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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월 Feb 15. 2021

입사 1주년 선물로 사직서를 줬다

적당히 하자.

난 한 회사에서 오래 있지 못한다.

그 원인이 업무적이거나 사람때문이거나 혹은 급여때문이거나 어쨌든 1년이 최대였다.


그렇다고 내가 회사의 일을 대충한다거나, 출근하는 것을 격하게 싫어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만원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는 것은 끔찍하게 싫지만 다분히 워커홀릭의 기질을 갖고 있는 나는 누구보다 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정해진 시간안에 정해진 업무를 끝내고 심지어 다음날 해야할 업무까지 가져와서 일 해놓고 타인의 일을 도와주고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을 타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월요병은 있지만 출근하는 순간 퇴근하고 싶지만 일을 할 때는 다른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일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최근까지 다니던 회사에서 1주년이 되던 날. 1주년 선물로 갖고 싶었던 가디건과 악세사리를 샀다.

다음날, 사직서를 냈다. 그리고 다시 취준생이 되었다.


회사에서 하는 업무는 재미있었다. 다소 반복되는 업무가 있기는 했지만, 마케팅은 20대 초반에도 하던 일이었고 변화되는 세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알리는 것은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에게 굉장히 즐거운 일이었다.


내 일은 여유를 갖고 굉장히 천천히 하지만 (이라 쓰고 게으르다고 읽는다)

내가 해야하는 일은 누구보다 열심히 빠르게 열정적으로 처리한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가끔이지만 새벽에 울리는 업체들의 카톡이나 밤중에 오는 전화들이 내 워라벨을 방해하는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재미있게 1년 동안 일을 했다.


이런저런 사연들이 겹쳐 아쉽게 사직서를 쓰고 취준생으로 돌아왔지만, 1년 동안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은 한 해였다. 유난히 힘든 2020년을 보내는 와중에 다녔던 회사이기에 더 많은 것이 남겨지기도 했고 잃기도 했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같이 "넌 일복이 너무 많아", "넌 너무 일을 잘해서 탈이야" 같은 소리를 한다.

늘 새 회사에 입사하면서 '이번에는 일을 천천히 해야지. 적당히 해야지.' 다짐하지만 일을 시작하는 순간 내 사고는 정지되고 미친 사람처럼 일을 한다. 야근이 싫다는 이유로 점심을 거르면서 일을 한다. 과연 이런 업무태도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건 맞을까?


잘 못하던 사람이 하나를 잘 하면 칭찬을 받지만, 잘 하던 사람이 하나를 잘못하면 질책을 받는다.

뭐든지 적당히가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적당히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이력서를 다시 쓰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

사실 회사같은 건 다니지 않고 내 일에 열정적이고 싶지만 통장 잔고를 보며 다짐한다.

다음 직장에서는 정말 적당히 해야지.


열정이 넘치는 것은 좋지만 나를 위한 열정이 넘치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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