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이 아프게 들리던 밤

by 스팅비 StinG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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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J StinGBee 추억의 팝송을 시작합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꺼내온 노래는 F.R. David의 Words입니다.

이 곡은 GPT에게 물어보니 1982년에 발표된 F.R. David의 대표곡으로,

그의 공식 사이트에서도 80년대를 대표하는

큰 히트곡 가운데 하나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F.R. David는 프랑스 뮤지션으로,

본명은 Elli Robert Fitoussi라고 하네요.

그는 싱어이자 작곡가, 편곡가,

프로듀서로 폭넓게 활동해 온 아티스트이고,

“Words”는 그 이름을 가장 오래 남긴 노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가 오래 남는 이유는

단순히 멜로디가 좋아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노래는 사랑을 말하고 싶은데도

그 말을 끝내 쉽게 꺼내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주 조용하고도 정확하게 건드립니다.


사랑은 분명 마음 안에 가득한데,
정작 입술 앞에서는 멈추고,
목 안에서 맴돌다가,
결국 한숨처럼 흩어져 버리는 마음.

아마 누군가에게는 이 노래가 달콤한 러브송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늦은 밤 혼자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차마 꺼내지 못한 말들을 가슴 안에서만 굴리게 만드는 노래일지도 모릅니다.


이 스팅비에게는 늘 그랬습니다.

이 노래를 알고 난 뒤부터,
노래방에 가면 늘 마지막쯤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오래도록 몰랐습니다.
그냥 이상하게 마지막이 되면 이 노래가 생각났고,
끝까지 입 밖으로 못 꺼낸 무언가를 대신 불러주는 것 같아서
늘 마지막엔 이 노래를 붙잡게 됐습니다.


지금 이 스팅비는 집 뒤뜰에 홀로 앉아 있습니다.
손에는 차가운 맥주잔이 있고,
다른 손끝에는 시가가 천천히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밤공기는 생각보다 차갑고,
그래서인지 마음은 그보다 더 늦게 식고, 더 오래 아립니다.


이런 밤에는 괜히 말이 줄어듭니다.
대신 음악이 켜지고,
연기가 올라가고,
낮에는 애써 눌러 두었던 것들이 밤이 되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 나옵니다.

오늘 밤 꺼내온 이 노래, F.R. David의 Words는

이런 밤에 듣기엔 너무 정확한 노래 같습니다.


사랑을 말하고 싶은데,
그 가장 쉬운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끝내 가장 어려운 말이 되어 버리는 마음.

입으로는 못 꺼내고,
가슴 안에서만 몇 번이고 맴돌다가
결국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침묵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마음.

이 노래는 꼭 그런 사람의 목소리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 멜로디보다 먼저 한숨이 나옵니다.


가정폭력 1부에 썼듯이,
어린 시절 제게는 아버지의 폭력과 폭언이 먼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듯 늘 붙던 말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

저는 지금도 그 순서를 잊지 못합니다.

먼저 무서움이 있었습니다.
먼저 아픔이 있었습니다.
먼저 숨 막히는 침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꼭 그 뒤에,
모든 것을 덮어버릴 수 있다는 듯
“사랑한다”는 말이 따라왔습니다.


아마 어떤 분들에게는 그 말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품어 주는 말.
안심시키는 말.
살아갈 힘이 되는 말.

그런데 이 스팅비에게는 아니었습니다.

그 말은
울음이 멈춘 뒤에 들리는 말이었고,
겁에 질린 몸이 겨우 가라앉은 뒤에 들리는 말이었고,
아픈 마음 위에 조용히 덮어씌워지듯 내려앉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 겁니다.
그때부터 이 스팅비의 마음은 돌처럼 굳어 갔습니다.
아니, 어쩌면 돌보다 더 차갑게 식어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깨지지 않으려면 굳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는 다치지 않으려면 무뎌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린 마음이 살아남는 방식이란 게
가끔은 그렇게 슬프고 이상한 모양이라는 걸
저는 너무 일찍 배워 버렸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이 아름답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 말이 먼저 아프게 박혀 버린 마음은
그렇게 쉽게 따뜻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지껏
누구에게도 쉽게 사랑한다고 말해 본 적이 없습니다.


사랑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사랑할 줄 몰라서도 아닙니다.
어쩌면 그 반대입니다.

저도 뜨겁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아름답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여자에게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도망치지 않는 눈빛으로,
분명하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저에게는 아직도 너무 멉니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누군가의 품에서,
누군가의 눈빛에서,
누군가의 손길에서
사랑이 원래 따뜻한 것이라고,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고 배웁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사랑이라는 말을
아픔 뒤에 따라오는 소리로 먼저 배웁니다.


그러면 그 단어 하나를 믿기까지
남들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립니다.
그 말 하나를 내 입으로 꺼내기까지
남들보다 훨씬 많은 밤을 건너야 합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제게 그냥 노래가 아닙니다.
오래 숨겨 둔 고백이고,
끝내 말하지 못한 마음이고,
누군가 앞에서 차마 꺼내지 못했던 한 사람의 떨림처럼 들립니다.


