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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월 Apr 06. 2021

제로웨이스트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당신에게

동물들을 위해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고래'다.

필명이 고래 경 '鯨'과 달 월 '月'을 사용한 경월인 것도 고래와 달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래는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이지만, 아직까지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환상의 동물과도 같다. 고래가 나오는 영화들에 관심이 많았고, 고래에 관련된 기사를 자주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오존층 파괴로 인해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자라왔지만 내 몸이 직접 지구의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겪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동물들로 인해 조금씩 느끼고 있다.

각 사진의 출처는 사진 속에

지구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곰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진다는 다큐를 보았고, 코로나 판데믹 이후 마스크로 인해 발이나 부리가 묶인 새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로 콧구멍에 빨대가 박힌 거북이나 폐사한 고래의 시체에서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는 것 등, 환경오염이 정말 심각해지고 있구나 라고 느낀 것 동물들을 통해서였다.


평소에도 손수건을 들고 다니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조금이나마 환경을 보호하자, 했지만 온몸의 세포가 귀차니즘으로 이루어지고 자주 깜빡하는 나는 밖에서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를 사 먹거나 일회용 컵을 쓰는 일이 많았다. 손수건도 가방에 며칠씩 묵혀서 더러워지다 보니 손을 닦은 후에도 핸드타월을 당연하게 뽑아서 썼다.


이렇게 살다가는 죽기 전에 고래가 멸종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환경보호, 제로웨이스트를 조금 더 노력하고자 하나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장바구니 사이즈 비교를 위핸 맥주캔, 모든 제품이 비닐에 포장되어 있어 씁쓸했다.

마트에 장 보러 가서 당연하게 사던 비닐봉지를 줄이기 위해 가방에 장바구니를 넣어 다니고 있고, 차에도 장바구니를 비치해뒀다. 심지어 장 보러 가서 장바구니를 두고 온 것을 깜빡해 주차장에 여러 번 다녀온 적도 있지만 그래도 그 정도의 귀차니즘은 감수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모든 채소들이 이미 비닐봉지에 포장되어 있는 것을 보며 씁쓸해지기도 한다.


제과점에 갈 때도 빈 용기를 챙겨서 갔지만 역시 모두 비닐봉지에 포장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내 빈 용기는 그저 짐이 되어버리지만 어쩌면 유용하게 사용되었을지도 모르기에 귀차니즘은 감수하기로 한다.


손수건을 이용하면 텀블러를 쉽게 들고다닐 수 있다.

텀블러를 사용해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고는, 화장실에 그대로 두고 나와서 한참 뒤에 찾으러 돌아가기도 하지만 이 정도의 귀차니즘도 감수할 수 있다.


종이 빨대의 흐물거림이 싫어서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한다. 예전엔 인터넷을 통해서 조금 높은 가격을 줘야지 구매할 수 있던 스테인리스 빨대가 최근 다이소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보고 구매하여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밖에 나갈 때는 빨대를 깜빡하는 일이 많아 그냥 텀블러를 이용해서 먹는 경우가 많다.


랩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실리콘 뚜껑을 사용하고, 밀랍 랩을 만들기 위해 비즈왁스도 구매해놨다.


비누를 만드는 작업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주방세제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설거지 비누를 알아봤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그래서 어제는 시간을 내어 천연 비누 베이스와 베이킹소다, 원두 찌꺼기를 포함해 설거지 비누를 만들었다. 거품도 잘 나고 냄새도 없고 뽀득하게 잘 닦이고 무엇보다 고무장갑을 착용하지 않아도 손이 거칠어지지 않는다.


인간이 1년에 섭취하는 잔류세제가 종이컵으로 1컵 분량 정도 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양에 놀랬는데 내 몸이 걱정되기보다는, 씻겨나간 세제들이 하수구를 통해 해양생물들에게 피해가 된다고 생각하니 더욱 미안해졌다.


