으로 진출을 하는 게 좋다는 조언도 받았다.


그 당시 생각한 여러 시공간의 교차, 즉 우리가 귀신이라 생각하는 존재는 사실 우리가 존재하는 3차원과 또 다른 시공간, 혹은 4차원의 공간이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얼핏 보는 그런 존재들이라는 내용의 글을 썼지만 그걸 어떻게 표현을 할 거냐며 많은 학생들 앞에서 비웃음을 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내 글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장면이 나왔고 그 후 많은 웹툰과 영화, 책 등에서 그 장면이 반복된다.


포기하지 말걸, 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결국 나는 영화과를 자퇴하고 영어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영문과에 진학했다. 영문과에 들어가서 많은 영미문학들을 읽고 문법을 공부했지만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무려 10년 이상 영어를 했지만 그래도 영어는 어려웠다. 나름 어학연수도 다녀왔고, 영어도 잘한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한글로도 풀어내기 힘든 내 생각을 영어로 표현한다는 건 더더욱 어려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왜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길 희망했는지 다시 생각했다.


난 피해자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그러한 부조리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했지만 세상 살기 바쁜 우리나라에서는 그 일이 많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 <도가니>가 개봉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고, 아파했고, 그들의 상처에 공감했다. 이런 부조리를 다룬 영화 중에는 '흥행'이라는 말을 쓰기는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흥행'을 한 영화임에는 분명했다.


그 후로 비슷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픈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개봉했지만 바쁜 인생에서 '시간'과 '돈'을 들여 아픈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갈수록 적어졌다.


돌고 돌아 내 꿈은 경찰 공무원이 되었다. 누구보다 피해자를 먼저 보는 사람일 테니까, 내가 꼭 하고 싶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해줄 수 있는 그런 경찰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역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바뀐 정부에서 경찰들은 시민을 등져야만 했다. 중립을 유지하고자 노력했지만, 내 정치적 성향은 그럴 수 없었다.


결국 지금은 평범한 직장의 직장인이 되어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유지하고 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여전히 그 좋은 사람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글이나 영상을 통해서 누군가가 정말 단 1명이라도 부조리함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각을 다시 한번 할 수 있다면 그러면 난 버킷리스트를 이룬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


30년 조금 넘는 인생에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테지만 난 여전히 그랬듯, 앞으로도 좋은 사람이고 싶다.


나에게 좋은 사람들에게만큼은 나도 늘 좋은 사람이고 싶다.


브런치 작가라는 이 작고 소중한 호칭을 선물 받게 된 지금, 버킷리스트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나 스스로가 느꼈을 때 좋은 사람이고 싶고 누군가가 나를 떠올렸을 때 "음 좋은 사람이었지."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힘들지만, 많이 힘들지만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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