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PART 2/2] 너를 품에 안으면 [13장-2부] — 총성 이후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3-2)
탕!
총소리는 한 번이었는데,
세상이 두 번 흔들렸다.
첫 번째는 귀. 두 번째는 심장.
조수석 안은 너무 좁았다.
사람 셋이 엉킨 공간에서 소리는 더 크게 튀었고,
금속 냄새가 더 빨리 차올랐다. 선율은 숨을 들이마시는 걸 잊은 채,
본능적으로 손부터 찾았다.
총을 쥔 손.
방아쇠를 건드린 손.
그리고—피가 흐르는 손.
“아악!!!”
비명은 누군가의 목에서 찢겨 나왔다.
그 소리가 누구의 건지 확인하려는 순간,
무전이 겹쳐 들어왔다.
“Shots fired! Shots fired!”
(자막: 총성 발생! 총성 발생!)
“Need EMS! Start EMS!”
(자막: EMS 요청! EMS 출동!)
아사드가 악을 쓰며 제 활용도 안 되는
인간쓰레기를 눌렀다.
밀러는 테이저를 내려놓자마자 팔 전체를 틀어 잠갔다.
선율은 반사적으로 총구부터 봤다.
아직 살아 있으면—다음 한 발은 누구든 될 수 있었다.
인간쓰레기의 손이 꿈틀거렸다. 총을 향했다.
“Hands! Hands! Show me your hands!”
(자막: 손! 손 보여!)
선율은 그 인간쓰레기의 손목을 있는 힘껏 눌렀다.
살이 아니라 뼈를 누르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좌석 틈에서 금속이 삐걱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아사드가 이를 갈았다.
“Gun! I got the gun—!”
(자막: 총 확보! 총 확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율이 같이 붙잡았다.
차 안에서 총은 물건이 아니었다.
방향이었다. 방향만 잡아도 산다.
선율은 총을 잡아 대각선 아래로 꺾었다.
사선에서 뒷좌석이 빠져나갔다.
동료가 있는 문 쪽도 빠져나갔다.
밀러가 소리쳤다.
“Cuff him! Cuff him now!”
(자막: 수갑 채워! 지금!)
세 사람의 팔이 동시에 움직였다.
이 인간쓰레기의 손목이 뒤로 꺾이고,
차가운 금속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찰칵.
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
선율은 처음으로 “탕!”
이후의 공기를 마셨다.
그런데 공기에서 나는 냄새가 정상이 아니었다.
피.
뜨거운 금속.
그리고 땀.
선율은 그제야 비명의 주인을 찾았다.
아사드였다.
그는 한쪽 팔을 붙잡고 있었다.
피가 손가락 사이로 새고 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계속 흐르는 피였다.
“F— k… f— k…”
(자막: X발… X발…)
목소리가 낮았다. 그게 더 위험했다.
진짜 아픈 사람은 목소리가 작아진다.
밀러가 즉시 아사드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Where you hit? Where you hit?”
(자막: 어디 맞았어? 어디?)
아사드가 팔꿈치 아래를 보여줬다.
살이 찢어진 자리에서 피가 계속 흘렀다.
폭발하듯 뿜는 상처는 아니었다.
근데 그게 더 문제였다. 멈추지 않는 피는 얕지 않다.
선율은 아사드 팔을 보는 순간,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Tourniquet! Tourniquet!”
(자막: 터너킷! 지혈대!)
선율은 자기 벨트가 아니라,
조끼 옆 포켓—IFAK 파우치를 거칠게 뜯었다.
검은 스트랩이 손에 딱 감겼다.
“High and tight.”
(자막: 상처 위쪽에, 꽉.)
상처가 팔꿈치 아래였지만, 선율은 망설이지 않았다.
팔 전체를 살리려면, 상처 위로 더 위에서 피를 막아야 했다.
선율은 지혈대를 아사드 **상완(팔 위쪽)**에
걸고 스트랩을 끝까지 당겼다.
그다음—막대를 잡아 돌리기 시작했다.
틱. 틱. 틱.
막대가 한 바퀴 돌아갈 때마다,
아사드 얼굴이 찢기듯 일그러졌다.
