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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팅게일 Jan 15. 2024

희비는 단 한 마디에서부터

의사의 한 마디

"임종을 준비해야   같습니다"


요즘 외래를 자주 가게 되었다.

너무 오래 했던 밤샘 근무 탓일까. 내 몸은 은근히 망가져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 장이 문드러지고 있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외래를 가면서 진료를 보고 있다. 진료를 볼 때마다 무슨 말을 하실지 기대도 하면서 걱정도 한다.

이전보다는 나아졌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 그러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약을 추가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속이 쓰리다.

나를 자책하게 되고 치료에 잘 반응하지 못하는 내 몸을 원망하기도 한다. 단번에 좋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쉽지 않다.


"아직 진단을 내리기엔 어렵고 한 달간 염증약을 복용해 보고 내시경을 한번 더 해봅시다"

이 말을 들었을 때는 희망을


"이전 조직검사와 이번 검사를 미루어 보았을 때 진단을 내리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약을 한 달간 더 먹어보고 염증검사를 해보죠"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걱정을


"염증 수치가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고민이 됩니다. 기존약에 새로 약을 추가해 보겠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좌절을 했다.


건강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나였기에 난치병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아파서 출근 안 하면 좋겠다. 한 3일만 쉬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휴식을 말이다.

그러나 평생의 난치병을 얻을 줄은 몰랐다.


의사의 입에서 '당신은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간절하다.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그것이다.

나의 안녕을 당신에게 듣는 .



암병동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임종을 보았다.

"임종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교수님. 그 말에 눈물 훔치는 보호자들. 체념하는 환자.

얼마나 간절했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아프기 시작하니 비로소 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을 위한다는 알량한 내 선의는 거짓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은 더 그들을 잘 위로할 자신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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