사실 목욕을 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 나오는 많은 거품들도 문제가 된다고 하는데, 거품의 양이 많으면 물속으로 산소가 녹아들지 못하고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물고기들이 숨을 쉬지 못하고, 물속의 식물들도 광합성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거품 자체도 수질 오염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나 역시도 거품이 나야 깨끗하게 닦이는 느낌이 들어서 특히 기름기가 많은 설거지를 할 때는 풍성한 거품을 바랐지만 최근 기름기를 먼저 제거하기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 밀가루나 부침가루 등을 이용해 1차 설거지를 하고 있다. 이런 가루류는 기름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적은 양의 세제로도 뽀득뽀득 소리가 나도록 설거지가 가능하다.


비닐을 더 벗기기 쉽게 만들어준다면 좋을 듯.

분리수거를 할 때도 플라스틱, 캔, 비닐 할 것 없이 기름기나 이물질들을 물로 헹궈서 분리수거를 하고 택배 박스의 테이프와 송장도 모두 제거한 뒤 종이별로 분리해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좋아하는 우유의 브랜드가 플라스틱 우유만 나와서 종이팩으로 먹기 위해 다른 우유로 변경을 했다. 정말 내 개인의 취향으로 사랑하는 브랜드였는데 아쉽지만 이정도는 감수해야지.


마스크를 버릴 때는, 끈을 가위로 자른 후 버린다. 이것만으로도 동물들의 부리나 발이 묶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면 마스크를 함께 이용하여 집에서 세탁 후 사용하기도 한다.


주변에서 '너 하나 그렇게 한다고 달라지지 않아.'라고 말하지만, '나 하나라도 그렇게 한다면 가장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어.'라고 답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숨 쉬는 것도 가끔 귀찮아서 빼먹을 것 같은 내가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량으로 사둔 칫솔은 이제 2개가 남았다. 이 칫솔을 다 사용하고 나면 자연분해가 가능한 대나무 칫솔로 변경할 예정이다. 플라스틱 빨대나 칫솔 사용으로 인해 역시 인간이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신용카드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이라고 한다. 누가 나에게 신용카드 한 장을 씹어 먹으라고 한다면 과연 먹을 수 있을까?


난 물을 하루에 2L에서 2.5L 정도 섭취한다. 최근 어지럼증이 잦아졌는데 물을 섭취하는 양이 너무 많아서 몸 안에 나트륨 수치가 낮아지고 그로 인한 어지럼증이 올 수 있다며 물 중독을 얘기했다. 중고등학생 때도 물 중독으로 인해 물을 조금 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최근에는 그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물을 먹을 때도 생수나 정수기를 이용하기보다는 보리차를 끓여서 먹고 있다. 지금 티백 보리차가 3개 남았는데, 티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볶은 보리를 사서 보리차를 끓여먹을 예정이다.


메일함에 잔뜩 쌓인 메일들도 모두 비웠다. 메일함 비우기가 환경오염을 막는다니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서버가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열들이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한다.


종이 영수증을 받지 않기 위해 전자영수증을 제공하는 모든 곳은 전자영수증으로 변경했다. 일반 매장에서도 계산하기 전에 영수증은 주지 않으셔도 된다고 얘기한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는 것은 굉장히 귀찮다. 습관화된다면 괜찮아지겠지만, 한번 더 움직여야 하고 한번 더 생각해야 하는 것은 현대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작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작은 노력으로 조금씩 괜찮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아주 작은 것부터 실행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어떻게 제로웨이스트를 실행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가방 안에 장바구니를 하나 넣어두는 것부터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비닐 한 장 구매하지 않는 행동에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면 이미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 것이고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제로웨이스트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인간의 작은 노력에 환경은 조금씩 괜찮아질 수 있고, 동물들도 더 예쁘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 믿음으로 난 오늘도 열심히 분리수거를 한다.



(메인사진 출처 : cottonbr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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