이빨이 부딪혔고, 목에서 숨이 새었다.
“Ah— f— k…!”
(자막: 아— X발…!)
선율은 멈추지 않았다.
피가 줄어드는 걸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손가락 끝이 아니라, 피의 속도를 봤다.
“Hold. Hold it.”
(자막: 버텨. 버텨.)
마지막으로 막대를 고정 클립에 눌러 넣자,
지혈대가 ‘딱’ 하고 잠겼다.
선율은 손목시계를 힐끗 봤다.
새벽 3시 17분.
선율은 조끼 가슴 포켓에서 샤피—사인펜을 뽑아,
지혈대 스트랩의 흰 라벨 위에 눌러썼다.
“03:17.”
(자막: 새벽 3시 17분.)
잉크가 번질까 봐 한 번 더 꾹 눌러 덧썼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옆에 짧게 적었다.
“TQ 03:17 — Shin.”
(자막: 지혈대 03:17 — 신.)
아사드가 숨을 거칠게 뱉었다.
고통 때문에 얼굴이 새파랗게 굳은 채,
눈가에 물기가 맺혔다.
선율은 지혈대가 풀리지 않게 스트랩을
다시 한번 눌러 고정하며 말했다.
“Look at me. Don’t pass out.”
(자막: 나 봐. 정신 놓지 마.)
선율은 아사드 팔을 한 번 더 눌러 확인했다.
이제 피는 “흐르는 것”에서 “배어 나오는 것”으로 바뀌었다.
“Tourniquet on.”
(자막: 지혈대 완료.)
선율은 무전기를 잡았다.
“Shots fired. One officer hit. Suspect in custody. Need EMS expedited.”
(자막: 총성 발생. 경찰관 1명 부상. 용의자 구금 완료. EMS 긴급 요청.)
말하는 동안에도 선율의 손이 떨렸다.
자기도 모르게.
차 밖에서 고함이 터졌다.
운전자 쪽—Corporal Jensen
(자막: 코퍼럴 젠슨 / 경사 계급)
여전히 이 히스패닉 여성을 제압하려고 버티고 있었다.
여자는 수갑 찬 손으로도 몸을 비틀며 울부짖었다.
“Don’t touch me! I didn’t do anything!”
(자막: 만지지 마! 난 아무것도 안 했어!)
선율은 선택해야 했다.
아사드.
아니면
젠슨 경사
근데 이번엔 선택이 아니었다. 훈련대로 몸이 움직였다.
선율은 아사드 어깨를 한 번 눌러 “붙어 있어”라는
뜻을 남기고 밖으로 튀어나갔다.
차 밖 공기가 차갑게 얼굴을 때렸다. 새벽이 다시 보였다.
그리고 그 새벽은—아까보다 더 차가웠다.
멀리서 사이렌이 한 줄로 붙어 들어왔다.
구급차 경광등이 다리 밑 빛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자,
현장 전체가 한 번 더 밝아졌다.
“EMS on scene!”
(자막: EMS 도착!)
구급대원이 뛰어왔다. 움직임이 빠르고 말이 짧았다.
“Where’s the patient?”
(자막: 환자 어디?)
밀러가 손으로 아사드를 가리켰다.
“Officer hit. Arm.”
(자막: 경찰관 부상. 팔.)
구급대원이 바로 압박붕대를 꺼냈다.
피가 완전히 멈춘 건 아니어서 손을 더 세게 눌렀다.
“Stay with me. Look at me.”
(자막: 정신 붙잡아. 나 봐.)
아사드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다른 구급대원이 물었다.
“Any other injuries? Child?”
(자막: 다른 부상자? 아이는?)
선율이 순찰차 뒷좌석을 가리켰다.
“Child safe. In my unit.”
(자막: 아이 안전. 내 유닛에 있음.)
선율은 뒷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아이는 아직 울고 있었다.
근데 울음은 소리가 아니라 떨림이었다.
목이 쉬어서 우는 게 아니라,
몸이 아직 공포를 못 놓아서 우는 울음.
“Hey… you’re okay. EMS is here.”
