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14장-1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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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4] 너를 품에 안으면 [14장-1부] — 붉은 책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4-1)

FTO 현장훈련교관 밀러가 묵직한 링 바인더를 들고

선율 이를 사무실로 불렀다.


“Officer Shin, report to my office.”
(자막: 신 경관, 내 사무실로 와.)


그 한마디에, 선율의 목덜미가 먼저 굳었다.

오늘이 FTO 훈련 마지막 날이다.


다리 밑 사건 이후 별 큰 사건 없이 마지막 혼자서 하는

Ghost Phase (자막: 고스트 단계 / 단독 평가 단계) 도 무사히 마쳤다.


이렇게 6개월 만에 여기까지 온 게…

나름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날”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
별일이 없어도, 심장이 먼저 불합격을 상상한다.


선율은 무전기 (Radio, 자막: 무전기)를 눌렀다.


“10-4.”
(자막: 확인.)


사무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잠깐씩 머릿속을 스쳐갔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번지던 경광등.

손끝에 남은 긴장. 밀러의 목소리.

“엄폐해!.”라는 짧은 명령들.


무엇보다—다리 밑, 차 안.
다섯 살짜리 아이의 얼굴. 눈. 숨소리.
“아버지”라고 불리던 짐승.


그리고 그 아이가… 인간방패가 되던 순간.

그 장면은 끝났는데, 끝나지 않았다.


선율은 아직도 가끔, 그날의 공기를 목 뒤에서 느꼈다.

사무실 앞.


밀러 경사는 모랄레즈 경정과 대화를 하고 있었고,

다가오는 선율을 바라봤다.


두 얼굴엔 아무 표정이 없었다.
그 무표정이 제일 무서웠다.


모랄레즈 경정이 먼저 말했다.


“Officer Shin, grab a chair and have a sit.”
(자막: 신 경관, 의자 가져와서 앉아.)


선율은 목소리를 단단히 눌러 대답했다.


“Thank you, Captain.”
(자막: 경정님 감사합니다,.)


밀러가 책상 위에 묵직한 링 바인더를 “툭” 올려놓았다.
그걸 보는 순간, 선율은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그 바인더 안에—자신이 지나온

6개월이 통째로 들어 있다는 감각.


실수도, 배운 것도, 버틴 것도, 흔들린 것도.
“괜찮다”라고 넘긴 밤들까지, 전부.


처음엔 종이 몇 장뿐이었다.
훈련 첫 주.
새 종이 냄새가 나던 얇은 기록들.


그때 선율은 생각했다. ‘이게 뭐 대수야.’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링 바인더는 성경책처럼 두꺼워져 있었다.

성경책이 두꺼운 건 단지

페이지가 많아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거기에 자기 인생을

끼워 넣기 때문이라는 걸—선율은 처음 알았다.


이 바인더도 그랬다.
페이지가 두꺼워진 게 아니라,
그 안에 “자기”가 쌓여 있었다.


밀러가 말한다.

“Here is the Red Book, Captain.”
(자막: 여기 레드북입니다, 경정님.)


Red Book (자막: 레드북 / 붉은 평가기록).
매주 점수가 기록된다.


1단계와 2단계는 총 70점.
3단계와 4단계는 총 80점.


마지막 Ghost Phase (자막: 고스트 단계 / 단독 평가 단계)

는 90점을 받아야 통과할 수 있다.


모랄레즈는 무표정으로 한 장 한 장 빠르게 페이지를 넘겼다.
점수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넘기는 속도가 너무 일정해서, 오히려 더 긴장됐다.

그동안 밀러와 선율은 아무 말 없이 그 손만 바라봤다.


종이가 “사각”거릴 때마다,

선율은 심장 박동이 귀 뒤에서 울리는 걸 느꼈다.
마치 그 종이들이 선율의 심장을 대신해 뛰는 것처럼.


그러다 밀러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Hey, Shin… 점수가 모자라면 다시

Remedial training (자막: 재교육 / 보충훈련)

으로 되돌아갈 수 있어.”


순간 선율의 얼굴이 굳었다.
장난일 수도 있다.


밀러는 원래 이런 식으로 사람을 떠본다.
근데 마지막 날엔, 장난도 칼이 된다.

선율은 웃지도 못하고, 침만 삼켰다.


“Yes, sir.”
(자막: 네, 알겠습니다.)


모랄레즈의 손이 어느 페이지에서 잠깐 멈췄다.
그 1초가, 선율에겐 1분처럼 길었다.


그리고 모랄레즈가 레드북을 덮었다.


“툭.”


판결문 도장 소리 같았다.

모랄레즈가 선율을 바라봤다.


표정은 그대로였다.
눈빛만 차갑고 정확했다.


“Officer Shin.”
(자막: 신 경관.)


선율은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더 똑바로 앉았다.

모랄레즈가 말했다.


“Pass.”
(자막: 합격.)


그 한 단어에, 선율은 숨을 내쉬는 법을 다시 배웠다.
목 안에 박혀 있던 딱딱한 것이 내려가는 느낌.


“Thank you, Captain.”
(자막: 감사합니다, 경정님.)


모랄레즈 경정은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이더니,

레드북을 다시 열었다.


마지막 페이지.
서류의 끝이 아니라—사람의 끝을 찍는 자리.


모랄레즈 경정이 펜을 책상 위에 “딱” 놓고,

손가락으로 빈칸을 짚었다.


