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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월 Apr 11. 2021

치과 공포증, 야 너두 극복할 수 있어!

사실 비용이 가장 무서운 치과

난 어릴 적부터 이가 좋지 않았다.

치아는 길고 얇은 데다가 블랙 트라이앵글에 음식이 끼면 양치질만으로는 잘 제거되지도 않는다.

부정교합도 있고 앞니는 살짝 벌어진 상태다.


라텍스 알레르기가 있어서 치과에 다녀오면 온 얼굴이 뒤집어지고 치과 후에는 피부과를 방문해야 했다.

마취도 잘 되지 않아서 치료를 하기 위해 마취를 2-3번 정도 해야 했고 치과 의사 선생님들도 참 치료하기 힘든 치아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


교정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아랫니가 나와있는 탓에 단순 교정으로는 잘 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사랑니도 발치를 했고 그때마다 정말 고통에 시달렸으며

신경치료를 할 때도 마취가 잘 되지 않아 늘 고통을 느껴왔기에 내게 있어서 치과는 정말 공포의 대상이었다.


사실 치과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꽤 많다.

윙- 돌아가는 기계의 소리도 무섭고 어떤 치료를 하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마취 주사도 아프고 그냥 다 별로다.


난 치과 공포증이 정말 유별나게 심해서 치과에 접수를 하고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순서를 기다리며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러도 깜짝깜짝 놀라고 내 순서가 되어 치과 의자에 앉으면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진정시키려 애를 써도 엉엉 울고 있으니 치료는 불가능할 수밖에...


피곤하면 잇몸이 많이 붓는 탓에 뽑지 않은 사랑니가 그때마다 얼굴을 내밀 때도 있고 잠을 자기도 힘들 정도의 치통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매번 내 울음으로 인해 치료는 불가능했고 약만 처방받아 왔었다.


"OO님, 정말 치료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오셔야 치료 가능해요. 이렇게 힘들어하시면 치료가 불가능해요. 대신 지금 치료할 이가 좀 많으니까 최대한 빨리 오셔야 해요."


이 이야기를 벌써 몇 번이나 들었는지...


치과를 혼자 가지도 못했다. 가야겠다는 생각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가끔 누가 "너 치과 가야 해"라는 얘기만 해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어느 정도의 트라우마가 나에게 있는 건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나는 치과를 무서워했다.


30대가 되고도 여러 번 치과에 도전했지만 매번 실패로만 돌아오던 날들.

올해, 정말 치통이 너무 심해서 한 살 더 먹었으니 왠지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혼자 치과를 방문했다.


사실 혼자 가기엔 무서워서 인형과 함께 방문했다.

인형에겐 미안하지만, 아프면 다 쥐어뜯길 운명의 팬돌이...


오랜만에 방문이라 엑스레이도 찍고 입을 벌리고 검사를 받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래도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아마 팬돌이가 도움이 되었나, 싶기도 했다. 내 공포증에 대해 치과에서 모두 다 알고 있었기에 "보기만 할게요"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며 의사 선생님은 내 치아를 아주 열심히 세심하게 관찰했다.


당장 아픈 이부터 치료를 해야 하는데, 치과에 사람이 워낙 많아서 약을 처방받고 예약을 했다.

그리고 내 치과 방문은 계속되었다.



생긴 것만 봐도 무서운 치과 장비들...


결론을 얘기하자면 지금 너무 썩어버린 치아 2개를 발치했고 1개의 치아 신경치료를 마쳤다.

다음 주에는 치아를 씌우러 가야 하고, 그리고 또 다른 치아 치료에 들어간다.


오늘의 치료는 어떻게 할지, 인형의 이름은 무엇인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하나하나 늘 세심하게 챙겨주던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 덕에 내 치료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공포증 많이 좋아지셨네요."라는 말에도 괜히 더 힘이 난다.


난 언젠가 전신마취를 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 모든 치아를 다 치료받겠다고 말할 정도로 치과가 무서웠고 사실 이번에도 치료를 시작하면서 수면치료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너무나 치료를 잘 받고 있다.


처음에 치과 치료 시작했다고 했을 때 주변 가족과 지인들이 "네가?"라고 말했고, 하루 이틀 치료가 진행되면서 "안 울었어?"라고 했었는데 이제 모두 "대견하다!"라고 말해준다.


공포증이라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물론 본인이 얼마나 마음을 먹었느냐에 따라 많이 다르다. 시작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용기를 내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무언가를 극복한다는 것은 나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좌절할만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꼭 극복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잘하고 있다고, 잘했다고,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해주는 그 한마디들이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내 어려움을 알아주고 친절하게 대해주던 선생님들이 나에겐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지금은 치과 가는 날이 엄청 기다려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치과에 가는 게 무섭지는 않다. 오늘은 어떤 치료를 받을까, 지난번에도 잘 받았으니 이번에도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치과를 간다. 아주 피곤한 날에는 마취가 되길 기다리면서 졸기도 한다.


치과의 'ㅊ'자만 들어도 고양이 앞에 생쥐처럼 벌벌 떨던 나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치과에 간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었으니 한 번 해보자, 라는 내 결심이 더 많은 치료 비용이 나올 뻔하던 것을 조금이나마 줄여줬다. 각종 치료부터 크라운, 임플란트까지 생각하면 내 카드와 카드값을 갚을 미래의 나는 허덕이겠지만 그래도 치통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정말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치아를 살리기 힘들어서 임플란트 비용이 더 늘어났을 것이 안 봐도 비디오다.


30대 중반이 코앞이지만 아직도 나는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 많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려운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세상을 더 많이 알아가기에 더 두려운 것이 많이 생길 수도 있다.


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평생을 살고 싶었지만, 어쩌다 보니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성장을 한다는 것엔 조금 뿌듯함을 느낀다.


치과 공포증, 야 너두 극복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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