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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J Jan 18. 2024

걱정도 팔자

여행도 떠나기 전에 블로그 글을 보고 걱정이 늘어졌다. 파리에 소매치기가 그렇게 많다는 글이 왜 그리 많은지... 남편 없이 혼자 애를 데리고 떠나는 첫 해외여행이라 여행 2일 전이 되니 한 일도 없이 어깨가 뻐근하다. 여행자적인 삶을 산다고 따로 준비한 것도 없다. 각자의 기내용 캐리어 하나씩 들고 가지만 실제 짐은 기내용 21인치 하나면 다 담을 만큼 가볍게 싸두었다. 준비도 없어 검색을 시작했다. 걱정만 늘었다. 손에 든 휴대폰을 집어간다는 말부터 캐리어째로 도둑맞은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2일 전 일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책 좀 보려고 혼자 동네마실을 나왔다. 거금을 주고 새로 산 헤드셋로 귀를 막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 길은 도서관 가는 길을 짧게 느껴지게 했다. 오전 9시 도서관이 문을 열 시간에 맞춰 들어갔다. 역시나 나 혼자뿐이었고 막 출근한 직원분들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문 앞에 있는 커다란 테이블에 가방을 올려두고 빌려갔던 책을 꺼내 반납하고 책을 한 권 골라 구석자리로 왔다. 조금 지나니 사람들이 자료실 의자를 반쯤 메울 만큼 많이 왔다. 문이 열리고 책을 꺼내고 의자가 끌리고 짐을 푸는 백색소음들이 정겹게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어? 헤드셋 어디 있지??' 오 마이갓! 새로 사고 처음으로 집밖으로 나와본 건데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은 지 벌써 1시간 30분이나 지나버렸다. 가방에도 옷에도 없었다. 놀란 마음에 혹시나 하고 처음 도착해 책을 꺼냈던 책상으로 갔더니 거기에 다소곳이 헤드셋이 놓여있었다.


집에 돌아오면서는 자학에 가까운 스스로를 책망했다. 그때는 딱 그게 다였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나라의 치안을 보다가 갑자기 떠오른 그날의 기억이 내가 이곳에 살고 있는 게 다행을 넘어 행복하게까지 느껴지게 했다. 이런 게 시민의식이겠지? 내 물건이 아닌 남의 물건은 주인을 찾아주는 게 당연하고 길을 갈 때는 신호를 지키는 게 기본값인 한국에 나처럼 정신없고 잘 흘리고 다니는 내가 살고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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