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쯤 와있을까?
배움과 성장에 단계가 있다. 어른이 되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어린아이의 시작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이처럼 시작했다가 금방 포기해 버리기를 반복했다. 남들이 부러웠지만 부러울 뿐 흉내 낼 수도 없었다. 따라 할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성과가 있어야 쌓아갈 텐데 쌓을 만큼 지속조차 하기 힘들었다.
쉬운 책을 한 달에 걸쳐 읽어내는 아주 작은 성공으로 성과라는 것을 만들었다. 작은 성공은 다른 성공을 부르고 작은 성과는 모래알처럼 마음을 굴러다녔다. 지식이라고 하기도 뭣하고 아직은 나와 이질적인 알고 있는 하나의 정보일 뿐이다. 돌아다니는 모래가 많아지니 부피가 생겼다. 아주 조금 느껴지는 지식의 실체는 행복인 동시에 불행의 시작이었다. 내 모래알이 쌓일수록 다른 사람의 것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전에는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던 사람들의 것까지 비교하며 그들 만큼 될 수 없다는 쓸데없는 절망까지 굳이 가져와 괴로워했다.
차라리 공부를 하지 않던 시절이 나아 보이기까지 한 이 단계는 끝이 없는 듯했다. 늘 누군가보다는 못한 나였다. 다음 단계 없이 영원할 것 같았다. 수도 없이 포기하고 싶었다. 어쩌다 보니, 함께 가는 사람들이 있어 그만두지 않았다. 좌절과 시도의 반복에서 내 마음에도 앎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떤 누군가가 내 보잘것 없는 지식을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좌절을 겨우 넘기고 또 좌절하며 지나오다 보니 책은 삶과 인생을 이야기했다.
함께 살며 비교하지 않는다는 게 진짜로 가능할까 싶다. 하지만 진짜 공부는 지식에서 지혜를 낳는 듯했다. 조금씩 스스로를 다독이고 비교를 줄였다. 주변도 돌아보게 되었다. 부족한 나를 부족한 대로 바라보고 만족해 가는 그때 바로 다시 한 단계 올라섰음을 느꼈다. 거기에는 나에서 타인으로 향하는 길이 펼쳐졌다. 내가 더 잘 알아야 하고 내가 더 많이 가져야 하는 나를 내려놨더니 함께 하기 위해 내 것을 나눠줄 수 있어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아직 나는 이타성으로 가는 첫 발걸음을 떼는 중이다.
수많은 날을 괴로워하며 끝도 없이 길게 걸렸다고 생각했지만 고작 2년이다. 순간순간 어려움의 연속, 자갈길에 몇 걸음이 멀다 하고 돌부리에 발이 걸리는, 수도 없이 포기할뻔한 길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멈추지 않고 왔던 그 길에 수많은 고비를 넘겼지만 내리막 길은 없었다. 시시각각 역행하는 듯 보였으나 우상향 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하나의 어려움은 지나가면 사라진다. 힘들고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어려움이 지나고 보면 작아진다. 실은 어려움이 작아진 게 아니라 내가 커진거다. 내가 커질수록 더 큰 어려움을 만난다. 주저앉아 앞으로 가기를 거부하지 않으면 언젠가 역경을 지나와있다. 지나가고 나면 나는 또 커져 있음에 틀림없다.
내 한계의 얼마나 될까? 나는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앞으로 점점 더 큰 어려움을 만난다. 포기하지 않으면 또 그 어려움을 뛰어넘어 극복한 나를 만난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배움과 성장은 각자의 세상이다. 남과의 비교는 어려움에 포기할 실마리만 제공할 뿐이다. 내 안의 북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페이스를 찾아가는 공부를 하다 보면 곁에 함께 가는 누군가의 어려움에 손 내밀어줄 용기가 생기리라. 그러면 또다시 한 단계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