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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마 Mar 01. 2024

20. 맘까페만큼만 믿어줬으면.

정말 진료 보면서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 중 하나가 "맘까페에서는 이렇게 말하던데..." 라는 이야기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고, 집단 지성의 힘이란 것에 대해서도 인정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환자의 병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의사다. 특정 질환, 희귀난치병에 대해서는 환우회 모임의 부모가 더 잘 알 수도 있다고 하지만, 단편적인 지식에 한해서다. 그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에는 엄연히 차이가 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우리가 해열제로 흔히 먹는 부루펜 시럽(ibuprofen), 여기 부작용에 쓰여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다 읽어보았다면 일반인의 시선에서는 "이렇게 위험한 약을 여린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부루펜 시럽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식욕부진, 구역, 구토, 복통, 소화불량, 위장관궤양, 두드러기, 발진, 가려움증, 졸음, 어지러움, 두통, 두근거림, 이명 "


이 모든 증상을 보고도 약을 써도 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밖에. 하지만, 의료인의 시선에서는 흔하지 않은 부작용들이며, 부작용을 고려하여 약제를 쓰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약을 쓰지 않았을 떄의 문제가 더 클지에 대해서 판단을 하게 된다. 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어떤 병을 진단받았을 때 나도 처음 듣는 병이 있을 수 있지만, 해당 병에 대해 검색하고, 무엇을 조심하고, 어떤 것이 특징이며, 어떤 약물이 금기인지 등에 대해서 파악하고 협진을 하는 등의 과정에 대해서 능숙하기 때문에 전문가인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또 해볼까. 


만 3세 아이가 복통, 구토, 발열, 두통이 있다고 한다. 맘까페에서는 뇌수막염 가능성이 있으니 어서 병원으로 뛰어가라는데, 어라, 의사는 왜 뇌수막염 이야기를 한 마디도 안 하지? 이 의사 돌팔이 아니야? 


아니다.

똑같은 증상이라고 하더라도, 증상의 발생 순서나 정도에 따라 시나리오는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1) 어제부터 구토를 하고, 복통이 심해지기 시작하면서 설사를 하고, 열은 오늘 38도 정도 났는데 발열이 있으면서 두통을 잠시 호소하고, 열이 떨어지면서부터는 두통을 호소하지 않았다. 


2) 4일 전부터 열이 나기 시작하고, 감기기운이 있었고 복통은 2일 전에 잠깐 호소했으나 현재는 심하지 않았고, 어제 밤부터는 발열은 미열 정도인데 구토를 심하게 하면서 두통을 호소한다. 


1)은 전형적인 장염에 더 부합하는 증상이고, 발열이 있을 때 두통이 있는 경우는 흔하지만, 발열이 호전되면서 두통이 호전되는 모습을 보인다. 2)의 경우는 두통이 더 두드러지는데, 바이러스 감염 이후 뇌수막염에서 뇌압이 상승하며 환아가 호소하는 두통과 지속적인 구토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같은 증상인 것 같아도 환아를 문진하고 검진해보는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그런 걸 판단하고 감별해내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다. 


면허라는 것은 쉽게 주어지지도 않고, 임상의사로 일하면서 쌓인 경험도 있거니와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지식이 있기 때문에, 내 아이에 대해서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것은 현재 내 눈앞에 있는 의사이지, 맘까페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경험들에 대해서 공유하고, 어느 정도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환아를 직접 본 사람의 의견을 더 따라주시는 게 맞지 않을까. 조금만 믿고 따라와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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