Words don't come easy to me.
(자막: 내게는 말들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How can I find a way to make you see I love you.

(자막: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걸 당신이 알게 하려면, 나는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할까요.)

This is the only way for me to say I love you.
(자막: 이것이 내가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 가사를 듣고 있으면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저려옵니다.

아, 정말 그렇구나.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말이 나오지 않는 거구나.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너무 오래 얼어 있어서
입술까지 오는 길이 남들보다 멀 뿐이구나.


지금 이 밤도 그렇습니다.

뒤뜰은 조용합니다.
빈 맥주캔은 늘어나고 맥주잔 겉에는 차가운 물기가 맺혀 있고,
시가 끝의 작은 불빛만 어둠 속에서 붉게 살아 있습니다.
그 앞에 혼자 앉아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괜히 웃음도 안 나고,
말도 안 나고,
그저 길게 한숨부터 나옵니다.


나는 왜 아직도
사랑이라는 말을 이렇게 어렵게 느끼는 걸까.

왜 나도 누군가를 뜨겁게 안아주고 싶은데,
누군가를 아름답게 사랑하고 싶은데,
정작 그 말 앞에만 서면
마음이 먼저 얼어붙고,
목이 먼저 잠기고,
눈빛이 먼저 흔들리는 걸까.


어쩌면 저는
사랑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너무 아프게 배워버린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바라고 있습니다.

한때 얼음처럼 얼어버렸던 이 스팅비의 마음이
세월이 지나면서 더 늦기 전에 서서히 녹기를.
누군가의 진심 앞에서 물러서지 않기를.
누군가의 다정함 앞에서 놀라지 않기를.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먼저 의심부터 하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사랑이라는 말을
더 이상 상처처럼 듣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이 무섭습니다.

그 말이 아름다운 줄 알면서도,
그 말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린 날의 어떤 기억은 여전히 제 안에서 먼저 눈을 뜹니다.


그 말이 들리는 순간
지금의 내가 아니라
한때 겁먹고 웅크렸던 어린 제가 먼저 고개를 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밤도
그 한마디를 제 입으로 바로 꺼내지 못하고
이렇게 노래를 빌립니다.

어쩌면 오늘 밤도
정작 전하고 싶은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맥주잔의 물기만 손끝에 남기고,
시가 연기만 밤공기 속으로 흩어질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또 이렇게,
브런치라는 조용한 자리에서야 겨우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이렇게 홀로 앉아 있는 스팅비의 마음은 알지 못한 채
그저 무심한 하루를 지나고 있을 누군가에게.

그리고 언젠가
이 스팅비의 늦고 서툴고 떨리는 마음을
끝까지 받아줄 한 사람에게.

저는 지금
조용히 전화를 걸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은 쉽게 나오지 않지만
마음까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침묵이 길었다고 해서
사랑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오히려 너무 오래 아파 본 사람은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 데나 흘리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가볍게 꺼낼 수 없어서,
더 늦고, 더 아프고, 더 떨리는 것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밤 이 노래는
추억의 팝송이면서도,
동시에 제가 평생 가장 어려워했던 한마디를
대신 꺼내 주는 노래처럼 들립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말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울음을 삼키며 평생 돌아 겨우 닿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늘 그랬습니다.

맞고 난 뒤 들었던 말.
울고 난 뒤 들었던 말.
가슴이 식은 뒤 들었던 말.
무서움이 지나간 자리 위에
늦게 내려앉던 말.

그래서 저는
그 말을 너무 오래
따뜻하게 믿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끝내 바랍니다.

그 말이 다시 아름다워지기를.

한 사람 때문에라도.
한 번의 진심 때문에라도.
제 안에서 얼어붙어 있던 시간들까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녹여낼 만큼
정말 따뜻한 사랑을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한때 얼음처럼 얼어버렸던 이 스팅비의 마음이
세월 끝에서라도 조금씩 녹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의 손길 앞에서 놀라지 않고,
누군가의 다정함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누군가의 진심을 의심부터 하지 않고,
언젠가는 저도 사랑을
아픔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정말 사랑하는 여자가 제 앞에 있다면,
그때는 이제 숨지 않고,
이제는 돌아서지 않고,
이제는 노래 뒤에 숨지 않고,
제 목소리로 똑바로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해.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이 한마디가
저에게는 너무 오래 돌아서야 겨우 닿는 말이었습니다.
울음을 지나고,
침묵을 지나고,
무서움을 지나고,
너무 많은 밤을 건너서야
겨우 입술 끝에 닿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노래는
추억의 팝송이면서도
동시에 제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겨우 꺼내온
저의 고백처럼 들립니다.

혹시 이 밤,
누군가도 저처럼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서 오래 멈춰 본 적이 있다면,
이 노래가 그 마음을 대신 안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디
한때 얼어버렸던 마음들도
세월 끝에서는 조금씩 녹아
늦게라도,
떨리더라도,
눈물이 나더라도,
끝내 한 사람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DJ StinGBee 추억의 팝송.
오늘 마지막으로 꺼내온 노래는
F.R. David의 Words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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