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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J May 02. 2024

운동가는 날

"80까지 내 발로 걸으려면 운동해야 해."


운동가는 날이 제일 싫다. 목요일 아침이 되면 마음부터 무겁다. PT 그중에서도 하체운동을 하는 날이다. 태어날 때부터 약간의 장애가 있었다. 장애라고 말하면 안 되려나? 선천성 고관절탈구! 고관절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밖으로 밀려 나와 있었다. 2살 때 수술을 하고 1년 동안 깁스를 했다고 부모님께 들었다. 완치 확률이 60%였는데 다행히 이후 다리를 절뚝이지 않았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오른쪽 탈구이지만 보상의 원리로 왼쪽다리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부담으로 인해 왼쪽 골반이 살짝 올라갔다. 그러면서 왼쪽 다리의 운동 범위는 매우 좁아졌다. 이때부터 살아내기 위한 운동이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운동 인생도 기구하다. 여러 운동을 전전하다 겨우 정착한 요가가 정말 좋았다. 요가의 시작은 수험생활 중이었다. 마음이 불안하고 운동을 못해서 소화도 안 됐었는데 신체적으로 건강해지는 것은 당연하고 편입이라는 입시경쟁에서 그나마 나를 붙들어줬다. 그렇게 시작된 요가는 첫아이를 낳고도 계속되었다.


어느 날 요가를 하는 도중 갑자기 몸에 이상이 느껴졌다. 뭔가 어른들이 말하는 밑이 빠진다는 말이 상상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병원을 갔고 놀라운 말을 들었다. 자연분만을 할 때 마지막에 회음부절개를 한다. 이때 내 왼쪽 골반을 떠받들고 있는 근육 전체가 잘려나간 것 같다는 소리였다. 뭐, 이걸로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운동만 보자면 내 요가생활은 마무리되었다. 수술을 했지만 원래 내 근육만큼의 기능을 할 수 없었고 조심하면서 살아야 했다. 이제 요가를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복압을 높일 수 있는 어떤 자세도 하면 안 된다.


요가를 할 때는 몰랐다. 내 어릴 적 고관절 탈구가 삶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요가를 안 하면서 서서히 조금씩 내 다리의 가동범위는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다리가 옆으로 예각(90도 미만)만큼만 벌어지고 앞으로 걸을 때는 2:1로 자세히 걷는 것을 보면 절뚝거렸다. 당연히 긴 거리는 걸을 수가 없었다. 힘들어 덜 걷게 되고 덜 걸으니 약해지고 악순환이었다.


"80까지 내 발로 걸으려면 운동해야 해." 일상은 바쁘다. 직장도, 육아도, 가사도 내가 느긋하게 운동할 시간을 빼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숨만 쉬고 산 세월이 10년이나 되었다. 이제는 살려고 운동해야 했다. 내 스케줄에 가장 첫 번째로 빼두는 시간이 운동시간이다. 탁구도 치고, 헬스장도 다니고 있지만 특히나 PT시간은 꼭 지킨다. 구조적인 문제는 어쩔 수 없고 바른 방법으로 근육을 길러서 힘을 길러야 했다.


호흡이 잘 맞는 PT선생님도 3번 만에 만났다. 그 선생님과 함께한 지 2년이 되어간다. 어쩌면 내 운동은 운동이 아니라 재활이었다. 처음에는 거의 마사지로 시작했다. 이제는 고통을 즐기며 근육을 길러가고 있다. 싫든 좋든 운동을 가는게 기본값이 되었다. 트레이너님의 권유? 강요?로 매일 계단 운동을 한지도 6개월이 지났다. 처음에 10분만 제대로 걸어도 힘겨웠었다. 의지력으로 하루 산행이라도 다녀오는 날에는 진통제를 먹고 이틀을 앓아야 했다. 그러던 내가 올해 1월에 7박 9일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유럽 여행은 기본이 엄~청 걷는다.


어제는 모처럼 온 가족이 집에 있는 날이었다. 가끔 차타고 10~15분쯤 걸리는 북한산 아래에 있는 커피숍에서 아침을 먹곤 하는데 걸어가서 먹고 오자고 내가 제안했다. 아침 6시 30분부터 걸어 7시 30분에 카페에 도착했다. 스타벅스 더북한산점은 7시에 문을 연다. 라떼에 헤이즐럿 시럽 추가! 꿀맛 같은 커피와 신선한 빵을 아침으로 먹고 걸어서 집에 왔다.


새벽부터 깨워서 출발하는 데 불만이 있던 딸도 걸으면서 나누는 이런저런 대화에 함께 참여했다. 살다 보니 왜 이렇게 사는 이야기만 하고 사는지, 부부사이에도, 아이와의 사이에도 깊은 대화를 할 일이 잘 없었다. 걷기의 리듬과 우리만 존재했던 두 시간은 들어줄 여유와 드러낼 여유를 가져다줬다. 유럽여행에서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며칠 동안 매일같이 엄마와 센강을 걸으며 나눴던 대화의 시간이었다. 아침을 먹기 위해서 걸었던 두 시간도 카페와 음식은 지워져도 함께 걸었던 동안 나눴던 가족 모두의 마음이 남았다.


오늘이 목요일이다. 운동이 있다. 제일 무서워하는 하체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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