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안갯속으로 인도가 들어오다

by 문경화

왜 우리는 느닷없이 우울증에 빠질까? 어쩌다 우리는 자기 파괴와 학대에 몰두하느라 삶을 탕진하고 있을까? 그러다 왜 하필 누군가는 죽음에 이끌릴까?


내가 감히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군가는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며 살고, 누군가는 삶으로부터 도망치며 산다. 어떤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여러 조건과 자신이 가진 씨앗과 DNA 정보와 불분명한 이유에 의해 도망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스무 살의 나는 후자였다.


아직 꽃 피워본 적도 없는 이십 대 초반에, 꽃이 봉우리째 시들었다. 삶에 멀미와 구토를 느꼈다. 새벽 세 시에 화장실 타일 위에 엎드려 펑펑 울기도 하고, 멍청히 벽을 쳐다보다 벽에 머리를 짓찧기도 했다. 책상 밑에 쭈그려 앉아 소주에 청양고추를 먹으며 덜덜 떨기도 했다. 뭐 유별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청춘'이었던 것이다.


삶이라는 큰 도화지의 여백 앞에 연필을 들고 덜덜 떨었다. '나 뭐 하지? 나 누구지? 나 어떻게 살지?' 남들은 쓱싹쓱싹 그림을 잘도 그려가는데 나만 '나'라는 장애물에 걸려 넘어진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왼발을 내밀어야 할지, 오른발을 내밀어야 할지 몰라서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 세상 사람들이 신비롭기만 했다. 어떻게 저렇게 잘 살아가지? 그들이 놀랍고 무서웠다.


시간이 흘러 그때를 돌아보면 그 모든 병약함의 근원에는 사실... '진,짜,로 살,아, 보, 고' 싶은 욕망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살고 싶었다. 그것도 나답게... 자격증, 돈, 외모, 학벌, 스펙, 능력, 남들과의 비교... 그런 것들 너머 안개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진짜인 것을 살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이 진짜일까? 어떻게? 내게는 물어볼 사람 하나 없었고 그런 얘기를 들어줄 친구 하나 없었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답은 보이지 않았다. 안개는 지독했고 내 발등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도망자가 되었다.


그러다 결국 스스로를 학대했다. '니가 그렇지 뭐. 니가 못나서 그래. 남들 다 잘 살잖아. 남들 다 자기 몫을 하잖아. 못나빠져서... 약해빠져서... 밥이나 축내고... 살 가치도 없다...' 우울과 자기 학대는 함께 왔고 비관과 염세의 끝은 죽음이었다. 사실은 진, 짜! 잘 살고 싶었는데 왜 나는 죽음까지 나 스스로를 몰아넣었을까? 몸부림쳐도 하루하루가 감옥 같던 도망자, 이십 대 초반.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날이 있다. 2002년 12월 23일!....


잠에서 깨어나 벌떡 상체를 일으킨 나는 "인도!"라고 소리 질렀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이없고 신비롭다. 왜 내 입에서, 내 목소리로 '인도'를 소리쳤을까? 생각조차,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인도를...


잠깐 고민하는 척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가 빠르게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인도로 떠나기까지 딱 두 달이 걸렸다. 이미 벼랑 끝이었지만 두려움은 컸다. 영어도 못하는데, 돈도 없는데, 성격도 소심한데... 벌 떼처럼 앵앵거리는 목소리들을 뒤로하고 눈을 질끈 감고 벼랑에서 두 발을 떼... 인도로 날아올랐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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