(자막: 괜찮아… 구급대 왔어.)
아이는 선율 방탄조끼를 잡았다.
작은 손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선율은 아이 목을 확인했다.
붉은 자국이 길게 남아 있었다.
구급대원이 아이를 봤다.
“Can you breathe? Can you look at me?”
(자막: 숨 쉴 수 있어? 나 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은 커져 있었고,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선율은 순간, 아까 제 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의 손이 떠올랐다.
너무 익숙하게 아이를 잡던 손. 망설임이 없던 손.
그 기억이 목을 조였다.
현장 통제는 곧 “형태”를 갖췄다.
다리 밑 공간이 갑자기 작은 법정처럼 변했다.
누가 들어가고, 누가 나가고, 누가 무엇을 만졌는지—
모든 게 기록이 됐다.
“Everybody step back! Scene’s hot!”
(자막: 다 물러나! 현장 통제 중!)
총기는 분리돼 증거 봉투로 들어갔다.
탄피는 위치를 표시하고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가 크라임씬 테이프를 잡아당겼고,
형광 마커가 바닥에 꽂혔다.
새벽은 조용해야 하는데,
이 새벽은 “절차”로 소란스러웠다.
아사드는 들것에 눕혀졌다.
구급차 문이 닫히기 직전,
아사드가 선율을 한 번 봤다.
그 눈빛이 말했다.
너 봤지. 너도 들었지. 너도 지금 떨고 있지.
선율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구급대원이 단호하게 말했다.
“No. You’re gonna make it.”
(자막: 아니. 당신은 괜찮아질 거야.)
아사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들것이 구급차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혔다. 빨간·파란 불빛이 멀어졌다.
그리고 현장은 남았다.
피 자국. 타이어 자국. 무전 기록. 바디캠.
운전자 쪽은 여전히 난장판이었다.
여자는 계속 소리쳤다.
“Please! I didn’t do anything! That’s my daughter!”
(자막: 제발! 난 아무것도 안 했어! 내 딸이야!)
선율은 그 말이 더 무서웠다.
“내 딸”이라는 말이 너무 늦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젠슨은 이를 갈며 말했다.
“Ma’am, stop! Stop moving!”
(자막: 멈춰! 움직이지 마!)
여자는 울면서도 계속 고개를 돌려 아이를 찾았다.
하지만 누구도 그 여자를 지금 “엄마”로 봐주지 않았다.
지금은 사건의 일부였다. 그게 현장이었다.
그때 Supervisor가 도착했다.
(자막: 슈퍼바이저 / 현장 책임자급 상급자)
그는 현장을 훑고, 딱 한 문장만 물었다.
“Who fired?”
(자막: 누가 쐈어?)
짧은 침묵.
밀러가 대답했다.
“Discharge during struggle. Inside passenger seat.”
(자막: 몸싸움 중 발사. 조수석 안.)
그 말이 박히는 순간, 선율은 다시 **탕!**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총성이 들렸다.
그러나 이번 총성은 이전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전엔—“살기 위해” 들린 소리였다.
몸이 먼저 움찔하고, 피가 먼저 얼고, 생각은 나중에 따라오는 소리.
근데 지금은 달랐다.
이번엔 선율이 살려고 바둥친 소리이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구하려고 던진 소리였다.
그 두 감정이 한 방에 겹치자, 총성은 더 복잡해졌다.
공포만 있는 게 아니라—책임이 섞였고, 분노가 섞였고,
“내가 여기 있었어야 한다”는 후회까지 섞였다.
그래서 더 끔찍했다.
총소리 하나가, 살려는 본능과 구하려는 의지가
동시에 터져 나온 소리처럼 남았으니까.
총이 그 인간쓰레기의 의지로 발사됐는지, 사고로 발사됐는지—
현장은 그걸 가려주지 않는다. 현장은 소리와 결과만 남긴다.
선율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까 그 생각.
총 뽑았어야 됐나?
그 생각이 “만약”이 되면, 인생이 바뀐다.
서로 끝없이 부딪히는 절차가 시작됐다.
총기 확보 보고.
증거 목록.