“Date and sign.”
(자막: 날짜 쓰고, 싸인해.)


선율은 잠깐 멈췄다.
그 칸이—그냥 칸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종이 몇 장뿐이던 링 바인더가,

성경책처럼 두꺼워질 때까지 쌓인 시간.


그 모든 걸 한 줄로 “인정”해버리는 칸.

밀러가 옆에서 낮게 덧붙였다.


“Make it legible.”
(자막: 알아볼 수 있게 써.)


선율은 펜을 잡았다.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그 떨림은 겁이 아니라—

끝이 났다는 사실이 너무 현실이 어서였다.


그는 날짜를 적었다.
숫자가 잉크로 변하는 순간, 6개월이 종이에 붙었다.


그리고 싸인.
자기 이름을 쓰는데, 이상하게 목이 꽉 막혔다.


이름이 원래 이렇게 무거운 글자였나.

선율이 펜을 내려놓자, 모랄레즈가 레드북을 “툭” 덮었다.


“좋다.”


그 짧은 한마디가, 합격 통지서보다 더 강하게 남았다.

밀러가 의자에 기대며, 낮게 말했다.


“Remember the repetition.”
(자막: 반복을 기억해.)


“Okay? Officer Shin—repetition.”

(자막: 알겠지, 신 경관—반복이다.)


“Repetition. Repetition. Repetition.

If you don’t repeat it, you’ll forget it soon.”

(자막: 반복. 반복. 반복. 안 하면, 너 금방 다 까먹어.)


“Keep practice.”

(자막: 계속 연습해.)


“And again—officer’s safety first.”
(자막: 다시 말하지만—경관 안전이 최우선이야.)


그 말이 이상하게 무겁게 남았다.
수백 번 들은 말인데,

오늘은 ‘인사’가 아니라 ‘경고’처럼 들렸다.


밀러가 마지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Congratulations.”
(자막: 축하한다.)


선율은 목소리를 단단히 눌러 답했다.


“Thank you, sir.”
(자막: 감사합니다.)


모랄레즈가 서류 한 장을 꺼내 선율 앞으로 밀었다.
얇은 종이 한 장인데도, 손이 먼저 긴장했다.


밀러가 말했다.


“You’ll be assigned to Cyber Crime Division.”
(자막: 넌 사이버 범죄과로 배치될 거야.)


“Good luck!”
(자막: 행운을 빈다!)


선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속에 ‘축하’가 올라오기도 전에, 새로운 압박이 채워졌다.


사이버 범죄과.
총보다 화면이 먼저 사람을 죽이는 곳.


선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Salute, (자막: 경례) 하고 문을 나섰다.


복도 형광등이 차갑게 바닥을 핥았다.

선율은 손에 쥔 서류를 내려다봤다.


사이버 범죄과로 배치 지정은 나왔었어도

선율이는 바로 그 부서로 가지는 못했다.


사이버 범죄는 배치는 정해졌어도

어느 정도 순찰 경력이 쌓이고 난 다음

가야 되는 또 다른 관문이 있었다.


거의 3년 동안 다운타운을 돌았다.
사소한 교통위반 단속부터, 크고 작은 추격전까지.


그래도 비교적 안전하게 순찰을 마쳤고,

그 사이 진급도 있었다.


예전에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다가,

중간에 경찰 아카데미로 들어갔다.


그리고 경찰서 학비 지원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가,

예전에 채우지 못한 학점을 인정받아 4년 제로 편입했다.
남은 2년을 채워 학사 과정을 마쳤다.


Corporal (자막: 경장)에서 사이버 수사대로 들어갈 때는,

마침 그 자리에 Sergeant (자막: 경사) 자리가 비어 있었다.


Lieutenant (자막: 경감)으로부터 추천을 받고,

바로 진급 인터뷰와 시험을 통과해 경사 계급을 달게 되었다.


또다시 선서를 마치고 금으로 도금된 배지를 건네받으며—
Chief Neal (자막: 치프 닐 / 경찰국장) 이 악수를 하며 말했다.


“Congratulations, Sergeant Shin. You came a long way.

Make us more proud and serve your community, Sergeant.”
(자막: 축하한다, 신 경사. 여기까지 정말 멀리 왔다.

우리를 더 자랑스럽게 해 줘.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해, 경사.)


지켜보던 동료들, 가족, 친구들이 박수를 치면서 축하를 해주었다.
그때 선율이는 그제야 나름 바른길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틀 뒤, 드디어 경찰서 사이버 수사대로 향했다.

복도 형광등이 차갑게 바닥을 핥았다.


선율은 손에 쥔 서류를 내려다봤다.


Cyber Crime Division
(자막: 사이버 범죄과.)


그 글자 아래, 작은 안내문이 있었다.


Orientation materials / Internal portal link
(자막: 오리엔테이션 자료 / 내부 포털 링크)


그리고 맨 아래.


AI-assisted fraud trend briefing
(자막: AI 보조 사기 동향 브리핑)


—다음: 14장-2부 에서…


— 오늘의 팁 —

사기는 똑똑한 사람도 당합니다.

문제는 지능이 아니라 ‘순간의 감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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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 모방 범죄 주의]
본 작품에는 범죄 수법·수사 절차·법정 장면이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범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니며, 현실에서의 모방을 강력히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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