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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J Jan 19. 2024

책과 노래로 여행준비

이번 여행은 즉흥적이었다. 우리 가족은 언제나 여행을 함께 다녔다. 해외든 국내든. 남편이 4년 전 개원을 하면서 우리는 발이 묶였다. 여행이라고는 설, 추석 2박 호텔에 가는 게 전부였다. 23년 12월 갑자기 딸이 6학년에 올라간다는 현실자각이 왔다. 이제 중학교 가고, 고등학교 가면 다음은 집을 떠나겠구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본 것 같다. 우리는 학창 시절이 지나면 93%의 부모와의 시간을 사용한 거라는... 갑자기 찾아든 마음에 무턱대고 1달 뒤 여행을 잡았다. 여행의 기준은 내가 휴가낼 수 있는 가능일 수였다. 정확히 딱 7박 9일을 떠날 수 있었고 7박 9일 자유일정 포함된 패키지를 검색했다. 어쩌다 보니... 여행 이야기가 나온 날 예약을 하고 계약금을 냈다. 한 달밖에 안 남아서 바로 결제를 해야 했고 돈을 냈다. 돈을 내고 아직은 바쁜 23년 12월 연말 성수기 일을 여행을 떠올릴 틈도 없이 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12월이 끝나고 1월이 되면서 여행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걱정은 했으나 준비는 못했다. 그냥 출발!


굉장한 J형인데 여행에서까지 계획형이고 싶지는 않았다. 일상을 벗어나려 여행을 가는데 일상처럼 꽉짜인 알찬 가성비 좋고 빈틈없는 여행은 그냥 일상의 연속처럼 느껴졌다. 어차피 준비할 시간도 없어 핑계가 좋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딸과 행복한 시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여행은 계획할 때 가장 즐거운 법인데 내가 좋아하는 것만으로 여행의 전야제를 즐기고 싶었다. 


문학을 비교적 좋아한다. 얼마 전에 읽은 우정도둑이라는 책에서 저자가 말했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행은 어느 정도 문학적이다." 이 말이 너무 좋았다.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체류가 긴 파리의 대표 문학을 찾아봤다. 소설로는 빅토르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이 있었고 에세이는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가 있었다. 헤밍웨이가 25세 젊은 시절을 파리에서 글을 쓰던 시절의 에세이를 읽었다. 그가 걸었던 길, 공원, 카페와 음식점 중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 있는지 찾아봤다. 생각보다 여러 군데 있었다. 그가 책을 빌리던 셰익스피어 서점, 스콧 피츠제럴드와 이야기 나누던 음식점, 피카소와 함께하던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세계적인 작가가 아니라 저렴한 값에 단편소설을 팔아 생계를 꾸리던 시절의 헤밍웨이라 그 길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가 걸었던 길, 센강을 따라 걸으면서 그의 고뇌도 상상해보고 싶다.


딸은 '오 샹젤리제' 노래를 외워가기로 했다. 사실 나도 함께 외우기로 했는데... 프랑스어가 내겐 외계어처럼 느껴져 도무지 후렴구 말고는 불가능했다. 오 샹젤리제에서 '오'가 Oh! 정도의 감탄사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Aux Champs - Elysees에서 'Aux'는 on the의 뜻을 가졌단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샹젤리제 거리에서를 부르며 엄마와의 작은 추억을 하나 저장.


여행의 준비는 아름답고 로맨틱하다. 여행을 검색하면 치안, 빈대, 날씨.. 걱정거리가 넘쳐나지만 불안쟁이의 불안을 눌러놓고 소중한이와 소중한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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