진술서.
바디캠 업로드.
서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 화면에 글자가 떴다.
VIDEO REVIEW: AUTO-FLAG ENABLED
(자막: 영상 검토: 자동 플래그 활성화)
선율은 그 문장을 한참 봤다.
자동 플래그?
누가? 무슨 기준으로? 어디까지?
밀러가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네가 봐야 돼.”
“네가 어떤 얼굴로, 어떤 손으로, 어디서 멈췄는지.”
선율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디캠 영상이 재생됐다.
무전.
Priority 1.
경광등.
다리 밑.
아이 울음.
그리고—
탕!
스피커에서 총성이 터지는 순간,
선율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다.
현장에서 못 느낀 진동이,
영상으로 돌아오니 더 크게 느껴졌다.
화면 오른쪽 위에 작은 문구가 깜빡였다.
AUTO-FLAG: SHOTS FIRED
(자막: 자동 플래그: 총성 발생)
선율은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시스템은 사람이 놓치는 순간을 잡는다.
그리고 놓친 순간을 다시 보게 만든다.
영상 속 선율은, 한순간 얼굴이 굳었다.
그 표정.
그 손의 위치.
그 눈동자.
그때가 바로—
총 뽑아버릴까?
그 생각이 지나간 자리였다.
선율은 이를 악물었다.
“F—k…”
(자막: X발…)
밀러가 옆에서 말했다.
“그래.”
“그 표정.”
“그게 너야.”
선율은 화면을 다시 돌렸다. 한 번 더. 그리고 또 한 번 더.
자기가 왜 떨었는지.
왜 분노했는지.
왜 멈췄는지.
근데 이상하게도—그 과정이 고통이면서 동시에 유혹이었다.
재생 버튼 하나로 시간이 되감기고,
결과는 바뀌지 않는 채로, 자기만 바뀔 수 있다는 착각.
선율은 버튼을 다시 눌렀다.
그날 밤, 선율은 보고서를 썼다.
끝나지 않았다. 현장은 끝났는데, 글은 시작이었다.
해가 뜨기 시작했다.
창밖이 아주 천천히 밝아지는데도, 화면은 그대로 어두웠다.
문장 하나를 쓰면, 장면 하나가 따라왔다.
장면 하나를 지우면, 총성이 다시 들렸다.
선율은 키보드를 멈추지 않았다.
사실 이건 “정리”가 아니었다.
정리하려는 척하며,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을 숨기는 일이었다.
그때 선율은 교육 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요즘은 미국 일부 주·카운티에선
AI가 스스로 바디캠 오디오를 자동 전사하고,
총성·비명·“Hands” 같은 키워드를
자동 태그로 찍어 사건 구간을 쪼개고,
얼굴·번호판·주소 같은 민감 정보는
**자동 리덕션(블러/가림)**으로 처리해 버린다.
그리고 더 무서운 건—
그 전사본과 태그를 바탕으로
사건 리포트의 서술 초안까지 먼저 뽑아준다는 거였다.
빠르다. 깔끔하다.
근데 빈칸이 생긴다. 맥락이 빠진다.
그리고 가끔은—현장에 없던
“의도”까지 문장에 박아 넣는다.
결국 사람 손이 다시 들어가야 한다.
그 사람이, 다시 보고.
다시 쓰고.
다시 무너진다.
선율은 그 생각이 들자,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
“그럼… 난 지금 뭐 하는 거지?”
바디캠을 사람이 다시 보고,
사람이 다시 쓰고,
사람이 다시 무너지는 이 과정이—
곧 “AI가 써주는 자동”이 될지도 모른다.
선율은 천천히 검색창을 열었다.
커서가 깜빡였다. 숨 쉬듯 움직였다.
BODYCAM AI REPORT GENERATOR
(자막: 바디캠 AI 보고서 생성기)
손가락이 엔터를 누르기 직전, 선율은 잠깐 멈췄다.
이게 편해지면,
나는 덜 아플까?
아니면…
더 쉽게 중독될까?
커서가 계속 깜빡였다.
마치 “눌러”라고 말하듯이.
—다음: 14장-1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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